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하자면,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는 식의 교훈적 영화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영화를 보고 나면 그렇게 가볍게 남지는 않는다. 나비효과는 극장에서 상영되는 버전 이외에 감독판이 하나가 더 있어, 많은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엔딩만 다르게 설정된 경우인데, 감독판은 그 강렬한 이미지의 엔딩에 비해 너무 영화가 우울하게 끝난다는 평이 있다. 헤피엔딩의 영화를 상영작으로 설정한 것도 기분 좋게 일어나길 바라는 감독의 서비스가 아닐까. 주인공이 과거에 했던 행동의 일부가 바뀌는 것 만으로 세상이 달라진다. 카오스 이론의 나비 효과는 좀 더 강력하게,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만든다고 말한다.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과연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 세상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한 양의 복잡한 인과관계에 의해 구성되지 않던가. 곧, 나 자신이 후회할 일을 한다면 그 영향은 순간의 잘못에서 그쳐버리지 않고, 미래를 바꿔 버리는 것을 영화는 표현하고 있다. 과거를 돌이키려고 하지만 돌이켜지지 않는다는 사전 정보를 들으면서 부터, 보는 내내, 지금도 가지 않은 길이 계속 떠오른다. 가지 않은 길. 이거 예전에 교과서에도 실렸던 프로스트 (이 분 프루스트와 헷갈리면 안된다)의 낭만주의로 분류되는 시이다. 가지 않았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가지 못했지는 하여튼 이거 여운이 남는다. 이 영화, 이렇게 모든 길을 다 가버리면 여운이 없다. 음울한 여운보다는 상쾌한 일단락이 좋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자. 전반부 짜증이 나다가 해피엔딩이 되니 마음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