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내공 : 상상초월
클린트..그리고 모건..
그들을 볼 때면 언제나 뭔가 하나의 물체를 바라 볼 때 지나치게 갈망하는
모습도 아니고 그것을 어떻게 강렬하게 집착이라는 행위로 소유하려고 하는 모습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자연스럽게 손에 쥐고 또한 나누어 줄 줄 안다는 느낌이 든다..
보는 동안 세가지의 아픔을 잔잔하게 느끼게 해줬던 그들을 보면 더욱더 말이다.
친딸과의 소원함과 자신이 망쳐버렸다는 선수 생각에 평생 그 멍애를 가슴에 안고 사는
프랭키(클린트이스트우드분)와 그 멍애를 지워주지 못함을 늘 안타까워하는 친구이자
멍애의 주인공 스크랩(모건 프리먼분). 그리고 늙어버린 그 둘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메기(힐러리스웽크분)...
내용은 다들 아시는대로 . 어둡고 습기 많은 프랭키의 체육관에 들쑥 나타난 31살의
진저리난 가족을 떠나 오랫동안의 꿈이던 권투선수가 되고자했던 메기에 의해 프랭키는
극구반대하지만 스크랩의 충고와 그녀의 집념..그리고 프랭키가 8년동안 공들여온
챔피언감 선수인 윌리의 배신(?)으로 인해 그녀의 트레이너가 되고 완벽하게 그녀를
조련한 프랭키와 승승장구 하는 메기 그둘을 뒤에서 지켜봐주는 스크랩.....지명도가
올라가고 그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모쿠슈라라는 별명이 적힌 가운을 선물받은
메기는 항상 그 별명의 뜻을 몰라 매번 프랭키에게 물어보지만 게일어로 된 그 뜻을
프랭키는 챔피언이 되면 알려주겠다고 한다...결국 그들에겐 내키지 않았던 반칙을
일삼는 챔피언 독일선수와의 시합으로 인해...메기는 챔피언이 되지 못하고 척추신경이
마비되면서 얼굴만 움직일뿐 신체의 모든 신경을 잃어버리게 된다.....
세명의 희망도 모두....
영화 내내 록키와 같은 인내의 성공신화를 만들것 같다는 미련이 이미 내용을 알고 보는
나에겐 제발 알고있는 내용처럼 되지 않기를 보는동안 계속 응원하게 되는 요소가 되었지만
자신이 망쳐버렸다고 생각한 스크랩을 마음아프게 바라봤던 프랭키가 다시 한 번 그 고통을
느껴야하는 순간이..이 영화의 첫번째 아픔이었고 영화 처음부터 그들의 대화에서 스크랩과
프랭키와 관계가 두번째 아픔이었고...모쿠슈라의 뜻을 말해주며..그녀가 바란대로 영원히
편히 잠들게 했던 순간이 세번째 아픔이 아니었나 싶다...
오렌지카운티의 다리와...밀리언달러베이비....클린트이스트우드는 자신이 열연했던 더티해리
의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모습들 처럼 자신이 만든 영화에서도 그 마지막은 액션영화의
그것과는 다르지만 잔잔한 여운과 러닝타임 전체를 마무리 짓는 대사로 가슴에 찡한 구석을
박아주는것엔 참 뛰어난 배우이자 감독이 아닌가 한다. 글 재주가 없어 감독의 작품세계나
영화의 장르에 대한 관심과 설명을 적어내지는 못하지만 분명 클린트는 눈물이 나게하는것도
화가 나게 하는것도 아닌 사람이 쉽게 쉽게 표현하는 감정의 파도속에서 미묘한 또 하나의
감정을 오랫동안 잔재하게 만든 감독이라는 사실과 그와 호흡을 맞춘 모건 프리먼에 의해
마치 정말 평생을 같이 살아온 부부처럼 천연스러운 둘의 대화와 자연미가 농후했던
영화가 아닌가 한다....
아직도 그녀가 영원히 잠들기 직전에 프랭키가 그녀에게 내뱉은 말이 기억에 떠나질 않는다.
"모쿠슈라.......내 사랑스러운 소중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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