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첫 면회 후 소식이 뜸한 펜팔녀 무작정 찾아 갔더니

babyARA 작성일 13.06.28 14:36:22
댓글 0조회 1,343추천 0
제대 D-day 365일 

무작정 찾아간 펜팔녀, 그러나.......

때는 바야흐로 1981년 10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제대일자가 365일, 딱 1년정도 남았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한다. 이때쯤되면 단풍시즌이라 부대앞을 지나가는 설악산행 관광버스 행렬이 매일같이 줄줄이 사탕처럼 하루종일 끊이질 않는다.

부대 울타리 안에서, 세상이 그리워 질때 쯤 털보의 두번째 휴가가 시작되었다. 

휴가 첫날 출발하면 어디로 갈까? 일단은 지난번 면회왔던 명희씨를 서울가서 한번쯤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을한다. 지난번 큰 마음먹고 일부러 면회온 명희씨를 PX 면회실에서 얼굴만 보았으니 얼마나 실망하고 돌아갔을까?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핑게를대며, 한동안 편지도 뜸한것은 잊기 위해서가 아닐까? 

인제에서 서울까지 가는 직행버스의 차창을 내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다 하면서 그녀가 근무한다는 종로구 창신1동 487-5번지라고 적힌 편지봉투만 달랑들고 무작정 골목길 번지수를 헤아리고 있었다.

 몇번이고 주머니에서 편지봉투를 꺼내보고 또 보고, 골목길 벽에 붙어있는 번지수를 맞추어 가면서 드디어 찾아낸 곳이 명희씨가 근무하고 있다는 봉제공장이였다.

마침 휴식시간인듯 회사작업복 차림의 아가씨들이 문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저어~ 권명희씨 좀 볼 수 있을까요?"

그중에 제일 애띤 아가씨가 먼저 대답을 한다.
"명희언니 어제부터 3일간 안나온다고 했는데요."

아뿔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그녀가 출근 안한날 찾아간것이다.

"권명희씨 무슨일이 있나요?"
"잘은 몰라도 개인적인 사정이 있데요.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시지요?"

"저어~ 명희의 오빠입니다."
그때 아가씨들의 눈길이 군바리의 모습을, 위에서 부터 아래쪽까지 쭈욱 훑어 보더니............

"아저씨는 김씨인데..........어떻게 오빠가 되는거죠?"

"명희의 고종사촌 오빠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말을 둘러치고 돌아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을 뒤로하고 허전한 걸음을 옮기면서 온통 상상을 다 하게된다.
"도대체 무슨일일까? 요즘 예전처럼 편지도 잘 하지도 않더니, 공장까지 그만 둘 생각인가?"

휴가때 명희씨를 만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려 한것이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쓸쓸하고 무서운 발걸음을 돌리면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 제천까지 가기위해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고향가는 완행열차를 타고 차창밖을 스치는 풍경을 바라보니 명희씨의 모습이 머리속에 아른거린다.

고향에 돌아가서 3일만에 이웃동네 집안 아저씨댁을 오랫만에 찾아갔다.

물론 친척집이니까 휴가 나왔다고 인사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유일하게 동네에서 전화가 있는집이다.
오랫만에 반갑다고 과일상을 내주시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눈길은 전화기에 두고 있었다.

"저어~ 아주머니, 전화 한통 써도 될까요?"

"어디 전화할때 있으면 쓰도록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기 핸들을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당시는 검정색 전화기의 오른쪽에 핸들을 한참 돌리면 교환이 나오는 자석식 전화기였다.

"여보세요? 서울 567-7890번 연결해 주세요."

전화를 끊고 서울에 전화국과 연결대기 시간이 약5분정도지만 그렇게 지루할수가 없었다. 

잠시후 전화벨이 울렸다.

"서울 567-7890 전화 연결되었습니다. 통화하세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연결된 전화를 받으니, 경리인듯한 어떤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권명희씨 통화좀 할 수 있을까요?"

"권명씨는 당분간 출근한해요. 그런데 누구시죠?"
"알았어요. 그럼 출근하면 고향에서 오빠한테서 전화 왔다고 전해주세요."
이런저런 해명하기도 그렇고 언른 말을 돌려치면서 전화를 끊고나니 마음이 허탈하기만했다.

옆에 있는 아주머니는 자꾸 호기심이 생기는지 자꾸 캐묻는다.

"아니~ 그냥 아는 동생이예요."
"그럼 이쁘게 생겼어? 몇살이야?"

재미있다는듯이 아주머니는 자꾸 질문을 하기에, 화제를 돌렸더니 눈치를챈듯 더이상 질문은 없었다.
그러나 휴가를 마치고 귀대를 한후에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다.

"갸가, 군대가서 서울있는 색시를 하나 꼬셨나봐. 참! 그녀석 그래도 재주가 있어^^"

이렇게 말이 퍼저나가기 시작한것이 한다리 두다리 건너서 온동네 소문이 나고 말았다.

"돌배나무집 아들이 서울있는 색시를 사귀었는데, 멀지 않아 국수 먹을것 같다고.....ㅠㅠ"

소문난 잔치 먹을것 없다는데.........소문은 무성하게 나면 뭐할까?
떡줄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만 마신 나자신의 꼴이 우습기만 했다.

그럼 첫 면회후 연락이 뜸해지고, 휴가나가서 만나지 못했던 펜팔녀 권명희. 다음의 스토리는 어떻게 진행될까? 그녀의 이야기는 후편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젊어서 연애 한번 재대로 못해보고 단 한방의 중매결혼에 골인한 주인공이지만, 그래도 털보의 군대시절 그녀들에 대한 찬란한 껄떡거림은 다음편에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어떻게? 쭈~우~욱~~~


출처: http://boskim.tistory.com/622

babyARA의 최근 게시물

밀리터리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