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 헐값 수출? 포니보다 더 역사에 남을 것"

풍경운영자즐 작성일 11.04.15 14: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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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얘기를 들으면 굉장히 속이 상합니다.”

14일 <데일리안>이 만난 문병철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 기획총괄팀장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T-50 헐값수출’ 논란에 대해 묻자 이 같이 말했다. 문 팀장의 말에선 서운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T-50의 첫 해외 수출을 위해 밤낮없이 일해 왔던 입장에선 제아무리 올바른 지적일지라도 상처일 수밖에 없었을 터다.

한국은 지난 12일 인도네시아의 고등훈련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정확히 말하면, T-50 고등훈련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이로써 번번이 수출 문턱에서 좌절됐던 T-50의 수출 물꼬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T-50 수출이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6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이 된다.

‘골든 이글’이라는 별칭을 가진 T-50은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이 13년간 2조 원을 들여 공동 개발한 고등훈련기로, 국내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다. 성능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러시아 훈련기 등보다 비교 우위를 갖지 못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싱가포르 고등 훈련기 사업 수주전 등에서 실패를 거듭해왔다. 인도네시아도 지난해 8월 T-50, 러시아 야크-130, 체코 L-159B 등 3개 기종을 후보로 선정한 뒤 심사를 벌여왔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따라 양측은 T-50의 정확한 판매가격 등 구체적인 사항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게 된다. KAI측은 3~5개월 정도의 협상 후 최종계약 체결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최초에 인도네시아에 들어갈 때는 우리 쪽이 러시아에 비해 상당히 안 좋은 분위기였는데, 그것을 뒤집는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한 과정이 많았다”면서 “우리도, KAI도 T-50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정부도 KAI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했다”고 전했다.

문 팀장은 “지금은 협상과정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밝힐 순 없는 상황이지만, 나중에 협상이 완료되고 나서 밝힐 수 있는 것을 다 밝히고 나면 ‘그게, 이게 아니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숨은 주역? 나는 다 돼 있는 것 와서 한 것일 뿐"

정부는 2009년 2월 3년여간 공들여왔던 UAE 고등훈련기 획득사업에서 이탈리아에게 패배한 뒤 같은 해 10월15일 코트라(KOTRA)내에 지식경제부, 국방부, 방사청 등 범정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조직인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지식경제부 주력산업팀장과 미국상무관 등을 역임한 문 팀장은 지난달 15일 이 센터로 발령받았다. 따지고 보면, 센터에 온 지 한 달도 채 안 돼 ‘승전보’를 들은 것이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문 팀장은 KAI 관계자들로부터 ‘숨은 주역’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KAI의 한 간부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문 팀장이 인도네시아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각종 산업 협력에 있어 실무적으로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했다”고 추켜세웠다.

그럼에도 문 팀장은 ‘전임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사실 숨은 주역은 전임 센터장과 과장”이라며 “이 분들이 솔직히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우리는 다 돼 있는 것을 와서 한 것일 뿐”이라고 ‘숟가락 론(論)’을 폈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란 얘기다. 그는 “사실 뭐니 뭐니 해도 직접 대상자인 KAI가 제일 고생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후속조치를 해야 하는 책임감이 크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이 업무를 해서 열심히 했으면 책임감이 덜할 텐데, 우선협상대상자고 앞으로 본계약까지 시간이 남아 이것이 잘 진행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겁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 T-50 수출은 센터가 생기고 나서 첫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20여개의 다른 프로젝트가 있음에도 모든 부분을 여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22명의 직원이 밤낮없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 찾아서 뛰어야 한다는 부분이 어려웠다"

대부분 국가는 방산물자를 수입할 때 반대급부로 직접 절충교역(국방분야)뿐 아니라 간접절충교역(일반산업분야)을 요구하는 추세여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함에도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를 지원할 전문적.상시적 조직이 없어 효과적인 협상안 마련이 어려웠다. 센터가 설립된 것도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방산수출지원 및 전략이 미흡했다는 반성 차원에서다.

문 팀장은 “여기서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패키지 딜’”이라며 “T-50이 (인도네시아로) 나갈 때 우리가 더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인도네시아 정부가 요구하는 것 중 뭘 줄 수 있는지 고민해 보고, 수입할 게 있으면 수입할 때 수입국에 뭘 더 원할 것인지 등 주로 민간경제 협력방안을 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KAI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헐값 수출’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문병철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 기획총괄팀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는 “정확한 요구가 있으면 우리가 대응하기 편한데, 우리가 찾아서 해줘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후진국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면서 “우리가 직접 찾아 뛰어야 한다는 부분들은 상당히 어려웠다”고 소회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산업협력에 대한 요구가 많았느냐’는 질문에 “많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항공기 구매를 하게 되면 ‘항공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해보자’, 구체적인 품목은 아니지만, 기술개발도 같이 해보고 공동연구를 하는 노력을 해보자는 것이다. 만약 군함을 수출한다면 우리가 조선기술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조선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보통 (방산물자를) 구매하면서 모든 나라가 단순구매가 아니라 기술이전, 현지생산 등을 많이 원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그런 부분에 있어 양측의 요구를 어떻게 절충해 주느냐인데, 그런 (요구하는) 부분을 다 해줄 순 없고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T-50, 10년 후면 '포니'보다 훨씬 더 큰 역작 될 것"

이번에 인도네시아에 수출 예정인 T-50은 총 16대다. 협상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지만, 4억 달러 규모다. 이번 수출이 이뤄질 경우, 6억 5000만 달러의 생산유발 효과, 1억 7000만 달러의 부가가치, 7700명에 달하는 신규고용 창출효과가 기대된다. T-50 1대 수출에 따른 파급효과는 중형 자동차 1000대에 맞먹어 침체된 국내 항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선지 업계에선 이번 T-50 수출을 지금의 세계 5위의 자동차 산업을 있게 한 ‘포니(pony·조랑말)’와 견주기도 한다. 포니는 1976년 출시된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다.

문 팀장은 “지금까지 방산물자의 수출은 미미한 수치였는데, 이번 T-50 수출이 성사되면 최초의 대규모 수출”이라며 “T-50은 KAI가 밝혔듯이 2030년까지 많은 부분을 수출해야 하는 품목이다. 이번 수출이 나중에 폴란드와 미국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팀장은 “포니 자동차의 수출로 현대자동차가 커서 지금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7% 이상 되듯, T-50도 앞으로 10년 후면 포니보다 훨씬 더 큰 역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이번 T-50 수출 성사는 향후 추가 수출에 탄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신형 훈련기를 도입하고자 지난해 한국과 이탈리아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미국은 이르면 올해부터 최대 500여대의 고등훈련기를 교체할 예정이다. 폴란드, 인도, 아랍에미리트(UAE)도 T-50이 진출할 수 있는 유망 시장이다. KAI측은 “2030년까지 60여 국에 3000여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1000대 이상을 점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정부에서 엄청난 노력이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방산업선진화와 방위산업 수출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T-50의 성과도 나왔던 것”이라면서 “이 성과가 발전돼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선진국 G-7에 진입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병철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 기획총괄팀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논쟁보다 관심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인터뷰 마무리 시점에 문 팀장은 언론과 국민들의 ‘조용한 관심’을 당부했다. 자칫 최종 계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다.

그는 “이것이 상대방이 있는 계약이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관심으로 자꾸 이상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협상과정에서) 좋지 않다. 그런 논쟁이 실제로 구매국 정부에 영향을 미쳐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면서 “앞으로 KAI가 인도네시아 정부와 계약협상을 진행하는 등 많은 것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켜봐주시고, 계약이 끝난 다음에 정부가 최대한 내용과 성과를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그 때까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상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거론하게 되면 우리가 부담이 생기고, 반대로 상대국 정부의 협상력이 커져 손해를 볼 수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을 놓고 있지 않지만, 협상이 안 될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며 “전체적인 성과에 대해선 관심을 가져주시되 협상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선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재차 거론했다.

문 팀장은 특히 “T-50 수출이 한 사람만의 성과가 아니라 정부와 KAI, 우리 부품 업체들 등 모든 분들의 성과기 때문에 앞으로 이 성과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문 팀장은 다만 ‘계약이 안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인도네시아는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일단 평가가 다 끝났고, 3개월내 구매조건 정도의 협상이 남았기 때문에 본계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만약의 상황은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내 주요 역할은 민간, 수출기업들이 수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그 차원에서 정부가 판매와 더불어 다양한 협력수요를 창출해 구매국 정부에게 매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별 특성에 맞춰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방산물자가 중남미와 동남아에 진출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의 첨단 IT 산업이나 조선산업이 동반진출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패키지 협력안을 짜서 민간을 지원하는 역할들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4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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