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애인]

영화사랑20 작성일 05.12.01 1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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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 낯선 남녀의 일탈의 사랑 -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여자(성현아)와 남자(조동혁). 여자는 남자에게서 묘한 느낌을 받지만 스쳐 지나가는 인연쯤으로 여기고 급히 벗어난다. 우연히 헤이리에서 다시 만난 남녀는 충동적인 섹스를 갖는다. 이후 오래된 연인처럼 다투고, 화해하고,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하루 뿐. 남자는 내일이면 이 땅을 떠나 아프리카로 가야 한다. 여자 역시 결혼을 약속한 애인에게 돌아가야 한다.




‘애인(제작 기획시대·감독 김태은)’에서 여자와 남자는 서로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여자는 7년 된 애인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 결혼까지 한달, 익숙해진 연인은 사랑한 만큼 지옥도 같이 키워왔다. 그러면서 그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게 정말 지옥이다. 권태로움에 익숙해진 그녀에게 갑자기 찾아온 하루 동안의 짧은 사랑은 충분히 충동적이면서도 달콤하다.


시작부터 불온한 연애를 잉태한 남녀는 서로의 아픔만 간직한 채 물러선다. 생각나 함께 하고 싶어 다시 찾아 나선 길거리는 너무나 황량하고 외롭다. 하지만 그들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머무는 뒷모습은 아련한 여운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결혼을 앞두고 다른 남자에게 흔들리는 여자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여자에게 빠져드는 남자. 둘의 일탈적인 사랑이라는 설정은 꽤나 흥미롭다. 문제는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있다. 감독과 배우들이 가장 중점을 뒀다는 관객들의 공감대 형성은 그런 점에서 아쉽다.





자기 모순적인 관계에 빠지는 둘의 이야기는 공감을 얻지 못한 채 배회하기만 한다. 격렬한 섹스 뒤의 공허함이나 충동적인 사랑에 힘겨워하는 모습이 캐릭터에서 읽혀지지 않는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이끌려 상대를 구속하고, 또 그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고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인물들은 웃고 떠들고 무의미한 대사만을 주고받는다. 모르는 타인의 손에 맡겨진 감정의 흔들림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건조한 질감은 흐름을 지루하게 만드는 흠을 가진다.

캐릭터의 은밀하고 미세한 감정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다보니 심리변화나 대사의 전달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왜 그녀가 토라지고 화를 내고, 나른함을 느끼는지 이입되지 않고 슬로우 모션에 파묻혀 버려 도드라지지 못한다. 늙어도 행복의 추억으로 기억하고 싶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애인으로 삼으면 된다는 대사는 오히려 더 공허하다.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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