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식의 유머와 독특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이들에겐 스릴러라는 너무나 영화적인 장르에서는 그의 블랙 유머마저도 그 검은색이 바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낄것이지만 난 박수를 쳤다. 비록 회색으로 칠해 졌다지만 그는 스타일을 지켜나갔다. 연극으로 검증된 이야기였지만 영화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냇다.
일단 영화적 재미는 충분하다. 각 캐릭터의 개성, 적당한 간격의 유머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다.
신구, 차승원, 신하균은 모두가 공감할듯한 배역에서 무난한 연기를 보였으며 정재영의 등자에선 웃음이, 주얼리의 박정아는 아마 이슈화 시켜 홍보에 유리한 면에서 이용된듯 하다. 그녀로 인해 신문기사가 2,3개는 나왔을 테니...
문제는 이 영화가 스릴러 이면서 스릴러가 아니라는데 있다. 한국의 스릴러는 늘 '한국적'이라는 특수성을 부여하려 한다. 그런 면에서 감독은 리얼리티쇼라는 형식속에서 수많은 용의자와 무속신앙 그리고 결말에 있어서까지 비이성적인 치장을 했다.
가장 이성적인 등장인물들은 영화에 나오는 쇼를 지켜보는 수많은 국민들 뿐이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매니아가 많은 장르이다. 또 그 매니아들은 락매니아들과 비슷하다. 장르에 충실하길 바란다.
장진의 잡탕은 늘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국물맛을 우려 냈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입맛을 알아보는 영화이다.
난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의 요리의 새로운 끝맛에 이미 익숙해져 있음을 그래서 박수치며 극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