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본인은 기무사 운전병으로 복무했었다. (응... 맞음. 사복입었고 폰 있었다)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다만, 전국 각지를 출장다니는 보직을 맡아서 별별 군생활들을 다 목격했었음.
민감한 기밀 같은거 제외하고 본인이 목격한 별별 군생활 썰을 몇개 이야기 해보려한다.
(부대에서 요청하면 글 삭제할 용의 있음. 그리고 아래 내용 통해 나 알아보는 선후임은 그냥 무시해주길)
1. 기무 에하부대 사병의 군생활.
기무사령부는 경기도에 있지만,
군필들은 알다시피 기무부대는 전국 부대마다 일정규모의 '예하부대'를 편성하여 운용한다.
사단본부 출신 병사들은 사단내에 기무부대 건물이 따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거임.
거긴 (예하부대치고는) 나름대로 좀 큰 단위의 부대여서, 간부빼고 사병의 수가 수십명정도 된다.
그래도 수가 적은 것은 마찬가지라...
아무래도 왕고급 병사들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되는 듯 하더라.
군기는 있지만 그래도 대학동아리 같은 느낌이다 얘네는.
정신 바로박힌 놈이 1년에 하나만 나타나도 부조리같은게 세대를 건너건너 세습되는 일은 없다는 듯.
....
진짜 재밌는건 작은 단위의 예하부대다.
어떤 곳은 병사가 두명정도 밖에 안됨...
간부는 열명 남짓 되는 부댄데, 간부들이 다 퇴근하고 나면 오후 6시부터는 이 부대에 얘네 둘만 남는다.
내무반(?)에는 오래된 훈련소같은 침상과 TV따위가 있는데, 보통의 내무반을 가로세로 3마터정도로 줄여놨다고 생각하면 된다. 둘이 살기엔 나름 쾌적하다.
공간을 봤을 땐 4-5명까지도 생활이 가능했겠다 싶은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부대가 이래저래 풍파를 겪다보니 규모가 많이 줄었다...
그래서 이제는 T.O가 두명밖에 되지 않는다더라.... 얘네들 군생활이 진짜로 눈물겹다.
나와 내 선임, 두명의 출장운전병이 갔더니 굉장히 반가워하며 첫날부터 온갖 부식들을 꺼내주더라. (사람이 고팠는지)
여튼 쉽게 친해 질 수있었다.
둘째날은 돌아올때 치킨을 사서 나눠 먹으며 군생활에 대해 몇가지 대화를 했다.
- 둘만 있어도 선후임 관계는 분명하더라, 그런데 아무래도 좀 더 각별할 수밖에 없긴 함.
- 둘 중에 후임은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데 못해서 슬프다고 함.ㅠㅠ
- 그런데 둘 중에 선임이 하필 킥복싱을 했다더라, 스파링 파트너로 몇달째 고통받는 중이었다.
- 이 선임이 상당히 쾌남이었음. 전역후에도 페북으로 한두번 연락했는데, 물론 자연스럽게 끊어짐.
개인정비 시간이 정말정말정말 많은게 장점이긴한데, 또 크나큰 단점이기도 한 것 같았다. 너무 외로워서,...
몸이 편하고 말고를 떠나서, 보기에 참 안쓰러웠던 군생활 중 하나였다.
그래도 고시공부같은거? 맘먹고 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분위기긴 했음.
ps1. 그리고 놀랍게도 사병이 한명인 기무부대도 있음. 이런 경우는 주변의 큰단위 부대에서 출퇴근을 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모 부대에 소속된 예하부대가 이런경우였는데, 국방부에 있는 비교적 큰 기무부대에서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한단다. 지하철 타고 -ㅅ-;;;
군대에서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사회와 떨어져있다는 고립감 같은게 있는데, 얘는 그런건 없다고 함.
ps2. 국내공항에도 기무부대가 있는데, 여기도 병사는 두세명밖에 안된다. 얘넨 운전병 말고 행정병도 사복입고 다님. 승무원과 사귄놈도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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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계룡대 소방대
작성자 본인은 운전병이었기 때문에, 경산 제2야수교에서 후반기교육을 5주간 받았었음.
그때 같은 분대였던 친구가 계룡대에 배치받은 것을 잊지않고 있다가, 상병 때 계룡대를 방문했을 때 그 친구를 찾아갔다!
계룡대에선 따로 소방대를 운용하고 있다.(아무래도 도심지와 떨어져있고, 계룡대자체도 어마어마하게 크다보니)
그런데 문제는,,, 불이 나지 않으면 얘들이 할일이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인원을 적게 운용하자니, 화재 발생시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규모를 줄일수도 없다.
결국 어이없게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소방대 병사들이 십수명이 된다.
원칙적으론 대기상태기 때문에 대기장소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가만히 있기는 뭐하니 부대에서 당구 탁구대도 놔주고 책도 놔주고 했던 모양이다.
밖에서 기웃거리며 보니 참 가관이었다. 이게 멀티방이여 군대여.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 또한 버티기 힘든 막막함이라고 칭얼댔다.;;;
내가 소나타를 타고 온 것을 보고 부럽다 소리를 연발하기에, 너는 어떤 운행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런거 없단다.
무슨 소린고하니 이렇다.
- 불이 나지 않으면 소방차가 움직일 일이 없다, 고로 운행이 없다.
- 불이 날 가능성이 있는 곳에 소방차가 미리 가는 경우가 있다, 하루에 한두번 헬기장에 헬기가 뜨고내리는 때.
- 대기에 지친 사병들은 앞다퉈서 이 운행이라고 나가고 싶어한다. 결국 짬순으로 최고참만이, 하루에 한두번 운전을 할 수 있다;;
짬 찰수록 운행 피하는 우리 부대입장에선 헛웃음 나오는 소리였음.
이후 내차를 타고 계룡대를 한바퀴 돌면서 이야기 나눴는데, 웬걸 나보다 부대 지리를 더 모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1. 계룡대 안에는 서점도 있고, 치킨집도 있고, 피자집도 있고, GS25도 있다.
ps2. 그런데 부대가 너무 크고, 사병들 동선도 한정되어 있다보니 이걸 다 활용하는 애들은 없다. 오히려 나같은 애들이 10일 출장동안 즐거웠다(타부대+차있고+사복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