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소홀한 관리 탓으로 군 장병이 사용하는 전투화는 뒷굽이 빠지고 방한복은 10월 말에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이 같은 부실한 군 피복은 국가유공자 등 단체를 돕기 위해 경쟁 없이 납품을 맡겼기 때문이지만 그나마 이익금은 소수의 회장단이 독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낸 ‘군 피복사업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0년부터 보급한 신형 전투화에서 뒷굽이 분리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는 방위사업청이 전투화 접착력을 낮추는 물질에 대한 검사를 누락한 결과다. 또 방사청 규격 담당자가 전투화 제조업체의 요구대로 접착력 규격을 39.2N/㎝에서 20.0N/㎝로 낮춘 점도 원인이었다.
국방기술품질원도 접착강도와 방수도 시험을 제외하자는 의견을 제시해 국방 규격의 부실 원인을 제공했고 제조업체에 생산공정에 대한 검증을 맡겨 관리를 소홀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은 이 같은 신형 전투화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부터 기능성 전투화를 보급했으나 이 제품은 포복훈련 도중 전투화 앞부분이 벗겨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군은 장병들의 불량한 포복자세가 원인이라고 설명했지만 예정처는 전시상황을 가정해 만들어야 하는 전투화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은 장병의 필수품인 방한복 보급도 제때 하지 않았다. 방위사업청이 2011년 특정단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보급한 신형 방한복은 10월26일에도 전체 대상자의 31.8%인 5만6,965명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2010년에는 해병대 일부 부대에서 상병 진급 장병에게 줘야 할 내의 등 13개 피복류 보충분과 2개의 일용품 보충분을 늦게 보급했다.
2011년부터 전투모와 근무모를 대체한 육군 배레모는 군이 예산도 없이 품질규격을 완화해 가며 무리하게 추진하다 실패한 사례다. 납품업체는 규격검사를 받는 시제품은 정상으로 만들고 실제 제품은 조악한 품질이 보내거나 아예 만들지 못했다.
군 피복사업의 부실은 보훈단체 등과 군이 수의계약을 맺은 관행이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2008년부터 4년간 총 9,466억원의 군 피복납품 계약 중 60%에 가까운 5,520억원이 수의계약이었다. 이는 국가유공자ㆍ장애인 단체와 수의계약을 맺음으로써 회원을 간접 지원하려는 취지에서 실시한 정책이다.
그나마 일부 국가유공자 단체는 주식의 전부를 회장과 이사진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 공익사업이라는 목적마저 어긋났다. 일부 단체는 납품하고 번 이익잉여금 22억4,800만원을 전부 주식을 소유한 단체의 회장단 재산으로 넣었다. 회사 주식 80를 회장이, 나머지 20%는 전무이사와 감사가 각각 10%씩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인 단체도 마찬가지다. 한 단체는 총 인건비 지금액 77억원 중에서 3.2%에 불과한 2억 4,500만원만 장애인에 지급했다. 장애인 자활을 이유로 경쟁없이 낙찰을 받았으면서 정작 혜택은 비장애인이 가져간 셈이다.
예산정책처는 수의계약을 통해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을 간접 지원한다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고 지적했다.
출처:서울경제신문 임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