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전령이랑 싸워서 불명예 전역한 소대장 이야기..

MC레이제 작성일 13.02.26 17: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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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모 기계화 부대에서 복무했던 저는

 

군생활하면서 대게의 육군병사들이 그렇듯  2명의 소대장을 맞이했었습니다.

 

첫 소대장은 제가 전입 신병때부터 육사를 그것도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로 뭐든 중대는 물론 대대에서 인정받아 A급 하게 했고 소대원들도 너무 FM인것 빼면 성격도 좋고 서글서글해서 참 많이 따랐던 꽤 괜찮은 간부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상병을 갓 달음과 동시에 그 훌륭하던 소대장을 떠나보내고

맞이한 새 소대장이란 넘이 상당히 병 쉬 인 이었단 겁니다.

 

일단 솔직히 출신으로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확실히 학사(R.O.T.C)출신이라 그런지 육사 출신 소대장과는 하늘과 땅 차이더군요..

정말 여러 병 쉬 인 같은 일이 많았으나 하나하나 나열하면 이 게시판에 도배를 해도 모자랄 정도기에

대표적인 몇가지만 적어보자면,

 

이 새퀴는 처음에 물론 대게의 첫 임관 소위들이 다 그렇다고 봐도 되지만

어리버리 타는게 갓 전입온 이등병 뺨따구를 후려 갈기고도 남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웃겼던건 자긴 그냥 대충대충 하는 것 뿐이고 놀면서 즐기는 사람이기에 일부러 FM으로 하지 않는 것 뿐,

어리버리 타거나 싸는게 아니라는 걸 병사들에게 마치 암묵적으로 표현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럴경우엔 대게 한참 후달리는 후임급들이나 전역 얼마 안남은 개말년들은 좋아하는 경우가 간혹있지만,

분대장급이나 실세, 한참 조옷빠지는 일말,상병급은 진짜 뒤에서 엿같은 상황이었죠.

 

예를들어 전술훈련을 나갔는데, 소대장이란 넘이 좌표도 제대로 못찍어서

어리버리 까다가 소대전체가 밤을 세워 길도 나있지 않은 산 하나를 개척해서 넘은적이 있었습니다...

좌표만 제대로 찍었어도 지름길 타서 약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요....

진짜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부소대장 탓을 하고 그럴수도 있다는 듯이 넘어가더라구요..

이런게 쌓이고 쌓여서 중대장한테 찍혀 중대의 모든 잡다구리하고 자질구레하고 더러운 일들은 저희 소대로

모두 짬당했습니다...

이런 병 쉬 인 중 상 병쉬인 넘이 또 소대에 쓰잘데기 없는 악습은 없어져야 된다믄서

이등병,일병때 그거 하나만 바라보며 군생활을 참고 또 참았던 저희 상병장급 이상들한테 개 소리를 하는겁니다.

고참급이라고 해서 생활관내에서 전투화 닦기 금지, 일주일마다 돌아가며 상,병장..심지어 분대장급 일,이병이 주로 도맡아 하는 걸레질 실시.. 고참급이 후임급 휴가시 물품 부탁(싸제 담배,잡지 등등) 금지를 실시하겠다는 거였죠..

 

물론 잘못된 악습은 뿌리뽑히는게 맞고 고참급이나 후임급이나 같이 군생활하는 입장에서 서로 배려하는건 좋다 이겁니다..

근데 사실 그 목록들을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보면, 그렇게 가혹하다거나 나쁜게 아니라

그냥 어떻게 보면 소대내에서 이어져 오는 전통내지는 나중에 후임들도 고참급이 될 수 있으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같은거였는데, 들어온지도 얼마 안된 소대장이란 인간이 이런걸 일채 무시하고 지 멋대로 바꿔버리니

 최고의 FM이자 악습을 싫어하던 육사출신 전 소대장도 터치하지 않은 유일한 부분이었는데..미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한번은 그것도 제가 말출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던...말년에 점호정리중,

원래 말년은 그냥 빗자루 질 몇번 대충 하고 TV보는게 정해진 규율은 아니었지만, 어떤 일종의 법칙같은 거였고

후임애들도 말년은 그냥 거의 민간인 취급하고 아주 후달리는 경우엔 부담스러워해서 그렇게만 해주는게 오히려 도와주는 거였는데

갑자기 소대로 들어와서는 저보고 행정반 상담실로 따라오라면서 반 강제적으로 끌고가는 겁니다..

ㅋㅋㅋㅋ 막말로 저희 소대를 떠나서 전 군인들 다 통틀어 집에가기 열흘도 안된 개 말년을 그런식으로 대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일단 따라갔습니다..

뭐 단 하루를 머물러도 군인은 군이라나 어쩌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싸고 중대 짬은 다 당하는 소대장이란 인간이 그딴 소릴 하니 참 웃기더라구요..

그러면서 앞서 전역한 제 선임들을 언급하며

넌 그런 넘들처럼 무책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실망이라며 개소리를 해대길래

저도 나름 쌓인 이야기들을 명색이 소대장이라 직접 쏘아 붙일 순 없고 돌려가며 비꼬면서 반박했습니다.

 

그리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가서 잘 살아라.. 라며 다시 소대로 보내더군요 ㅋㅋㅋㅋㅋ

진짜 웃겨 듸지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

 

그러고 전 전역을 했고,

그 해 말 전역한 선,후임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들었습니다.

 

그넘이 제가 아끼던 쌍둥이 후임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그 넘 전령이었습니다..(통신병)

BOQ 간부숙소에서 술 처먹고 밤에 자는 애 깨워서 지휘통제실 앞으로 불러내 꼬장 부리다가

도저히 못참았는지 그 전령애가 선빵을 날렸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성실하고 착실하고 일도 제법 잘하던 애였는데 오죽하면 그랬겠습니까~

 

그렇게 주먹다짐으로 번지고

전령애는 만창 갔다가 타 중대로 전출보내고 그 병 위 인 소대장 넘은

불명예 전역 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군생활 하다보면 병사들도 병 쉬 인들이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간부도 병 쉬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단걸 이런넘 때문에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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