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군악대 나옴.
본부대랑 같은 막사 썼음. 문제는 대장 짬이 본부대장보다 항상 밀려서 본부대장한테 꼼짝못함. 어쩔땐 본부대장이 우리를 마치 자기휘하병력으로 생각하는 듯한 인상마저 받음.
본부대 인원들이랑 같이 사단장 공관, 작부, 행부 공관 작업 등등 다니고 본부대 작업에도 차출되고... 여러모로 피곤했음. 지금와서 기억나는 건 우리가 쓰고 청소하는 화장실이 같은 건물 다른부대보다 훨씬 깨끗한게 자랑이었네. 다른부대들보다 깨끗이 쓰고 깨끗이 닦았으니 ㅋㅋㅋ 나름 군악대는 빡세다는 데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던 듯.
우리 경계근무는 야간에 섰고, 짬안될 때는 탄약고 선 기억도 있긴 한데, 군생활 통틀어 보면, 경비소대랑 같이 정문이랑 사단장 공관 근무를 주로 섰음. 경비소대 업무내용을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에, 항상 경비소대 한명, 우리 한명 이렇게 섰어야 했음. 그래서 원래는 다른부대 아저씨지만 근무를 같이 서야 하니 경비소대와 우리는 선후임을 같이 따졌음.
사단사령부 정문 경계근무 서면 참 기분 애매했던게, 사단 사령부가 시내에 있어서 정문 밖이 바로 차도에 길건너편엔 맨션이랑 아파트 이런거 있고 그랬음. 물론 외진 길이라 야간엔 인적이랑 차량통행이 뜸하긴 했음.
암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근무서던 어느날 밤의 일이었음.
그날도 여느날과 별다를바 없이 경비소대 선임과 근무 서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문으로 왠 여자가 천천히 걸어옴.
경비소대 고참이 민간인 면회자 접응하는 형식으로 대응했던 듯. 나는 야간근무만 서니까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밖에 안해봤으니. 그 상황에서 그랬다면 웃겼을 듯.
여자는 말소리도 작고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듯 했음. 내가 접응한게 아니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약간 취한것 같다고 선임이 말한듯. 말하는 내용인 즉, 사단 기동대에 있는 모상병을 만나야겠다는 것임. 이시간에 면회라니. 경비소대 선임은 당연히 안된다고, 낮에 다시 오라고 하는데, 안가고 계속 그러는 거임. 선임이 위병소로 무전 날려서 알리고 위병소에서는 기동대로 연락 취해본다고 했는데, 잠시후에 안된다고 무전옴. 기억이 확실치 않음. 이게 부대에서 거부한 거였는지, 그 모상병이 거부했다고 했는지 가물가물함. 아무튼 답이 돌아오자, 그 여자는 힘없이 축 쳐져서 걸어서 멀어져감.
난 이제 상황 끝인가보다 별일도 다 있네.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같이 근무서던 선임이 야 저거 저 여자 약 먹는거 아니냐 이러는 거임. 다시 보니까 저기 멀찌감치에 여자가 한손에는 생수병 같은거 들고 있는데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음. 곧이어 선임이 뛰어서 쫓아감. 난 당시 짬이 아직 후달릴 때라 근무지 이탈은 엄두도 못낼 때였는데 완전 긴장해서 혼자 근무섬. 한 오분? 정도 후에 선임이 돌아왔는데 여자를 데리고 돌아옴. 여자는 상태 안좋아보이고. 여자가 수면제를 다량으로 먹었다는 거임. 위병소에 연락해서 119에 신고해서 앰뷸런스 부르고, 여자는 위병소 안에 야간근무 예정자들 자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 눕힘. 그동안 난 계속 혼자 근무섬. 경비소대 없으면 빵구날 것들이 있을까봐 긴장했는데, 다행히 출입차량 별로 없었음. 그리고 잠시후에 위병소에서 취침중이던 군악대 후임이 어벙벙한 얼굴로 근무교대하러 나옴. 저 여자 누구냐고. 일어났는데 옆에 왠 여자가 누워있어서 깜짝놀랐다고. 간단하게 정문잎 자살기도자라고 말해주고 난 막사로 복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