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이 생각나서 잠이 안오는 건지, 잠이 안와서 군생활이 생각 나는 건지... 전역한지 10년도 넘게 지났는데 오늘 뜬금없이 마음에 군생활 일들이 떠올라서 끄적여 봅니다.
한가지는, 분대장 때 받았던 신병. 전 군악대에서 복무했는데, 각 악기별로 사수 부사수 체계입니다. 그런데 이 신병이 전입하고 얼마 지나서 악기파트 배정이 된 후에, 너희 사수 나팔 잘부냐고 옆에서 물어보니까 아니라고 했답니다... 지금 사수 있는 앞에서 그랬던 걸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아마 그랬을 겁니다. 사람이란게, 감정이 상해서 한번 싫은 사람은 뭘 해도 싫잖아요. 자기가 파트 사수인데 악기를 못분다는 부사수한테 들었으니. 게다가 사수가 좀 잘 못하는게 사실이기까지 했습니다. 악기는 사회에서도 배우고 오는거라 부사수가 사수보다 잘할 수도 있겠지만, 자존심을 건드려 놨으니. 군대에서 사수한테 밉보이면.... 사수가 조낸 갈궈서 사수 뱀 될때까지 개고생하거나, 아니 그것보다 그런 말을 하는 성격으로 볼 때 사수랑 싸우고 사고칠 확률이 높아보였죠. 그래서 그 신병을 불러서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 해서 타일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제가 말을 썩 잘하는 편도 아닌데 그때는 말을 더 이상하게 했던 것 같네요. 좀 더 내 스스로 할 말 정리한 다음에 불러서 얘기했어야 되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주절주절 말한 듯한. 암튼 전역하고 한참 있다 나한테 그 일 일러준 녀석이 고참되었을 즈음에 갑자기 저한테 전화해서 그 사수가 그 부사수 때리고 영창 가고 부사수는 다른부대 전출갔다고 말해주더군요. 뭘 어쩌겠습니까. 씁쓸했죠.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걔만 타이를 게 아니라 사수랑도 얘기 좀 하고 살폈어야 했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걸로 결과가 바뀌었을 거라는 자신은 없지만, 잘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일은 전역하기 정말 얼마 안남았을 때 일입니다. 그때가 말년휴가까지 다녀온 뒤였던가, 가기 직전이었던가 그랬어요. 견장 떼기 직전. 군기는 이미 빠질 때로 빠져 있었고, 맡후임들도 분대장이었는데 저랑 일주일 차이로 후임이 된 애들이라 다 같이 군기는 이미 물건너갔다고 봐야죠. 그 상태에서 다들 견장 달고 있었으니... 행사를 나갔는데 빵꾸가 여기저기서 속출하는 겁니다. 군악대 생활하면서 듣도 보도 못하고 상상도 못했던 빵꾸가 그날 터졌어요. 마지막 행사인데 ㅋㅋㅋㅋㅋ. 간신히 행사 마치고 마지막 복귀에서까지 빵꾸 ㅠㅠ. 유종의 미 따위.... 암튼 그렇게 돌아오니 마음이 많이 안좋았죠. 일단 내무반에 애들 다 불러놨는데, 불러 놓고 애들 각 잡고 있고. 난 이제 빠이빠이 하는 사람이고. 내가 뭐라고 해야하나. 가만 생각해 보니까 어차피 책임자는 나잖아요. 빵꾸 난 건 결국 일은 애들이 하더라도 분대장으로서 제가 다 체크했어야 하는 일들인데, 군기가 빠져서 신경을 요만큼도 안쓴거죠. 사실 훨씬 전부터 신경을 이미 놓고 있었는데 자기들끼리 잘 굴러가서 그동안 빵꾸가 안난게 장하다고 해야 할까요 ㅋㅋㅋ 암튼 그러고 나니까 애들한테 뭐라 하는게 책임전가 같고 이제 자고 일어나면 견장 떼고 애들이랑 말 놓을 사람이 뭐라 해봤자 우습기만 할거고. 그래서 그냥 난 이렇게 밖에 못하니까 너넨 잘해라 그러고 말았죠. 후임 하나가 뭔가 기분 좋게 우렁차게 대답했던것도 기억이 남네요 ㅋㅋㅋ 똘똘한 후임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