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가짜 군기군찰대에 혼비백산한 초소근무자들

babyARA 작성일 13.06.28 14: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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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D- day 355일

군기 순찰 나왔다고 했더니...........

때는 바야흐로 1981년 10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제대일자가 355일 정도 남았으니 1년도 안 된다. 이제 털보의 두 번째 휴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휴가 나가면 온통 다 내세상이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만 막상 휴가를 가더라도 친구들도 모두 군대 가고 같이 놀아줄 사람도 별로 없다.

미리 작업해둔 아가씨가 없었기에 청춘사업은 그대로 접어두고, 그냥 며칠을 마음 편하게 쉬고 있다가, 같이 휴가 나온 선임병을 제천에서 만나기로 미리 약속을 했었다. 일주일 뒤 제천 중앙로 모 주점에서 만나기로 선약했지만, 당시는 전화도 없었고, 다른 연락방법이 없었지만 그래도 묘하게 만나게 된다.

당시 육군전차병들은 육군 중에서는 유일하게 특별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육군들은 국방색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얼룩무늬 위장복에 베레모를 쓰고 황색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가슴에는 권총을 차고 목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물론 전투복장이지만, 휴가 때는 비공식 전투복장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물론 선임인 장병장도 마찬가지고, 털보 또한 별도로 약속을 안 해도 전차병 전투복장으로 목에 힘을 주고 주점에 들어섰다. 특별한 복장이라 주변사람들로 부터 이목을 집중받기도 한다. 물론 제멋에 사는 것이지만, 목에 힘을 바싹 주고 남들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절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한잔 술로 회포를 풀고 해가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할 때, 장병장이 특별한 제안을 하는 것이다.

"어이! 털보. 우리동네 방위병들 군기순찰 좀 나가보자." 

하늘같은 장병장이 제의 하는데,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

"어디로 갈 겁니까?"
"따라 와 보면 알아" 출발!

마을 인근에 무기고 근무하는 방위병들 군기가 해이하다고 한번 교육을 시키자고 한다. 

요즘 시대에는 좀 이해가 안가겠지만, 당시에 그 지역의 방위병들은 현역군인들 보면 깍듯이 인사하고 나태한 자세가 발견되는 시정조치까지 받던 그런 시절이었다.

장병장이 앞장서서 찾아간 곳이 시골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무기고였다. 

당시 그 지역에 비상사태 발생 시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지면 그 무기고에서 무기를 지급받아서 동원하는 체계였다. 그곳에 근무자들은 주로 그 지역에서 방위병으로 편입된 사람들이 몇 명씩 조를 짜서 교대로 무기고를 지키고 있다.

두 사람은 전차병 얼룩무늬복으로 갖추었지만, 물론 계급장도 달지 않고 다닌다. 
예로부터 전차병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깡다구 그것 하나만으로 겁 없이 거리를 활보한다.

무기고 앞에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어둠이 짙어 지기 시작하니, 
초소 근무병이 정위치 하기 지겨운지 흐느적흐느적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장병장이 앞서서 들어가면서 초소근무자에게 다짜고짜 말을 던진다.

"이상 없나?"
초소에서 군기가 빠져서 흐느적거리던 근무병이 눈이 번쩍 뜨이는 모양이다.
영문도 모르고 그는 특이한 전투복 차림의 군인이 나타나니까 곧바로 받들어총을 하면서 인사를 한다.

"단결! 근무 중 이상무"

"다른 근무자들은 어디 있나"
"넵! 대기실에 있습니다."

"그래! 오늘 이곳에 근무기강이 해이하다는 연락을 받고 군기순찰 나왔다."
"초소 근무자는 갑자기 얼굴이 경색되면서, 온몸이 굳어 버린다."

장병장은 초병을 밀치고, 무기고 옆쪽에 있는 근무자들 대기실로 진입했다.
근무자들 대기실에 들이닥치니, 6명이 장기도 두는 사람도 있고, 누워서 잠자는 사람도 있었다.

"어허! 이것들 봐라"

"기상! 초병만 제외하고 전원 무기고 옆으로 집합"
세월아 네월아 탱자탱자하던 근무자들이 모두 얼굴이 경색되고 총알같이 밖으로 튀어나온다.

"일렬횡대로 집합. 열중쉬어! 차렷.....열, 차, 열, 차.....자동...............
"어허! 이것들 동작 좀 봐라!" 취침 기상, 취침 기상"

방위병들은 영문도 모르고 지시에 따라 정신없이 동작을 취했다.

한참동안 방위병들의 정신을 빼놓고, 장병장의 일장 연설이 시작된다.

"내가 누군지 아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육군기갑부대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군기순찰대다."
얼마 전 보고받은 내용에 의하면 이지역의 방위병들이 근무기강이 헤이하다는 보고를 받고 들렸다."

"지금 전방에서는 근무하는 현역병들은 북한의 도발을 막기위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아냐?"

"그런데 내 지역을 지키는 자세가 이 모양이니, 어떻게 너희들을  믿고 전방을 사수하겠냐?"

장병장은 근무자들을 부동자세로 세워놓고 한참동안 일장연설을 하고나서, 

"오늘은 처음이니만치, 이정도로 정신 교육만 시키는 것으로 마치겠다. 
하지만 차후 또 다시 이런 보고가 들어올 경우에는 모두 각오하고 있어라.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모두 마음이 놓이는지 부동자세로 힘차게 합창을 한다.

장병장은 이렇게 한참동안 일장 연설을 한참동안 하고 있지만, 
감히 누구하나 질문을 하거나 토를 다는 사람이 없이 쥐죽은듯 부동자세로 경색되어 있었다.

한참동안 군기교육을 시키고 온몸에 힘을 바싹 주고 무기고초소를 유유히 걸어 나왔다.

그때서야 비상상황이 해제되었음을 직감한 보초병이 힘차게 받들어총을 한다. "단결! 계속 근무하겠음"

한참을 걸어 나와서 장병장은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짜식들 군기가 빠져 가지고 개판이구먼....... 그러니 늘 방위병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듣는 거야............"
"아마 저녀석들 기갑부대가 뭔지도 모를 뿐더러, 군기순찰대가 있다는것도 처음 들었을거다."........ㅋㅋ

사실 직속상관이 아니면 지시하거나 명령할 수 없다고 하지만, 당시는 특수부대에서 길러온 자신만만한 용기 하나만 믿고 방위병들을 엄중하게 교육 시키고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의 육군 전차병이라는 자부심을 뿌듯하게 가슴에 안고 밤이 깊도록 "내 생명 전차와 함께"를 외치며 건배를 하고 있었다.


출처: http://boskim.tistory.com/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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