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기본병기는 누가 뭐래도 소총이다. 육·해·공군 상관없이 군인이라면 기본적인 훈련 가운데 하나가 사격술 훈련이고 소총과 익숙해져야만 한다. 그래서 무기체계를 국산화하는 나라는 보통 소화기부터 시작한다. 북한이 그랬고, 우리도 그랬다. 이렇게 한 나라의 기본무장이 되는 소총은 보통 2~30년 주기로 교체된다. 정확히는 소총을 포함한 총기의 수명은 사용년도가 아니라 발사되는 발수에 바탕하여 가늠하는데, 보통 1만5천 발에서 최대 2만 발까지를 수명으로 본다. 그러나 단순히 해당되는 발수를 모두 사격했다고 해서 총기의 수명이 끝나 교체되는 것은 아니고, 나라에 따라서는 총열을 교체하고 기타 부품 등을 재생하여 다시 사용하기도 한다.
1980년대와 90년대 많은 국가들이 제식소총을 교체했던 바 있다. 미국은 M16A2를 채용했고, 우리나라는 K2를 개발하여 배치했다. 구 소련권에서는 구형 AK-47 소총에서 사용하던 7.62×39mm탄을 대체하여 5.45×39mm탄으로 채용하면서 AK-74 계열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30년이 지난 최근에 들어, 또다시 총기의 교체가 이슈가 되고 있다.
? 프랑스군의 신형소총은 독일제
[사진 1] FAMAS F1 소총
프랑스군은 1978년 이후 줄곧 FAMAS F1 소총을 사용해 왔다. F1 소총은 당대로서는 드문 불펍식 소총으로 프랑스군은 슈타이어 AUG를 채용한 오스트리아 이후에 두 번째로 혁신적인 디자인을 채용했었다. 그러나 F1은 25발 탄창을 채용하고 있는데다가 나토표준식이 아니어서 1994년부터는 이를 개량한 G2가 개발되기도 했지만, 프랑스 해병만이 이를 채용하였을 뿐 육군은 F1을 그대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상당히 무거운 무게에다가 NATO 호환탄창도 쓸 수 없고 레일 장착도 제한되는 F1은 반드시 교체해야만 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파마스 F1을 40년간 사용해 온 육군은 이제 새로운 총기를 획득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교체를 목표로 2015년부터 새로운 모델을 물색했는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프랑스의 실용적인 태도이다. 10만여 명의 육군을 위해 별도의 소총을 개발하는 것은 심각한 낭비일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국내의 조병창도 대규모 물량을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해외 제품을 직도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2014년 프랑스군이 EU내의 회사에서 제작한 소총 9만정을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베레타, FN, HK 등 유럽의 모든 총기메이커들이 한숨에 달려들었다. 후보로는 베레타 ARX160(이탈리아), HS프로덕트 VHS(크로아티아), 스위스암스 SIG MCX(스위스) 등이 달려들었으나, 최종후보로는 FN SCAR(벨기에)와 HK416(독일)이 남았다. 그리고 2016년 8월 프랑스 국방부는 HK416을 차기소총으로 선정했다. 프랑스는 매년 1,600정씩 소총을 구매하여 최종적으로 9~10만 정을 채우면서 사업을 종료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스에 납품될 모델은 HK416F로 명명되었다.
[사진 2] HK416 소총
HK416은 G3와 MP5 등으로 유명한 독일의 헤클러&코흐(이하 HK)사가 제작한 소총이다. 미군이 현재 제식으로 사용하는 M4를 교체할 목적으로 HK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총기로, 처음 개발되었을 때는 HKM4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M4의 가스직동식과는 달리 HK416은 쇼트 스트로크 가스피스톤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노리쇠가 열을 받지 않고, 물 속에 넣었다가 곧바로 사격이 가능한 점 등 가스직동식보다 훨씬 더 높은 신뢰성을 보여 각광받았다. 문제는 HK416은 보통 미화 1,000달러 내외에 불과한 M4계열 소총의 2배 가격으로 즉 2,000달러에 이른다. 값비싼 가격이지만 우수한 성능으로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델타포스와 데브그루 등 ‘티어1’ 특수부대들이 HK416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빈라덴을 사살한 총기도 바로 HK416이었다고 한다.
[사진 3] 새롭게 선정된 HK416 소총
? 독일의 소총교체사업은 좌절
[사진 4] G36 소총
독일은 과거 G3라는 매우 훌륭한 7.62mm 소총을 제식소총으로 채용했었다. HK가 제작한 G3는 1956년 첫 시제품이 등장하고 1959년부터 독일군에 채용되었다. 그러나 보병전술의 변화로 5.56mm 등 경량탄이 추세로 바뀌면서 독일군은 1997년부터 G36소총을 채용하여 17만 정 가깝게 보급했다. G36은 독일군 이외에도 스페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채용되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G36은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성능을 보여 주었다. 슈타이어 AUG 이후에 가장 많은 플라스틱(정확히는 폴리머 계열)을 총몸에 사용한 소총으로 미래형이라고 각광받았지만 그게 패착의 원인이 됐다. G36은 폴리머 총몸에 총열을 결합시켜 놓았는데, 조준장치나 레일 등은 별도로 폴리머 총몸에 결합시켜 놓은 바람에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 즉 오랜 기간 사격이나 급작스런 연발사격으로 고열이 발생하면 폴리머 재질이 녹아 내리면서 총열이 틀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사진 5] 독일군이 기존에 사용하던 G36 소총
최초에 총기가 배치되었을 때는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채용된 지 십여 년이 지난 2010년경부터 문제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아프간 전선에 배치된 총기로 300m 이상의 표적에 사격할 경우 심각한 명중률 저하가 목격된 것이다. 그러나 독일군 수뇌부는 여기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연사하거나 총기를 혹사하지 말고 단발 사격을 권고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일관했다. 그러다가 결국 2015년 독일 국방부는 더 이상 독일군에서 G36의 미래는 없다면서 퇴출을 선언했다. 제작사인 HK는 2015년 정당 600유로에 문제가 되는 총기를 수리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HK는 G36 퇴출에 대항하여 육군의 획득본부가 있는 코블렌츠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내용은 G36의 설계 및 제작에서 HK의 잘못은 없으며, 이는 독일 국방부의 요구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즉 G36의 개념이 등장하던 80년대에는 구소련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총기를 개발한 것이고, 작동 환경이 유럽 내를 상정하고 있었지 아프가니스탄까지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였다. 2016년 6월 독일 법원은 HK사의 손을 들어줬다. 군이 2010년 문제를 발견하고도 제작사에 개선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독일군은 G36을 그대로 쓰게 되었고, 그 퇴출을 결정했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국방장관은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여전히 독일군 제식소총의 문제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36의 대체모델로는 역시 HK사의 HK416(독일군 분류명 G38)이 유력시 되었으나 앞으로 귀추를 주목할 일이다.
[사진 6]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G36 소총의 퇴역은 일단 보류되었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 인도군의 소총사업
[사진 7] 신형소총이 개발중이었음에도 인도군은 급하다는 이유로 AKM 10만 정을 도입했다.
인도군의 소총사업은 지독히도 얽히고 꼬였다. 인도군은 1950년대부터 FN FAL을 제식으로 채용하였으나 5.56mm탄이 추세로 굳어지자 1980년대부터 5.56mm NATO탄을 사용하는 총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인도 국방연구소인 DRDO에서 INSASIndian Small Arms System 소총을 1998년 개발하여 양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이 가속화되면서 INSAS가 시일내에 실전배치될 수 없게 되자, 인도군은 별도로 10만 정의 AKM 소총을 러시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서 수입했다.
INSAS는 가스피스톤 방식으로 3점사 기능은 물론 다양한 버전에 반투명 플라스틱 탄창까지 채용하는 등 현대적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INSAS는 치명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5.56mm NATO탄과 완벽한 호환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군의 5.56mm탄은 탄약공유가 불가하다. 결국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가 2013년 12월 탄약부족시 인도군으로부터 탄환을 공수할 수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3점사로 사격할 경우 작동불량이 반복되며, 사격시 총강유가 얼굴에 튀는 등 사소하고도 치명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인도군 내부에서는 INSAS보다 AKM을 선호하게 되었다.
결국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2014년에는 인도의회가 조사에 나섰으며, 2015년에는 INSAS로 병사들이 목숨을 잃는다며 공익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도 국방부는 총기에는 문제가 없다며 필사적으로 방어에 나섰는데, 공익소송의 경우 증거불충분 등의 사유로 결국 기각되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미 새로운 소총을 도입하겠다고 2011년부터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INSAS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 알 수 있다.
인도 육군은 2011년 11월 6만 5천여 정의 5.56mm 소총 구매공고를 띄웠는데, 여기에는 추후 10만정의 국내면허생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무려 34개의 총기제작사들에게 공고가 전달되었으며, 2013년에 최후 후보기종이 선정되었다. 베레타 ARX-160(이탈리아), CZ-805 BREN(체코), IWI 갈릴 ACE(이스라엘), SIG SG551(스위스), 콜트 M4(미국)였다. 그리고 2014년 10월에는 최종후보로 ARX-160과 갈릴 ACE가 남았다. 그러나 2015년 6월 인도는 돌연 구매를 취소해 버렸다. 그리고는 2016년 9월 27일 인도 국방부는 돌연 7.62mm NATO탄을 사용하는 소총을 구매하겠다면서 RFI를 띄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8] INSAS 소총을 교체하기 위한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 호주군의 EF88 사업
[사진 9] F90 소총
호주군은 냉전시절까지 FN FAL 소총을 주력으로 사용하다가 1988년 F88 소총을 제식으로 채용했다. F88은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 AUG A1을 호주에서 국산화한 것으로, SS109탄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었으며 1.5배율 조준경을 표준으로 하고 있다. 이후 2009년에는 작동방식을 개량하고 피카티니 레일을 장착한 F88-A2를 선보이며 아프간 등 파병부대 위주로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EF88(최근에는 F90으로 명칭변경) 사업을 추진하여 2012년 제품을 선보였다.
F90은 플로팅 배럴과 플루티드 배럴을 채용하여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 피카티니레일을 전면에 채용하여 확장성까지 높였다. 그리하여 F90은 2015년 6월부터 왕립호주연대 제1대대에서 채용된 것을 기점으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을 시작하고 있다. F88을 생산하던 리스고우 조병창이 탈레스 오스트레일리아로 민영화됨에 따라, F90의 생산도 탈레스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F90의 실질적인 생산은 국내 업체에서 담당하여 납품하였다.
? UAE CAR816
[사진 10] CAR816 소총
걸프만 국가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가 바로 UAE이다. UAE는 겨우 100만 명도 안되는 인구임에도 무려 6만 5천여 명의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걸프만 국가들에 비해 군사력 사용에 매우 적극적이다.
UAE군의 제식소총은 콜트사의 M16과 M4였으나, 최근에 현대화를 결정하고 교체기종을 물색하고 있었다. 군 뿐만 아니라 내부치안병력까지 포함하여 8만 정을 도입하는 사업은 UAE의 총기 제작업체인 카라칼의 몫으로 2015년 결정되었다.
카라칼은 2007년 창설된 회사로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경험의 총기설계자들을 모집하여 다양한 총기들을 런칭했다. 이미 특허권이 풀린 M16/M4 설계를 바탕으로 한 CAR814와 CAR816 등은 2013년부터 등장했다. UAE군이 도입하기로 한 것은 그 가운데 CAR816으로 알려지고 있다. CAR816은 HK416처럼 쇼트 스트로크 가스피스톤 방식의 소총으로 신뢰성이 높다.
? 교체 추세는 계속
[사진 11] K2C1 소총
이 외에도 러시아, 폴란드 등의 국가가 차기소총의 개발 및 선정작업을 한참 진행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필리핀, 이라크,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차기소총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구공산권 국가의 경우에는 기존의 7.62×39mm 탄환을 버릴 수 없는 경우도 많아, 현대적 디자인이지만 기존의 AK-47 탄환과 탄창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총기를 요구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해외 총기회사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다. 콜트, 레밍턴, HK나 SIG 등 유수의 총기제작사들이 대한민국 육군이 새로운 총기를 채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조심스럽게 시장진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에는 K1과 K2라는 유수의 총기가 있고, 이를 제작한 건실한 총기제작사인 S&T모티브가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개량형인 K2C1 소총까지 실전배치를 하고 있다. 물론 레일발열 등으로 문제가 되긴 했지만 우리 군에서 눈에 띄는 장기적인 계획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해외 회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대한민국의 제식소총도 교체시기가 다가 오고 있다. 그 해답이 K2C1인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총기가 되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재검토할 시점이다.
개인적으로 K2는 이제 그만..........
FN SCAR나
HS프로덕트 VHS가 어떨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