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초연한 장교들의 결의

호도주 작성일 11.06.14 16: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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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전투는 1951년 5월18일부터 20일까지 아군 6사단이
용문산(경기도 양평군 소재) 북쪽에서 군단 급 부대인 중공군 63군의 공격을
막아낸 전투로 이 전투에서 승리는 중공군에게 치명타를 입혔던
춘천 화천 추격전의 발판이 되었다는데 의미가 크다.

이 전투에서 결정적인 역할은 전방 경계부대 역할을 담당한 2연대 1대대로서
1대대는 당시 대대장도 없는 상태에서 대대 장교 10여명이 죽기를 각오한
굳은 결의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일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대장 대리를 맡고 있던 진명섭 대위가 장교들만 따로 모아놓고 말을 꺼냈다.
“자 우리들 이제는 다 죽게 됐으니, 죽을 바엔 깨끗이 죽읍시다.
그렇다고 이 마당에 우리가 세수를 하겠소, 목욕을 하겠소.
우리가 죽어도 호주머니 안에 담배가루 하나 남지 않도록 몸 정리를 하고 죽읍시다.”
말을 마친 대대장은 주머니에서 신분증, 수첩, 돈을 꺼내 찢은 다음
땅바닥에 던져 놓고 불을 붙였다.

10여 명의 대대 장교도 대대장을 따라 주머니 속을 뒤져 신분증과 돈을 꺼내
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 모두들 목숨을 버리겠다는 각오였다.
그 순간 연이은 격전으로 면도조차 하지 못한 데다 햇볕에 새까맣게 탄 장교들의
덥수룩한 얼굴 위로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떨어졌다.

용문산 전투의 승리요인은 6사단 2연대가 전방경계지역에서 원형방어를 강력하게
편성함으로써 중공군이 아군의 주력부대가 배치된 줄 알고 조기에 전개하게 함으로써
후방에 있던 7연대와 19연대가 반격하여 승리한 전투다.

아군의 전술적 승리지만 그에 못지않게 장교들이 죽음을 무릅쓴 결연한 의지가
없었던들 1개 대대가 적 군단 급 부대를 맞아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땅은 정말 한 뼘도 거저 얻은 곳은 없는 것 같다.
선열들이 피와 땀으로 지킨 이 땅을 잘 지키고 보전하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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