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

rlaxodn 작성일 06.12.15 04: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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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우리의 얺잔았던 감정이 풀어지고 그늘진 마음이 맑게 게이고 탁해졌던 마음에 찌꺼기가 가라앉고 우중충한 감정에 햇살이 드는 기분의 영화를 볼때에 우리는 행복해한다.
감독은 30대 초반의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웨이트리스의 복싱에 대한 열망과 딸에게 보내는 편지들이 다시 반환되어지고 이제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70대 할아버지의 삶에서 다시 즐거움이 찾아드는 경쾌하고도 싱그러운 인생을 영화에 풀어 놓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복싱이라는 파워플하고 피튀기는 역동의 활력을 자신의 영화세계에 담아낸다. 인생의 무한하게 다양한 땀과 희생의 가치들에 관하여 끊임없이 탐구하고 같이 호흡하기를 멈추지 않는 그의 열기와 생기에 과연 그의 나이를 의심해 보기에 마지 않는다. 영화 내내 살아 있는 여자 복서 메기와 그의 조련사 프랭키 그리고 스크랩 그들의 시선과 몸짓에서 느껴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더 이상 할아버지가 아니다. 프랭키를 조련할 때 내어 뻗는 오른발 왼발의 번갈아 밟는 스탭에는 그의 절제가 베어나고 샌드백을 향하여 쨉을 날릴때의 펀치 손끝에는 신중함을 얹어 놓았으며 한곳을 향해 고정된 시선에는 20대 청년 못지 않은 살기가 어린다.

클린트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말 그대로의 인생을 담아 내었다. 인생의 달콤한 단면이나 환희에 찬 밝은 인생을 그냥 먹기좋게 조미료만 듬뿍 섞인 에피타이저로 올려놓지 않고 영화는 그야말로 인생 전체를 통으로 썰어서 영화에 굵직굵직하게 담아내어 있는 그대로의 진국을 우려내기에 단순한 감정의 변화만이 아닌 인생 깊이 느껴지는 깊은 여운을 머금게 한다.
여성에게서 흔히 느낄수 없는 강인하고 보이시한 그만의 캐릭터는 너무도 맛깔스럽게 영화의 선을 타고 흐른다. 역시 그녀만이 소화할수 있는 “메기”라는 캐릭터는 성공을 향해 피튀기는 혈전의 현장에서 상대의 코뼈를 꺽어놓으며 상향으로 향하는 직선을 그어가는 동시에 날카로운 직각선을 그리며 하향으로 단숨에 꺽여버리는 어떻게 보면 처절한 인생의 갈등과 사색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기에 한참을 메기의 경기에 미친듯이 취해져 있다가 어느새 메기와 함께 영화 내에서 꾸어 가던 푸르른 꿈은 한낯 일장춘몽으로 변해 버린다.
<밀리언..>은 그저 시간때우기의 영화이거나 화끈하고 다이나믹한 격투의 현장만을 다루거나 단순한 눈물만을 흘기게하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우리의 인생의 가늘게 피어나는 희망, 그 희망에 취해서 인생의 빛이 드리워 지기 시작하는 소망, 그리고 그 소망이 처참히 사회와 세상으로 인하여 처참하게 즈려 밟혀지는 어쩌면 지지리도 우리내의 인생같은 삶을 논하고 있기에 영화의 맛이 깊이있게 우러나온다.

영화는 중반부 서서히 그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트레이너 프랭키의 훌륭한 가르침으로 매기는 승승장구 하고 결국 챔프전까지 도달한다. 하지만 그의 행복을 시샘하는듯한 치명적 사고. 경추와 척추를 다침으로써 신경이 마비되고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매기. 이 때부터 관조적 입장에서 바라보던 영화는 점차 감정이입의 격류속으로 흘러간다. 가족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이기심.. 그것은 몸값이 치솟은 메기에 대한 식물같은 몸뚱아리를 이제는 자신의 마음대로 굴려 먹을수 있다는 이기가 결국 메기의 까딱하지못하는 입 대신에 입에다가 펜을 물게하는 천륜을 거스르는 일까지 자행한다. 그것보다도 더 큰것은 복서로서의 꿈의 좌절.. 복서가 손가락하나 까딱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건 죽음 그 이상의 고통일 것이다. 그 고통이 전이되는 듯 하던 순간, 감정의 흐름은 이제 프랭키에게로 간다. 매기가 자신의 목숨을 끊어달라고 프랭키에게 부탁하면서 이내 프랭키의 고뇌에 같이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비록 그들이 피를 나눈 혈육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욱 진한 그 무엇인가로 끈끈히 맺어진 사이였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그들은 수십년의 나이 차이에도 진정한 우정을 나누고 꿈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영혼을 나눈 멋진 친구였다.

이것이야 말로 영화속에 들어 있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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