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반미, 용미, 뭐 하여간 용어들도 많습니다만, 꼭 미국에 대해서 뭔 말 한마디라도 하려면 이 범주들 속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보고 있는 분들이 꽤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괴물에서도 미국과 관련된 장면들이 나오고는 하지요. 그것도 꽤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첫장면에서부터 에이젼트 옐로우에까지.
그러나.
미국을 나쁘게 그렸다-->즉 반미다. 라는 도식을 한 번 설정해 보십시오.
이 도식이 과연 얼마나 단순무식하고도 답답한 설정인지를 좀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미국에 대한 비판을 한다.-->무조건 반미다. 라는 도식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또, 미국을 나쁘게 그려서 반미라는 도식이 완성되려면 수많은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괴물에 과연 그런게 보입니까?
이런 식으로 보려면, 마이클 무어나 루즈 체인지 혹은 수많은 다큐멘터리들에서 그 수많은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이건 옳지 않아!!!!!!!!!! 라고 그렇게 지딴엔 논리적으로 외쳤던 것도 죄다 그냥 헛수고라는 꼬라지가 되어버리고 마는군요. 뭐하러 그런 골 빠개지는 수고 한답니까. 기냥 이런 재밌는 극영화 만들어서 미국은 나빠나빠 계속 말하고만 있으면 당근 인프라가 형성되면서 지들의 공격목표가 무너질텐데 말이죠? 물론, 위 도식에 설정된 대로만 말하자면 말입니다.
뭐, 커뮤니케이션론 혹은 매스컴학 등등의 학문에서 따온, 헐리웃영화에서 드러나는 미국중심주의 퍼뜨리기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하는 뭐 이런 일종의 세뇌같은 논리의 시각까지도 괴물에 대입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괴물의 영화적 맥락에서 미국이 기능하는 것은 결국 한국정부가, 한국이라는 나라안의 사람들이 기능하는 꼬라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보면, 코드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강에서 데모하겠다고 모여든 대학생애들도 역시 마찬가지의 꼬라지가 되는 것이구요.
실제로 한강에서 데모하겠다고 모여든 대학생놈들조차도 가족의 사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더군다나 그 괴물이 나타나면서 데모대가 풍지박산의 풍경을 연출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군중의 집단의식이 얼마나 도움안되고 바보스러운가 하는 분위기까지 묻어나오기도 하지요. 그 운동권들 역시, 일종의 권력의 영역에 들어있는 인간들중 하나이고, 권력끼리 참 지들 딴엔 목숨걸고 코메디쇼를 펼치는 광경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왜 그렇게 볼 수 있느냐의 근거는, 전체적인 극의 흐름에 있습니다.
극중에서 프로타고니스트가 되는 가족구성원들. 그들에 대해 모든 것은 안타고니스트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극중에서의 그들의 행동과 나아길 흐름을 결정합니다.
즉, 극을 어떻게 더 쪼릿하게 만드느냐는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의 관계에서 조율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가족구성원들 외의 모든 것들이 그 가족구성원에 반하는 안타고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면, 미국 역시 그 자잘한 소재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반미 어쩌구를 하는 것보다는 괴물 속에서 미국의 위치를 설명하는데 더 그럴듯 하다는 이야기지요.
가족애를 이야기한다는 설명의 지점도, 어떤 면에서는 그래서 무너지는 겁니다. 실제로 괴물에서 가족들의 구성원들 자체에서의 권력관계의 흐름을 살펴보십시오. 그에 반해서 수많은 가족구성원 외의 사회 구성원들을 보십시오.
사실 제가 반한 부분도 바로 이런 지점이거든요.
스포가 될 것 같아 많고 자세한 이야기는 못드립니다만......(아흑) 가족구성원 자체에 대한 흐름들도 기존의 것들에 아주 반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송강호를 바보천치로 생각하는 박해일과 배두나의 극중대사가 바로 그 예입니다. 그것부터 시작해서, 가족흐름의 모든 것들이, 그런 장르에서 흔히 보일 수 있는 그런 무조건적인 윗사람과 아랫사람, 희생과 사랑과 존경과 기타등등의 것들로 치장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건 태극기 휘날리며와 비교해 보시면 확실히 깨달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 이게 반미의 지점을 확실히 가르키려고 한다면, 미군이 스스로 방류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역학조사에 대한 은폐의 씬이라든지, 그런게 있었어야 합니다. 전형적인 흐름에 근거해서 말이죠. 그런데 되려 미국의 입장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런 X파일식의 은폐 같은 것보다는 존재하고 있지도 않는 그 바이러스의 정체를 찾으려고 오히려 지들이 더 혈안이 되어버리죠.
그 부분에서 이미 미국조차, 한국의 정부나 언론, 수많은 가족구성원 외의, 바보가 아닌데 바보가 되어버리는 사람들처럼. 그렇고 그런 안타고니스트 중 하나가 되어버리고 마는 겁니다.
진정한 괴물의 미덕은 이런데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100억넘게 들이고도 이런 영화를 만든 건 드물다고 보았던 이유도, 그게 깊이가 있던 없던 간에, 확실히 권력에 대한 풍자와 비평 자체를 몇몇 상징적인 장면들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점. 그 부분입니다.
(사실 이건 좀 대중을 의식한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실제로 영진위의 헤비유저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을 때, 각 연령별대로 20대가 사회적 측면, 30대가 감성적 측면을 두드러지게 본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봉준호 감독 자체의 괴물 아이디어,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이미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준 권력의 우스꽝스러움을 표현하는데 대한 충분한 내공 등. 여러모로 대박감이지요.)
아마도 FTA를 앞둔 상황에서의 여러가지 개인적인 시각들이 영화와 만나면서 외적 흐름을 만든 것일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정치적 시각이 영화보는 즐거움을 마구 훼손하고 있는 것도 참 그런 것 같아서, 이렇게 잡담 한 번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