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내공 : 상상초월
수많은 영화가 있습니다.
어떤 영화는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또 어떤 영화는 10만의 관객도 모으지 못합니다.
어떤 영화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든 영화' 라는 평을 받고, 또 어떤 영화는 '볼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는 비난을 받습니다.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무엇을 근거로 영화를 평하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a라는 관객이 있습니다. 오랫만에 영화를 보려 합니다. a는 영화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시네마 천국' 에서 소개한 재밌어 보이는 영화를 그냥 보려 합니다. 그러나 '수준낮은 사람' 으로 보일 것 같다는 걱정에 인터넷을 켜고 추천 영화를 검색합니다.
마침내 뭔가를 찾은 a. 거기에 A라는 영화가 있더랍니다. A영화는 스스로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네티즌들이 '이 영화를 안 보면 영화를 논할 자격이 없다' 며 눈에 불을 켜고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슴에 남는 여운과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당신은 인간도 아니다' 는 네티즌들의 말에 a는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입니다. '이런 영화의 세계가 있다니, 나도 앞으로 저급한 영화보다 작품성 있고 수준높은 영화를 봐야겠군'
a는 비디오 가게에 갑니다. 평소에는 모자를 눌러쓰고 이곳 저곳을 한참 뒤지며 이 테이프, 저 테이프를 만지작거리던 a, 오늘따라 'XXX 있나요?' 라고 당차게 묻는 모습에 알바 누님이 살짝 놀랍니다.
마침내 VTR에 테이프를 넣고 감상을 시작한 a. 그러나....
'오, 감동적....인가??'
뭔가 껄적지근 합니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도 없고... '내 수준이 낮아 영화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가...' a는 다시 인터넷을 켜고 검색을 합니다. 영화 속에 숨겨진 키워드를 검색해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 그런 의미였구나...'
이 이야기 속의 a는 네티즌 강추!! 작품성 있고 수준높은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그러나 뭔가 봐도 본 것 같지 않고 뒤가 구립니다. a의 이런 기분은 무엇에 의한 것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그건 a라는 놈이 그만한 영화를 볼 문화적 수준이 안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라고 하더군요.
제 생각은 그렇지 않지만...
영화감상은 한 관객과 영상 속의 가상 현실이 완전히 소통하고,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바가 그 관객의 이해력에 의해 온전히 이해되며 받아들여졌을 때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 의해 알게 되는 영화속의 비밀과 숨겨진 키워드들, 그런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이 영화를 보기 전이든, 보고 난 후든....
과연 모두에게 수준 높은 영화라 인정받는 영화만을 보는 것은 영화를 감상하는 바람직한 행동일까요?
실제로는 영화에 대한 별 감흥이 없는데도 '없어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욕망이 만들어 낸 하나의 트렌드에 불과하지 않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멍~ 한데, 이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생각하는 의미와 이 영화가 시사하는 의미가 일치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면 그건 아니죠.
전에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좋은 영화가 별거냐. 그렇다면 나쁜 영화라 할 것은 또 뭐냐. 나는 푸아그라랑 김치찌개 둘 다 먹어봤지만 푸아그라는 비위만 상하고 맛도 없는데 비해 김치찌개는 먹어도 먹어도 맛있더라.'
쓸데없이 길게 썼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도 저겁니다.
저 사람이 이 영화를 재밌고 감명깊게 봤다, 그렇다고 그게 나한테까지 가슴에 와 닿고 감동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보편적인 감성이라는 것도 있지만...
영화는 하나이지만 보는 사람은 여럿이기에, 느끼는 바는 각기 다를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차이를 가지고... '수준 차이난다' '아니 저런 쓰레기를 보면서 재밌다고 하는 놈들은 뭐냐' 라는 말을 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감성에 동조를 얻어내는 영화는 흥행을 기록하고... 반면 흥행에 대참패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악평을 받는 영화도 분명 누군가 재밌게 본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겁니다.
제가 가장 문제라 보는 것은 '영화 볼 줄 아는' 대열에 서고 싶어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도 못하는 난해한 영화들을 보며 머리를 싸매는 것입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스스로 풀어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영화가 '난해하다' 는 것 자체도 수준 높은 사람이면 이해하고, 수준 낮은 사람이면 이해 못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시각적 즐거움 아닌 복잡한 사유에 빠져드는 촉진제로서의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기호임이고...
본인은 본인이 가장 재밌어 보이고, 또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를 골라서 보면 되는 것 아닌가요.
영화 전문가, 평론가, 찌라시 기자... 수많은 사람이 '내 이 영화를 논하겠소' 라고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거창하게 늘어놓곤 하지만 결국 영화에 대한 평가는 내가 내리는 거니까요
진짜 내용의 통일성도 없고 흐지부지한 개소리네요 게다가 길기까지... 저같으면 안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