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도어. 이시대 남자들의 고민, 꿈, 현실을 가볍게.웃기게.

kim 작성일 06.07.27 02: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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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우선 피어스 브로스넌에 대해서는 그동안 얍삽하고 빈강정같은 이미지로만 봐왔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연기를 매우 잘 했던 영화이다. 아울러 그렉 키니어의 그 소심하면서도 큐트한 이미지 역시 이 영화에 아주 잘 녹아있다. 이 두 중년남자의 매력은 영화 보는 내내 꽈악 화면을 채워주면서 별다른 이벤트 없이 잔잔히 사람을 울리게 한다.

이 영화는 남자(여자들 얘기가 아닌!), 직업에서의 성공, 자존심, 사랑(남자 입장에서 본!)에 관한 얘기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30) 왠만한 영화는 시간이 아까워 볼 엄두를 안내는데, 웬걸, 여기 짱공유에서 정말 보물을 건졌단 생각에 글까지 쓰게 됐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콜래트럴(탐크루즈 주연)이나 히트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그 영화들의 어둡고 고독한 분위기는 살려내면서 그 영화들한테는 없었던, 그래서 아쉬웠던, 코믹하고 유쾌한 장면까지 들어있는, 어떻게 보면 장르가 매우 애매한 영화이기도 하다. 씨네21에서는 스릴러라고 되어 있고 프리챌영화 소개란에는 코미디라고 되어 있지만 내 생각엔 스릴러나 코미디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한, 스릴러 포장지를 하고 코미디 향료가 나는 온전한 드라마라고 본다.

마타도어는 투우사라는 뜻이다. 이 두 남자가 멕시코에서 우연히 만나서 같이 투우를 보게 되고 그러면서 은밀한 직업을 가진 이와 보통 직업을 가진 이의 기묘하게 얽히게 된 사연을 보여주고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 둘이 엄청난 모험(나름대로 엄청나긴 하지만..)을 한다거나 처절한 배신, 특출한 우정을 보여주거나 그런 건 아니고 서로의 상처나 고민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혹은 해결까지 해주면서 가까워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피어스 아저씨는 정말이지 엄청난 내공을 보여준다. 레밍턴 스틸, 007에서 보여줬던 나잘났소&깐죽 이미지는 어디 가고 고독함에 몸부림치면서 막다른 길에 내몰린 힘없는 남자 역할을 기막히게 소화해낸다. 아.. 세월의 무상함은 어쨋는지 가까이 클로즈업을 할 때 확연히 드러나는 그 주름살하며 늘어진 볼살은 안타깝지만 이런 연기를 위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정말 잘 어울렸었다. 물론 그렉 아저씨의 귀여운 소심남 모습도 정말 이쁘다!! -_-;;;

첫 화면에서부터 어린애와 시비가 붙은 피어스 아저씨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방향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남자가 처음 만나는 hotel bar conversation(왜 이 단어를 썼는지 영화를 보면 알 것임)도 연기잘하는 두 배우 덕분에 나한테는 아주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여기서 나오는 대사 모두는 나이를 먹어가는 내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흥미진진한 얘기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얘기이기도 하고. 그러나 무언가 깊은 내면 속 고민을 건드릴 듯 하면서도 대충 헐거운 유머로 마무리하는 게 흠이지만 모 모든 부분을 완벽히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테니..

이 영화를 감독한 리처드 셰퍼드에 대해 호기심이 일어 좀 뒤져봤는데 이전에 찍은 영화 세편까지 포함해서 모든 영화를 각본까지 직접 쓰는 감독이었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영화들이라 찾기가 쉽지 않던데 이것도 뒤져볼 생각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피어스 아저씨가 제작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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