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숭생숭한 장면들이 다채롭고 스무스하게 흐르면서 샬랄랄라거시기한 마음이 불뚝불뚝 솟아 고개를 돌려보면 옆의 파트너가 감기걸려 나은지 얼마 안되어 기침을 입에 달고 있는 30대 중늙은이 유머제로 아저씨라......입장바꿔 나래두 쌰바랄라마 였을겁니다.
그러나 그런거 싹 잊어뿔고. 영화에만 집중하자면......
솔직히, 고질적인 소품형식입니다. 드라마 3부작 정도의 형식이면 딱 좋을 법했을 그런 영화.
소품형식이라도 엔간해서는 이런 말 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면 소품 자체라도 어차피 스토리가 있는 것인 이상 감독의 능력에 따라 그것은 극복가능한 것이라고 믿거든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요즘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건 극복가능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라 매체 적용의 도를 가끔씩 이 사람들이 혼동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뭐 나름대로들 결정하고 추진했던 것들이야 이젠 어쩔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마는.
영화적 구도라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화면을 너무 고집스럽게도 텔레비젼에서도 가능한 풍으로 밀고 나간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좀, 잔재주도 피워줘 봤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그 기대감은 끝까지 져버리더군요.....텔레비젼 화면과 다를 바가 없으면 영화는 왜 만드나 하는 사견까지 뇌리를 침범해 버리는 바람에 감상의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경향도 생겨나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화면들 때문에 더욱 아깝게 느껴지는 건 그 대사들입니다. 대사들이 상당히 감칠 맛은 납니다.
(이것도 딱히 개인적 취향에 그렇게 맞는 건 아닙니다. 사랑얘기 한답시고 인터넷소설처럼 무조건 달콤쌉사름한 대사들만 한다발 속사포 쏘는 식.....저주스러워 합니다. 개인적 취향이 아님에도 이렇게 말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무거운 상황설정과는 달리 가볍게 물따라 구름따라 때로는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캔디맛처럼 넘실대는 대사들이 참 그럴싸해보였다는 말입니다.)
그게 화면발로 인해 다 죽습니다. 화면발에 죽으니 모처럼 박용우씨 최강희씨 힘썼다지만 그것도 따라 천천히 잠수합니다. 남는 것은 시간과 공간과 허무.
어거지스런 해피엔딩을 집어넣지 않은 미덕까지는 그런데로 세이프입니다. 자잘한 설정들도 아기자기 합니다. 그럼에도 좀 더, 좀 더, 힘을 내봐! 라고 간절히 외쳐줬지만.....거기까지는 성공적으로 도달하지 못한 듯 싶습니다. 같이 본 아가씨의 '엽기적인 그녀 확장판'이라는 평도 조금 공감합니다. 장진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랙코미디처럼 그럴싸한 몇몇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부족했습니다. 몇 %가. 뭐가 부족했는가. 그건 좀 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듯 싶네요.
덧붙여...... 1. 다음엔 때려부수는 영화나 보자고 넌지시 던졌답니다..... 물론 실현가능성,의지 제로.....MI3를 왜 혼자 먼저 봐버렸을까 젠장.....아무래도 안될라는 인연인가 봅네다......ㅋㅋㅋ 2. 이 우울함을 안고 케로로 중사 극장판 봐 버릴까 심각히 고민중입니다.......(오타꾸의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