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트랜스포머 - 스토리텔링의 무시와 이미지에 대한 집착

NEOKIDS 작성일 07.06.29 22: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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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무진장 있습니다. 주의!!!!!!!!!)

 

 

 

 

어차피 애들 완구와 만화영화가 원작이었다. 스필버그랑 마이클 베이란다. 스토리텔링 따위는 더 말할 것도 없는 수준 아닌

 

가. 무엇을 더 바라는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만으로는 이 영화에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

 

다고 봅니다.

 

 

 

차가 로봇으로 변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싸운다는 것만으로 이미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

 

했습니다. 이런 요소들만으로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 이것은 솔직히 그 감독이 얼마나 그것에 애정

 

을 쏟고 있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이 나겠죠. 그런 부분에서 마이클 베이는 애초부터 이걸 감독할만한 재량이있는 사람이 아니

 

었습니다. 그건 샘 레이미가 골수 스파이더맨 팬이었던 것과 비교해서 본다면 더욱 와닿는 부분입니다. 마이클 베이 스스로

 

도 이건 아이들 장난감일 뿐이잖아 하는 심정으로 처음 프로젝트를 맡았었다고 분명하게 말했죠. 거기서 영화적 성패가 갈리

 

는 겁니다. 자, 애초에 출발점이 틀리다보니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틀려집니다.

 

 

초반에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싸우는 이유를 깔아주는 것까지는 그럭저럭 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후의 문제는 아주 심각한 수

 

준입니다. 이건 뭐 적과 우리편의 로봇이 뒤엉키면 구분도 안 간다는 시각적 문제는 차라리 새발의 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로지 시각적 충족만을 위해 스토리텔링의 기본을 다 까부숴 버린 듯한 느낌. 그것이 강하게 들면 그 때부터 로봇들이 처절

 

하게 싸우든 콩을 볶아 먹든 답답함이 느껴지기만 할 겁니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이건 원작에 대해 한참 못미치는 졸작을 만

 

들어버렸다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합니다. 원작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것을 원작의 한계로 볼 공산도 큽니다.

 

 

어떤 님은 터미네이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등등 몇 가지 블록버스터만이 작품성을 획득할 뿐 나머지는 그 나물에 그 밥이고

 

그걸 어느 정도 감안하면서 봐야 하지 않겠는가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 그 시리즈들을 봅시다. 터미네이터 2 같은 경우

 

는 어땠을까요. 물론 마지막 장면을 홀라당 들어먹음으로서 원래 감독이 2편에서 끝내려던 의도를 삭감시키긴 했지만 나름대

 

로의 여운과 논리성들을 획득하면서 영화가 흘러갑니다.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는 어땠나요. 피터 잭슨은 톨킨이 세세하게 묘

 

사한 묘사물에 대해 하나의 토씨도 틀리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 모든 장면에서 혼신의 힘을 쏟아 붓고 한 장면 한 장면을 이어

 

갑니다. 그럼, 트랜스포머는 그것들보다 더 비싼 돈을 쳐부으면서도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없었던 것일까요?

 

 

마이클 베이가 전략적으로 선택했던 로봇 이미지의 감각화는 뛰어났습니다. 문제는 결국 거기서 멈춰버렸다는 거죠. 언제나

 

마이클 베이의 문제는 그것이었습니다. 비주얼에 집착했던 나머지 정말 중요한 스토리텔링들은 언제나 단선적이고 엉망투성

 

이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 그것의 예를 하나하나 따져봅시다. 마이클 베이가 정말 평단에 열이 받았다고 말하던 진주

 

만. 더 말할 것도 없죠. 진주만에서 미국인들이 당한 이미지들은 집요하게 나열해 놓는데 정작 스토리는 동네 대여점의 순정

 

만화도 그것보다는 재미있겠다는 식의 내용들.

 

 

그리고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이건 가만히 보면 꽤 정치적인 해석들이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당하는 사람들은 젊은

 

이들이면서 동시에 그 시대의 상징적인 문화를 향유하고 있던 사람들, 즉 다시 말해 신세대라는 것이었죠. 그것을 보수적인

 

가족의 틀에서 학살을 하고 있는 대립각을 보여줌으로서 그 시대에 있었던 젊은이들의 암울한 분위기를 역설적으로 호러 영

 

역에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혁명적 작품. 하지만 그는 이 대립각을 그대로 가져온 채 이미지만 더 강화시킵니다. 결

 

과적으로 원작보다 새로운 거라고는 눈에 뵈는 외형들밖에는 없는 작품.

 

 

그럼에도 그는 모든 영화에서 큰 돈을 벌죠.

 

 

게다가 마이클 베이에게는 아주 고약한 버릇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조국찬양만만세죠. 이번 트랜스포머에서도 보면 불편

 

한 것이 완전 남의 나라 남의 동네를 전쟁터로 만들어버리면서도 그것에 대한 어떤 불편함조차 없습니다. 나를 도와서 내편

 

이 되든가, 아니면 그 압도적인 무력 앞에 사라져 버리라는 식의 미군작전 모습들을 보다보면, 그 모든 저변에 깔려 있는 것들

 

이 굉장히 불편하게 다가오는 겁니다. 그리고는 그 위에 이런 말을 깔아버립니다. 희생이 없으면 승리도 없다. 문제는 그 희생

 

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의 논의를 애초에 막아버리는 이런 식의 대사빨이 그야말로, 초딩에게나 먹혀들만한 수준이라는 거죠.

 

그럼 또다시 봅시다. 킬링타임용이고 아무짝에도 작품성 따위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 외쳐대는 이 영화에 왜 마이클 베이는 이

 

딴식의 초딩에게나 먹혀들 주제의식을 깔아놓는 걸까요?

 

 

히치콕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는 딱 세 가지가 필요하다. 좋은 시나리오, 좋은 시나리오, 좋은 시나리오.”

 

그런 면에서 볼 때, 트랜스포머는 중반부까지는 딱 그 분위기를 유지했었습니다. 적어도, 옵티머스 프라임과 주인공이 만나

 

서 이후 범블비가 잡혀가는 씬까지는 말이죠. 꽤나 신선했습니다. 특수효과가 저렇게까지 될 수 있는 거구나. 그게 이제 무너

 

지는 부분들이 섹터7이 등장하는 이후부터입니다. 그리고 좀 더 정확히 따지자면, 주인공과 트랜스포머의 접촉부분만 제외하

 

면 구멍은 무진장 많았습니다.

 

 

원래 상영시간이 2시간이 더 넘어갔다는데 영화상영을 위해서 2시간으로 축소했다고 합니다. 팔아먹어야 하는 입장에서 그러

 

는거야 그냥 넘겨줄 수 있는데, 초점은 저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구멍들입니다.

 

일단 큐브의 존재. 이 큐브의 존재가 이 영화에서는 핵심적인 상황들인데도 자꾸 큐브에 대한 명쾌한 정의는 대사만으로 끝나

 

지 못하고, 자꾸 큐브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키우게 만들어놓습니다.

 

 

-왜 큐브는 에너지 접촉을 통해서 모든 기계를 디셉티콘밖에 만들지 못하는가?

 

 

-어째서 옵티머스 프라임은 큐브를 자신의 가슴에 쏘라고 말하는가? 큐브의 파괴는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가?

 

 

-그렇게 손쉽게 에너지파를 발사할 수 있는 구조체라면 왜 처음부터 그렇게 공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나중에 메가트론에게

발사하는가?

 

 

의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왜 카타르에서 살아남은 미군 캐릭터들은 섹터7의 대장도, 국방부장관도 있는 앞에서 갑자기

 

일면식 하나 없는 주인공을 돕는 짓을 스스럼없이 자행하는가? 그것도 섹터7에 대한 어떠한 적대적 감정도 비치지 않았는데?

 

 

-왜 프렌지는 스스로가 쏜 표창에 자신이 맞아야 할까? 과연 트릭은 관객에게 적당히 전달되었던 것일까?

 

 

-전혀 알 수 없는 에너지의 파장을 어떻게 후버댐 안에 넣고 새나가지 않도록 막아서 관리할 수 있었을까?

 

 

-1930년대에 도대체 후버댐의 천정부위까지 꽉 차서 들어가는 크기의 거대한 육면체를 어떻게 북극에서부터 가져올 수 있었

 

을까? 그리고 과연 후버댐을 어떻게 지었길래 그 거대한 육면체가 거기 들어박힐 수 있는가? 애초에 큐브를 갖다놓고 지었다

 

고 한다면 더욱 말이 되지 않고, (왜냐하면 미국의 1930년대는 기밀을 지키자고 해서 잘 지켜지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 큐브

 

를 가지고 들어왔다고 한다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있었다고 하던 윗위키 선조의 암호들은 도대체 어떻게 풀어낸 것인가? 옵티머스 프라임들도 정확한 표시체, 즉

 

안경이 있어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을 정부는 어떻게 20년이나 지난 후에 북극의, 그것도 큐브가 있는 정확한 위치에 도

 

달할 수 있었던 것일까?

 

 

-옵티머스 프라임은 안경을 통해서 북극지역에 큐브의 소재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렇다면 옵티머스 프라임 일행은 천문

 

대에서 그것을 확인한 시점부터 북극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버댐 안에서 범블비는 큐브를 작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후버댐은 에너지파를 막고 있으니 범블비 역시 어떠한 통신도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고 (이 부분은 인간들이 단파통신을 사용

 

하는 부분에서도 읽혀진다) 큐브의 에너지파도 새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섹터7을 떠난 범블비 일

 

행은 옵티머스 프라임과 정면으로 딱 마주쳐서 만날 수 있는가?

 

 

-범블비를 비롯한 모든 로봇군단을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섹터7은 어째서 범블비를 메가트론처럼 완전히 냉각시키지 않는가?

 

또 어째서 메가트론은 냉각된 동안의 상황을 알아보지도 않은 채 마치 돌아가는 모든 걸 알았던 듯이 행동하는가? 메가트론

 

은 냉각된 동안 인식장치의 AI가 돌아가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들은 후버댐까지 메가트론을 운반해

 

왔던 것인가? 옮겨오는 동안 메가트론의 부품들은 얼음에서 해방된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수 있을까? 이것은 큐브의 소재가 후

 

버댐에 있었다는 사실과 궤를 같이 하는 모순이다.

 

 

-보통 기계들은 기계 모양으로 자신의 모양을 만들며 변신 시에는 직립을 한다. 그런데 사막에서 싸우는 전갈 모양의 로봇만

 

유독 갑각류 곤충을 따라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도대체 왜! 어째서! 미군이 작전하는 모습은 길게 보여주면서 이런 스토리텔링의 모순들은 하나도 해결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던가?

 

 

-카타르에서 살아남은 미군들은 도대체 그 허허벌판의 사막에서 무엇을 엄폐물 삼아 그것도 직빵으로 총쏘는 게 들켜버린 와

 

중에 지들끼리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등등등의 문제를 껴안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놈의 스토리텔링이.

 

 

그걸 러닝타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라고 한다면 과연 여러분은 마이클 베이를 어느

 

쪽에 세워두고 싶으신가요?

 

 

더더군다나 린킨파크의 최신곡. What I've Done을 엔딩곡으로 사용한 부분에서는 더욱 가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텔

 

링은 저렇게 엉성하게 해놓고 트랜드를 맞추노라고 그 곡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게다가 애초 곡 성격 자체가 그닥 썩 맞

 

아 들어가지도 않고) 이건 정말이지 예전의 메나헴 골란을 떠올리게 합니다.

 

 

메나헴 골란은 어떤 인간이었느냐, 코난 시리즈와 폭주기관차라는 영화까지 제작해 놓고도 결국 잇속을 차리느라 온갖 삼류

 

영화를 제작하고 스파이더맨을 영화로 만들려다가 홀라당 망칠 뻔 했으며 심지어는 제임스 카메론까지 저런 개새끼 하고는

 

영화 찍지 않는다고 까댔던 바로 그 인물입니다.

 

 

더 락과 아마게돈 같은 경우는 정말 시나리오가 뛰어났었습니다. 그것을 마이클 베이의 솜씨가 잘 버무려져서 상승의 효과를

 

낸 것이죠. 그런 전작에 비해서 마이클 베이의 요즘 시나리오 선택 능력은 좀 의심을 해봐야만 할 것 같다는 거.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작품이 바로 이 트랜스포머입니다.

 

 

 

작품성을 바라는 것도, 반전 따위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최소한은 해줘야죠.

 

 

 

사족-

 

진짜 편집감각과 시나리오와 영화 나름의 힘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차라리 <뜨거운 녀석들>을 추천합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도 이렇게 재밌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실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뜨거운녀석들 알바냐고 씨부리실 몇몇 사람들이 연상되긴 하지만......그래도 어쩔 수 없죠. 정말 대립각이면

 

서 비교되는 작품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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