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어느 살인마의 이야기>
소설로 읽었던 것을 영화로 다시 즐기기에는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말았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상상을 해봤지만 아무리 그랬었다고 해도 이번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영화는 설명이라는 것이 좀 부족하다... 얼마전 일본영화 <허니와 클로버>를 봤던 기분 그대로의 느낌... 원작의 영화화라는 것은 액션물 정도만이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담배 두갑 정도의 두께가 있는 책의 분량을 2시간정도로 축소 하자면 등장인물, 비중이 적은 스토리 정도의 삭제야... 별반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반지의 제왕 마냥 향수도 세조각을 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코끼리를 타고 붕붕 날아다니는 엘프도 없고 전등빛으로 와이번을 쫒아보내는 백발찬란한 마법사도 없고... 하다못해 오크부대도 구경 못해보지 않는가...
문제는 어째서 원작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를 화면만 멋드러진 2류 스릴러로 만들어 냈는가 하는 점이다.
원래는 철저하게 악마적이고, 냉정하며, 무감정적이고, 계획적이다. 냄새의 대한 인지와 분석능력 그리고 조합의 능력에 대한 초인적임, 사람을 교묘하게 다루며 향수라기 보다는 향기에 집착을 갖는 주인공의 모습의 이미지를 영화 속에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영화 속의 주인공은 미녀의 향기를 좋아하는 향수 제조인 정도로 변신됐고, 미녀들의 향기는 외모에 숨겨졌다.
내일 뭐 입지... TNGG
가장 이상한 인식을 하기 쉬워지는 장면은 주인공이 첫 살인을 하는 부분이다. 괜한 여자 쫒아가서 살인을 저지른 후 온몸의 냄새를 맞는 등의 행동은... 일본 포르노에서나 어울릴 만큼 쌩뚱맞다... 짧은 나레이션이라도 삽입됐다면 변태적인 살인마보다 그녀의 향기가 얼마나 부드럽고 달콤했었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가능했을 것인데...
마지막으로 아쉬운 부분은 최후반부의 전개... 향수의 대한 설명이 부족함에도 벌어지는 광경들에 섞여 참 여러가지 쌩뚱맞은 해프닝을 벌인다는 인상이다. 그저 "향수의 힘!!" 정도로 해석했다고 해도 부족하진 않겠지만...
더스틴 호프만... 가벼운 분위기도 잘 탄다
사실 그 외의 부분에서는 굉장히 만족 중이다. 딸리는 머리로는 상상을 자아내기 곤란했던 장면들, 미녀라고만 설명하면 김태희, 전지현을 떠올려야 했던 부분이나 향기를 증류하는 모습, 더러운 파리의 풍경등이 원작에 걸맞는 영상으로 말끔하게 해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영화로써 표현되는 사형집장장의 풍경은 경악스럽기 마저...
사실상 주인공의 전기문 비슷한 형식을 띄고 있는 원작에서 주인공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는 비중있는 조연들로 더스틴 호프만이나 알락 릭만을 채용한 것에도 대단히 만족을 하고 있다. 특히나 얼굴 가득하게 분칠을 하고 어딘지 모르게 품위나 지능이 떨어저 보이는 발디니 역활의 더스틴 호프만은 반갑기도, 즐겁기도 훗...
책을 읽는 동안은 전지현으로 상상했었다
화면만 바라 보아도 벽돌의 내음히 흠신 느껴지는 서양식 벽돌성이나 흩날리는 모래먼지의 텁텁함, 프랑스 파리에서 흐물거리는 생선비린내나 땀내음들이 멋진 의상과 화면으로 스스로 하여금 긍정을 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또 훌륭한 원작에 걸맞게 엄청난 의상, 분장, 세트, 미술 비용이 들었다는 것을 감지했다... 요즘은 보이는게 전부 돈뿐이라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많은 공을 들였다는 점이 눈에 보인다는 것에서 괜시리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 묘사보다 훨~~~ 신 잘생겼다... 자식... 변태자식...
원작이 1985년 작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 수 있었다. 최근작인 줄로만 알고 "영화화!"라는 부분에서 굉장히 매력을 느낀 소설이기에 금세 구매버튼을 클릭하고 말았다. 굉장히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묘사하지만 작가는 사실 독인인이라는 것에서 가벼운 쇼크를 받을 수 있었다.
빨강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벌러덩 드러누운 여성이 찍혀있는 영화 포스터를 표지로 사용한 것이 큰 매력을 느껴 새로 구입을 해버린 열권의 수북히 쌓인 책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읽기를 결정하고 한두장씩 페이지를 넘긴지 1주일만에서야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읽는 자체는 굉장히 신이 났지만 최근 일을 하고 있는 바람에 잠을 자는 시간마저 아까워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 술집이 심심해 질 즈음부터 퇴근시간까지를 간간히 활용을 해야했다.
시끄럽고 술이 고주망태가 되어있는 손님들이나 볼륨을 한껏 올려놓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댄스음악을 굉장히 거슬려하며 카운터에 가만히 쪼그려서 읽는 맛은 그래도 썩 괜찮은 것이었다. 물론 시끄러움 덕에 중간중간 굉장히 가볍게 읽어 넘긴 느낌은 있지만서도...
본인은 이렇게 시끄럽고 산만한 곳에서 읽어도 굉장히 재미가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책이었든 영화였든 어느 것을 먼저 접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느낌이 달라 지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의 소설을 놓이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다. 영화도 상당히 괜찮게 만들어 졌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소설을 한번 읽어본 후에 영화를 봐 보는 것은 어떤까...
물론 재미는 보장을 하는 바이므로...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