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정혜] 스포일러 조금 - 그녀의 숨소리조차 들릴 것 같은 영화

arctu 작성일 06.10.05 02: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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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감독 이윤기
배우 김지수(정혜) / 황정민(작가)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95 분
개봉 2005-03-10

이 영화는 김지수의 영화 데뷔작으로, 그녀의 클로즈업 신이 상당부분 나옵니다. 그러나 황정민은 별로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김지수 팬들은 더 좋을 수 있다는거)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뮤비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기에 그토록 구슬프게 노래하는지...

대사도 별로 없고 채 몇 분도 안되는 회상 장면을 제외한다면 시종일관 조용한, 다분히 정적인 영화입니다.
정말 짜증나도록 투박한 사발시계의 알람처럼 그녀의 지루하고 틀에 박힌 일상생활(청소, 화분 관리, 장보기, 우체국 업무, 노는 날 혼자 집에서 tv시청 등)을 보여주는데 영화의 초반부터 상당 부분이 할애되어 있죠. 또한 좀 칠칠치 못하고 엉뚱한 모습도 종종 나옵니다.
떨어진 눈썹 떼어내기, 자다 일어난 부수수한 머리로 tv를 넋 놓고 보는 모습, 택배로 온 열무김치를 손으로 집어 먹다가 옷에 흘리는 것, 침(?) 뭍은 구두(그것도 굉장히 헤어진 구두)를 그냥 신고 있는 것, 담배연기가 좋다는 등... 그래서 도대체 정혜란 여자의 무얼 어떻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건지 조바심 반, 비아냥 반으로 영화의 중반부가 들어서기까지 여하튼 제게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그녀는... 정말 아름다운 그녀에게는... 너무나 아픈 상처가 있었습니다. 크아~(갑자기 어찌된 신파조)
그녀는 아침 이슬처럼 예쁘죠. 당연한가요... 그러나 그 이슬은 금새 마르고, 그녀는 생기 없이 무표정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이해가 됩니다. 그녀의 모습과 일상과 엉뚱함.. 그리고 왜 그냥 아팠는지도..... 그녀를 과거에 매이게 하였던 삶의 무게를요.
그 짓누름에 차마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을 만큼 나약했던 그녀였는데... 결국 그렇게 바보같이 하염없이 울고 마는군요. 그리고 그녀는 바보처럼 아둔했어요. 마치 제 손이 베인 것처럼 쓰라렸거든요. 그러나 그녀의 울음은 또 다른 용기인 걸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아마 그(황정민)의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상처가 너무 크거든요.

끝으로, 황정민과 정혜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더라구요. 마치 제 자신이 정혜가 된 듯한 그 장면이었는데.. 뮤비의 첫 부분에도 나오는 황정민을 부르며 달려가는 그 장면이요. 실제 영화장면에선 카메라의 동선이 너무 거칠어 제가 숨이 찰(?)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신이요. 그 알 수 없는 정혜의 표정을 읽으려고 하는 순간인데 화면이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제 속이 좀 울렁거렸거든요. 이게 정혜의 마음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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