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 숨기고 싶은 그 어두운 밑바닥

kOOl 작성일 06.10.22 18: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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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흔히 군대이야기라 함은 멋지게 포장된 자신의 영웅담(그것이 사실이던 아니던 간에)이기

마련이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가 겪었던 "진짜" 군대이야기는 남들 앞에 꺼내놓기를 꺼려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정상인 앞에 늘어놓기에는 너무도 어둡고 치졸하고 비루해서

가능하면 가슴 속에 묻어두고 싶은 기억들이기 때문이겠지요. 아마 제 여자친구는 제가

군대에서 겪었거나 했던 일들을 상상도 하지 못할 겁니다. 물론, 알게 하고 싶지도 않구요.



이 영화는 그 어떤 한국영화보다도 군대라는 곳을 가감없이 훌륭하게 묘사했습니다.

너무나 사실적이라 영화라는 생각보다 그냥 카메라를 들고 내무반에 들어가 찍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나 뛰어나서 현역군인들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마치 온갖 향신료와 양념으로 요리된 것이 아닌 미끈미끈하고 비린내나는

날생선을 통째로 접시 위에 올려 놓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전쟁영화 혹은 홍보영화가 될 수

밖에 없는 '군대'라는 소재 안에서 그 조직 밑바닥에 깔린 부조리와 폭력성을 적나라하고

직설적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보석같은 작품입니다.



군대라는 곳은 '왜?'라는 물음이 허용되지 않는 조직입니다.

군생활을 시작하면 누구나 '왜 이래야할까?'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저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마는 조직의 분위기에 순응해 갑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폭력성에

무감각해지지요. 여기서 폭력이라 함은 비단 물리적인 폭력만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가장

순수해야할 20대초 꽃다운 나이에 그냥 당연한듯 군대에 끌려가서 온갖 부조리에 노출되어

그것을 학습하고 터득하고 실제로 행하게 되는 이 땅의 남자들은 참 불쌍한 존재입니다.

군 복무기간동안 모두들 용서받지 못한 자로 생산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결말을 떠나 비극적입니다. 사회에서는 그저 보통 사람이었을 한 젊은이가

군생활 속에서 차츰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비극인 것입니다.



이 영화는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작되었는데, 그것이 가짜 시나리오로 얻어낸

결과라는 것이 밝혀져 큰 논란이 되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국방부 지원으로 군생활 이면의

어두운 부분을 다룬 셈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속임수를 썼던 것이 윤리적으로는 지탄받아 마땅할지 모르지만, 덕분에 이러한

훌륭한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끝으로, 우리들이 많이 했고 들었으며 영화 속에서도 나오는 대화들 몇 개 적어봅니다.


dialogue 1

" 너 어디 살어? "

" 서울 삽니다 "

" 야 ㅆㅂ 서울이 다 니네 집이야? "



dialogue 2

" 죄송합니다 "

" 죄송하다고 하면 군생활 끝나? "



dialogue 3

" 너 이제 어쩔거야? "

" 군생활 열심히 하겠습니다 "

" 그럼 지금까진 열심히 안했다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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