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들이 그렇진 않더라도 그래도 대부분 군생활 하실때 한두번쯤은 운 적이 있으실걸로 압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군복무 시절 울었던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저는 자대에선 울어본 적은 없고 훈련소에서 크게 두번 울어봤습니다.
1. 입대 당일
막상 입대 당일이 되니 가기 싫거나 그런 기분은 들지 않더군요. 오히려 얼른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허나 짜증이 나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가족들과 가면서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내며 갔습니다. 근데 막상 훈련소 근처 휴게실에 도착하니...밥을 먹는데 이게 밥알인지 모래알인지 구분이 안되더군요. 설렁탕에 밥 말아 먹는데 그냥 따뜻한 물에 모래 말아 먹는 느낌.
여차저차해서 연병장 도착. 담배생각이 안날 수가 없더군요. 무례함을 무릅쓰고 아빠한테 담배 한대 요청했습니다. 아빠는 웃으시며 화장실 뒤쪽 안보이는데서 피고 오라고 하셨어요. 막상 담배를 물고 나니 세상에서 그렇게 맛없는 담배는 그때가 처음이지 싶어요. 아무튼 한대 태우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합류하니 시종일관 밝았던 엄마가 우시기 시작합니다. 이건 예상했습니다. 워낙에 저를 각별하게 키우셨으니까요. 토닥토닥 해드렸습니다. 좀 있으니 여동생도 덩달아 웁니다. 평소엔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난 남매지만 오빠가 고생하러 간다하니 내심 슬펐나봐요. 기특한 마음에 동생도 토닥토닥 해줬습니다.
드디어 헤어질 시간. 가족들과 일일히 포옹하고 악수하는데...마지막으로 아빠랑 악수하는데 이젠 아빠마저 우셨어요ㅠ잘 참다가 이땐 도저히 못참고 통곡했습니다ㅠㅠ평생동안 엄한 모습만 보여주셨던 아빠인데 당신 아들의 입대에 무너지시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ㅠ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어요ㅠ입소하고 일주일동안 그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코끝이 시큰거리네요ㅠ
2. 첫 편지 받은 날
야속하게도 제 친구들, 대학 사람들 등등 친하다고 생각했던 인간들이 저에게 편지 한통을 안보내더이다ㅡㅡ;; 그렇게 간절한 상황에서 드디어 집에서 첫 편지가 왔었습니다.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읽는데...그냥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ㅠ 슬프고 자시고 할거없이 그냥 뚝뚝 떨어져요. 동생이 쓴 편지였는데 이런 문장이 적혀있었어요. "오빠야. 오빠야가 입대할때 입고 갔던 옷 소포로 집에 도착했는데 엄마가 그거 보고 또 울었다..." 아, 진짜 이거 읽는 순간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ㅠㅠㅠ훌쩍훌쩍 뚝뚝 하다가 이젠 엉엉 꺼이꺼이 대성통곡ㅠ내무실 동기들이 놀래서 저한테 다가왔습니다. 울지말라고 달래주던 고마웠던 내 동기들...근데 갑자기 얘네들이 저를 달래주다가 저를 따라 울기 시작합니다ㅋㅋㅋ집생각이 났던게 저만은 아니었던거죠. 단체로 대성통곡ㅋㅋㅋ지나가다가 소란스런 소리에 한바탕 기합주러 들어온 조교도 편지 부여잡고 단체로 울고 있던 우릴 보더니 안쓰러웠던지 그냥 가더라구요.
근데ㅋㅋㅋ아무리 울고 슬퍼도 먹는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더군요ㅋㅋㅋ마침 그날이 처음으로 건빵증식이 나온 날이었는데 동기들이 저 위로해준다고 건빵들을 저에게 다 주는겁니다ㅋㅋㅋ그 중에 제일 나이가 어렸던 동기녀석은 자기 누나가 편지에다가 쫀득이를 숨겨서 보내줬는데 그거 저보고 먹으라고 주더군요ㅎㅎ울며불며 정신없는 와중에도 동기들이 준 먹을것들 다 받아 챙겨 물도 없이 꾸역꾸역 다 먹었습니다ㅋㅋㅋ참 슬펐지만 배는 불렀던 밤이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