"(북한의) 잠수함 2척이 보이지 않은 바가 있었다. 그래서 쭉 추적을 했는데(…) 그곳(북한 잠수함 기지)이 꽤 먼 곳이기 때문에 거기와 이 (천안함 침몰) 지역은 조금 연관성이 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잠수함의 (느린) 운항 속도, 또 북한의 잠수함이 통상 영화에서 보는 미국의 아주 최신형 잠수함처럼 오랜 잠항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멀리 잠항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4월 2일 김태영 국방장관>
천안함 침몰 사고를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발표한 내용은 지난달 2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했던 답변들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합조단의 발표대로라면 북한의 130톤 연어급 소형 잠수정은 거리와 잠항 능력의 한계를 용케 극복하고 규모가 3배 이상 되는 잠수함이나 장착 가능한 1.7톤 중어뢰를 장착해 아무도 모르게 남하해 천안함을 두 동강 내고 유유히 사라진 셈이다.
군사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합조단이 어뢰 파편을 제시하며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더라도 그처럼 작은 잠수함이 국방장관까지 인정한 한계를 뛰어넘어 작전에 성공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소형 잠수정의 중어뢰 장착 가능성 여부 △없다고 말해왔던 물기둥이 있다면서 제시한 근거의 신빙성 등을 가장 큰 의문으로 꼽았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발표의 형식과 내용은 나름대로 충실했고 질의응답도 성실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 제시라는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미흡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뢰 추진체에 '1번'이라는 한글이 써 있어서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지만 북한은 일반적으로 숫자를 쓸 때 '1번, 2번' 보다는 '1호, 2호' 식으로 표기한다. 7년 전 수거한 북한 훈련용 어뢰에도 '4호'라고 써 있었다. 따라서 '1번' 식으로 쓰는 다른 사례를 좀 더 붙여서 설명했더라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이 '1번'이란 글자을 써 넣어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증명하는 물증을 왜 남겼을까 이해가 안 된다. 아울러 130톤 연어급 소형잠수정이 과연 1.7톤의 어뢰를 싣고 와서 귀신같이 쏘고 돌아갈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버블제트 효과로 물기둥이 100m 올라갔고 백색 섬광 기둥으로 관측됐다고 했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 물기둥을 본 사람이 초병 단 1명뿐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되고, 그 정도의 물기둥이 솟을 만큼 강력한 폭발이었으면 사망자들의 사체가 그렇게 멀쩡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보완적인 설명이 없다면 국제사회에서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 박선원 美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전 청와대 외교안보정책비서관)
130톤급 소형 잠수정은 경어뢰만 탑재할 수 있는데 어떻게 1.7톤 중어뢰를 싣고 왔는지가 가장 납득할 수 없다. 잠수함(정)은 크기에 따라 싣고 다닐 수 있는 어뢰의 무게가 제한이 있다.
잠수함은 수중에서 다니고 동력도 배터리로 하기 때문에 크기는 작지만 기계장치가 매우 많다. 따라서 그런 무게를 감안해 최적의 공격수단을 확보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그렇게 작은 잠수정에 중어뢰 장착이 가능토록 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
연어급 잠수정이란 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인데 황동원 정보본부장이 "상어급과 유사하다"고 답했다. 상어급은 330톤이니까 중어뢰 장착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답한 모양인데, 연어급과 가까운 것은 80톤 정도 되는 유고급이다. 이건 물리학이라서 뻔한 건데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기둥이 없었다고 하다가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는 진술이 새로 나와서 물기둥이 있었다고 하는데 생존자에 대한 언론의 접촉이 차단된 상태에서 생존자의 새로운 증언을 근거라고 말하는 게 과연 신빙성이 있겠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지난달 25일 2차 조사 결과 발표 때는 물기둥이 없는 문제에 대해 '수평 폭발을 하면 물기둥이 없었을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는데 이번에는 물기둥이 있다고 하면서 폭파 위치를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수심 6~9m라고 밝혔다. 버블효과가 강력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그 정도 거리를 잡은 것 같다. 그러나 그 거리에서 폭발했는데 선체에 화약과 어뢰 파편이 안 튀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흔적 정도가 아니라 다량이 검출되어야 한다.
국회 특위에서 진상조사를 하면 이런 문제들을 적극 제기하겠다. 북한 어뢰가 맞다고 하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사태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도 적극 추궁할 것이다.
■ 김종대 외교·안보 전문지 <D&D 포커스> 편집장
어뢰 파편이라는 물증은 나왔다고 본다. 어뢰에 맞았을 가능성이 커진 건 분명하다. 그러나 물증을 뒷받침하는 군사 정보가 없다. 잠수함 침투 및 도주 경로에 대해 합조단이 말한 것은 판단과 추정이지 징후에 대한 정보는 아니다. 절반의 설명밖에 안 된 것이다.
물기둥이 없다고 했다가 있다고 말이 바뀌었는데, 견시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는 진술을 근거로 제시하는 건 궁색하다. 천안함이 두 동강 날 정도의 물기둥이었다면 물이 튀는 정도가 아니라 물벼락을 맞아야 한다. 100m 백색 섬광 기둥을 물기둥으로 판단했는데, 그게 진짜 물기둥이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연어급 130톤 잠수정은 처음 들어보는 무기다. 발표 전에 이 문제가 가장 예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냥 소형 잠수함이라고 할 것인가, 새로운 잠수함이 발견됐다고 할 것인가에 대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을 것이다. 잘못 얘기하면 꿰어 맞추는 소설이 돼버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어급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왔는데, 북한의 신형 잠수정 건조를 까맣게 모르고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잠수함 기지를 늘 관찰하는데 왜 식별하지 못했을까.
처음엔 330톤 상어급이나 80톤 유고급이라는 말이 나왔었는데, 상어급은 너무 커서 연안까지 왔다고 설명하는 게 부담이 됐을 거고, 유고급은 너무 소형이라서 사고 해역까지 잠항 능력이 있느냐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어떤 게 필요해서 연어급이 존재했다고 설명하는 것 같다.
■ 신상철 인터넷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 대표
합조단이 스모킹 건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슈팅 에비던스(shooting evidence), 즉 폭발의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파편과 그을음 및 불탄 흔적이 없고, 연료 탱크와 케이블 피복이 깨끗했고, 탄약고도 문제없다는 사실이 바로 슈팅 에비던스가 취약한 것이다. 슈팅 에비던스가 없기 때문에 '그러므로 폭발이 아니다'고 해야 하는데 '그러므로 수중 비접촉 폭발'이라고 끌고 가면서 신뢰를 상실했고 논리적으로 무리한 말들이 나왔다.
설령 비접촉 폭발이 맞아도 배를 두 동강 낼 정도의 어마어마한 폭발이 있었는데 시신이 깨끗하고 까나리 사체도 없다는 것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 보니까 확실한 '한 방'을 위해 어뢰를 등장시킨 것이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몇 mm짜리 파편만 나왔다고만 했다. 합조단이 내 놓은 규모의 어뢰 파편이 나왔다는 말은 없었다.
그러나 합조단이 공적인 기관으로 활동한 결과 발표를 했으니,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 나는 물론 동의하지 않고 따라서 받아들일 수 없지만 국가 기관이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국방부 장관 해임하고, 경계가 뚫렸으면 지휘관들을 군사재판에 회부해야 한다. 또한 정책 라인에 있는 사람들도 안보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북한이 어뢰를 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사고 며칠 뒤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막지 못한 사람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여전히 좌초라고 믿고 있고, 지금까지 해 왔듯이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해군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니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것이다. 진실이 밝혀진다면 지금 책임을 져야 할 분들의 죄를 경감시킬 것이다. 좌초에 대한 책임이 어뢰에 맞은 것에 대한 책임보다 적기 때문이다.
■ 국책연구소 전문가(익명)
첫째, 연어급 잠수정에 중어뢰가 장착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가장 크다. 우리 군이 보유한 동급 잠수함에도 장착이 안 되고, 330톤 상어급에도 장착이 쉽지 않다. 은밀히 침투했다는 걸 증명하려면 잠수정이 작아야 하고, 천안함을 두 동강 낼 정도로 강력한 폭발을 증명하려면 중어뢰가 돼야 하는데 그 둘을 결합하다 보니 잠수적은 작고 어뢰는 큰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둘째, 잠수정을 지원하는 모선도 같이 움직였다고 하는데 모선은 수상함인데 그 침투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건 이해 안 된다. 모선에 대해 파악된 게 무엇이 있는지를 공개햐야 한다.
셋째, 좌초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스크루가 전부 휜 것에 대해 이초(좌초에서 벗어남)를 위해 배를 전진·후진을 반복하다가 모래바닥에 눌려서 그랬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어뢰의 공격을 받았다면 왜 휘었는지 해명이 안 된다. 용골(배의 척추에 해당하는 부분)이 끊어져서 전력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그 후 30초 이상 돌지 않았을 것이고, 물의 저항까지 감안하면 그보다 짧게 돌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정지 상태에서 해저에 가라앉았는데 스크루 전부가 휘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넷째, 7년 전에 노획했다는 북한의 훈련용 어뢰는 왜 안 가지고 나왔나.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제기 의문점 요약 (☞전문 보기)
- 과거 없었다던 물기둥을 본 초병이 나타나고 견시병 얼굴에 물이 튀었다고 하는데, 이런 진술의 확보는 특별한 조사나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초기 단계에서 밝히지 않았는가.
- 파괴 정도가 근접 폭팔에 준하는 것임을 입증하지 못했다. 파공이나 파편의 흔적들도 어뢰 공격임을 납득할 수 있을 수준으로 발견되지 않았다.
- 사망자들의 외상 정도에 대해 어뢰로 결론지을 만한 증거도 해명도 없었다.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없는 것에 대한 설명도 없다.
- TOD(열상감지장치) 동영상이 진짜 없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군의 주장과는 달리 침몰 장면을 봤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 상어급 잠수함의 잠항능력이 20시간이라면 연어급은 더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한미 연합 전력이 수일간 추적하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 소나가 어뢰를 왜 탐지하지 못했나. 주변 다른 군함들의 소나조차 동시에 작동하지 못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 언론들이 제기하는 기타 문제점들
- 어뢰 추진부의 부식 상태에 비해 '1번' 글자는 선명한 파란색을 유지하고 있고 녹슨 자국도 없다.
- 직접 타격을 받은 가스터빈실의 상태가 결정적인 근거지만 인양 후 이동중이라고 했을 뿐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항적기록, 교신일지, TOD, KNTDS 등 기초 정보는 왜 공개할 수 없나.
기사출처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0521025351§ion=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