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시 몹시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일이 워낙 바빠 보지 못하였습니다. 지난주에 겨우 텔레비젼으로 봤는데요.. 이거 기존의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비교해 봐도 스토리가 영 꽝이더군요..
처음의 거대한 해일이 포세이돈을 덮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배가 파도에 부딪히고 뒤집혀지는 장면은 짧긴 했지만.. 타이타닉의 침몰을 연상시킬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스토리 구조가 뒤집힌 배에서 왜 밑바닥으로 가야만 했는지가 불명확했던 것 같습니다.
배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대략 20층 규모라고 하는걸 보면 50미터 정도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맨꼭대기 층은 모르더라도 10층 이내의 객실에서는 물이 들어오면 충분히 창문을 열거나 깨서 수면위로 부상할 수 있는거 아닐까요? 죽어라 좁은 통로를 비집고 나가고 불길을 건너고 물에 익사하고 그러다 배밑으로 갔는데 창문이 없어 탈출을 못할 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영화에서는 다행히 환기구멍이 있어서 살아났지만 말이죠..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영화의 마지막을 보니 살아남은 사람들은 딱, 주인공들 밖에 없더군요.. 다행히 마치맞게 구명보트가 있어서 사람들은 거기에 모두 올라탈 수 있었고 말이죠..
영화의 스펙터클에만 촛점을 맞춰서 인지 배우들의 개인기들이 별로 발휘되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커트러셀의 카리스마는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카리스마를 연기하지 말아야 하는 배역이어서 그렇겠지만요.. 별로 어울리지는 않더군요..
72년도 작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비록 영화의 스펙터클은 떨어져도 진 헤크만의 훌륭한 연기와 스토리 전개의 긴박감은 오래전에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추억에 잠긴 영화가 더 멋있게 기억이 되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꾸 다른 방향으로 가자고 사사건건 맞서던 어니스트 보그나인이 리더인 진 헤크먼에게 "바보!" 라고 말하자 진 헤크먼이 말하죠.. "바보와 바보를 따르는 바보는 누가 더 바보인가?" 어니스트 보그나인은 진 헤크먼을 계속 따라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진 헤크먼의 살신성인이 이어지고 배 밑바닥으로 왔지만.. 나갈 수 있는 통로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던 사람들에게 바깥쪽에서 구조대의 신호가 들려옵니다. 어니스트 보그나인은 자신이 그토록 욕을 했던 진 헤크먼을 생각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배 밑바닥으로 올라간 사연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내용은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오늘날 스펙터클에만 치중하고 내용에 충실하지 못한 일부 헐리우드 영화를 많이 접합니다. B급 영화조차도 스펙터클에만 치중하고 내용은 걍 허접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영화도 이런 헐리우드 방식을 따라.. 내용의 충실함 보다는 말초적인 슬래스틱 유머나 영상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