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정도 지나자 내 옆에 있는 커플이 조용히 일어서더니 출구쪽으로 갔다. 여기저기서 한쌍 한쌍 일어서더니 그들도 다시 출구... 그렇게 한 네쌍정도가 나간것 같다.
처음이다. 공포물도 아니고 고어물도 아닌데 영화를 보다가 나가는 경우는...
나도 나가고 싶은걸 돈이 아까워서 억지로 참고 봤다. 조금만 지나면 긴박감을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 말이다.
이 영화, 한마디로 지루하다. 러닝 타임이 두시간 10분정도 되는데 굳이 그렇게 길게 찍을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마치 1시간 20분이면 충분한 내용을 50분이나 억지로 늘려 만든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여느 보통 볼것도 하나 없이 블럭버스트라 칭하고 있는 영화들과 같이 영화 예고편에서 본 장면들이 이 영화의 전부였다. 블럭버스트라 하면 그래도 최소한의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의무이고 책임이라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그렇게 선전을 했으면 말이다. CG야 요즘 영화들 다 그게 그거니까 잘했다 못했다 말하고 싶진 않다. 문제는 영화의 조합에 있다. 이 사람들이 과연 저렇게 화산이 폭발하고 땅이 갈라지는 일본 열도에 살고 있는, 멸망을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상황과 상황이 연결이 안되고 조합이 너무 엉성한 나머지 마치 각각 다른 상황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이유가 한가지 있다. 재난영화는 그 재난으로 인하여 인간들이 피해를 입고 같이 휩쓸렸을때 비로소 공감을 얻을수가 있다. `아, 저사람 어떡해!`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이 없다. 제작비가 부족했는지 사람들이 재난으로 하여금 피해를 입는 장면이나 죽는 장면등 긴박감을 이끌어 낼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 아, 한장면 있었다. 물에 휩쓸려가는 장면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매우 엉성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두시간동안 재난과 인물들을 연결시켜가면서 보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군더더기같이 느껴지는 여러 드라마를 빼고 철저히 영웅주의로 갔다면 이보단 나았을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족의 사랑, 인간애, 또한 남여간의 사랑 머 좋긴한데 아무리 그래도 딥임팩트같은 휴머니즘은 찾아보기 힘들고 아마겟돈같은 긴장감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단테스피크나 볼케이노같은 비쥬얼도 찾아보기 힘들다. (바다에서 핵폭탄에 버금가는 위력의 폭탄이 10개정도 연쇄적으로 터졌는데 바다는 왜 잔잔하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