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영화 전문 매니아로서 `디워`를 평가한다.
1.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공통점"
일단, 특찰물, 괴수영화 매니아층이 탄탄한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매니아층의 저변이 매우 좁고, 자칭 영화평론가, 영화기자라는 사람들 조차도 괴수영화의 원작이 어디서부터 기인을 하는지, 특찰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합니다.
심형래 감독의 '티라노의 발톱'이 외국 매니아층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매니아층을 절대 소수로 보기 힘든 저변인지라 시장성이 큽니다.) 세계최초의 실사 공룡모형 영화로서 비디오를 소장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어린애들의 코 묻은 돈이나 갈취하는 한심한 영화로 평한것만 보더라도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무지함은 하늘을 찌릅니다.
일반 대중은 자신의 시각에서 영화를 보고 평하는 것이 당연하다지만, 평론가나 기자들은 영화의 상대성을 가지고 평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국제적 망신이라고 손가락질 했던 '용가리'가 미국의 해외비디오 렌탈순위에서 1위를 한것만 보더라도 미국에서 괴수영화에 환호하는 시장층의 저변이 넓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용가리'를 평가할때는 특찰물, 괴수영화 장르의 상대성에서 어떤 점이 장점이고 어떤 점이 단점인지를 평해야 하는데, 당시 '용가리'를 상대성에 입각하여 평론한 전문가들이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러한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모르고 있으니"
2. 거대 괴수로 동일시 되는 미국과 일본의 자존심 싸움
거대 괴수 영화의 원조로는 역시 1933년에 발표된 <킹콩>을 첫 손가락에 꼽아야 합니다.
아 프리카 정글에서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거대한 고릴라가 공룡이나 큰 뱀을 맨 손으로 찢어죽이고,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기어올라 전투기들의 공격을 받는 장면들은 1933년 당시에는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킹콩'은 여타 괴수영화들과는 차별되게 괴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괴수와 관객간의 감정이입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명작으로 희자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가대표 괴수로서 '킹콩'이 있다면, 일본의 국가대표는 누가 뭐라해도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외국의 명감독들 조차도 스스로 팬임을 밝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괴수 '고지라'가 있습니다.
1954년에 토호[東寶]영화사가 제작한 거대 괴수영화의 고전 '고지라'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작품입니다. 일본 최초로 특수촬영(특촬) 파트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본격 SF영화인 동시에 반세기가 넘어가도록 확대 재생산되는 일본 괴수영화의 기본 포맷을 개척했기 때문이지요.
줄거리는 ‘핵실험에 의해 동면으로부터 깨어난, 고대의 괴수 고지라가 일본에 상륙하여 막대한 피해를 끼치지만 결국 어느 과학자가 개발한 금단의 병기에 의해 퇴치된다’라는 극히 단순한 플롯에 기초하고 있으나, 당시 사회문제였던 ‘핵의 공포’를 반영하여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시리즈 통산 9,825 만명의 어마어마한 관중을 동원한 괴수영화의 레전드급 캐릭터이고 매년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캐릭터 수입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국과 일본은 괴수간의 대결구도로서 국가간의 자존심을 내걸기도 하는데, 거대 괴수의 제왕 킹콩과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 고지라의 대결을 그려 큰 화제를 모았던 '킹콩 대 고지라'는 일본에서만 1,200 만명의 관객을 동원, '고지라' 시리즈 사상 최대의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합니다.
아마 우리나라 관객들은 유치해서 안 본다고 하겠지만 말입니다.
헐리웃에서는 일본의 '고지라'를 영화로 만든적이 있습니다. 아마 보신 분들도 많겠지요. 그러나
'고지라'는 물러설줄 모르는 괴수입니다. 오로지 전진, 전진, 도시를 초토화 시켜야 함이 정석인데, 헐리웃의 리메이크작은 고지라가 미사일을 피해 물속으로 뛰어들고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일본 국민들의 자존심에 불을 지핍니다. 일본 국민들은 일본이라는 국가와 고지라를 동일시했음을 반증하는 것이지요.
여하튼 일본은 '고지라 최후의 전쟁'에서 통쾌하게 미국에게 복수를 합니다. 영화안에 헐리웃에서 만든 '고지라'를 출연시켜 일본의 고지라와 대결을 시켰는데, 일본의 고지라가 꼬리를 휘둘러 한방에 미국 고지라를 저멀리 나가 떨어지게 만든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3. 영화의 상대성에 입각하여 평가하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졸작'이 되는 이유
평론가들이 극찬했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괴수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별 하나 정도의 점수를 받는것이 고작이고 평론가들이 서로 깎아내리는데 혈안이었던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는 별 세개 정도를 받으며 "나쁘지 않다." 내지는 " 괴수 영화의 정석에 너무 입각한 점이 다소 아쉽다." 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점은 오히려 봉준호 감독의 '괴물'보다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지요. 더불어 이러한 점이 바로 영화의 '상대성'이라는 것이고 말입니다.
괴수영화의 정석이란
1. 괴수가 등장하여 닥치는대로 건물을 파괴하고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2. 군대가 출동하여 괴수와 대립한다.
상기 두가지 플롯이 괴수영화의 정석입니다. 다만, 3번으로 괴수가 죽고 평화를 되찾느냐, 아니면 또 다른 괴수가 튀어나와서 악한 괴수와 착한 괴수간의 대결구도로 흘러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점에서 '용가리'는 기본적인 플롯과 연출이 나쁘지 않으나 지나치게 정석대로만 따랐고 일반관객들을 흡수하고자 무리한 대중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별 3개 정도를 받은 것입니다.
일본의 고지라 씨리즈들 가운데, '고지라 2,000'은 오히려 지나치게 심오한 스토리로 인해서 괴수영화 매니들에게는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이와 같습니다. 괴수영화로서는 상당히 못만든 영화라는 것이지요.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대한 괴수영화 매니아들의 상대적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나치게 충무로적이다."
" 괴수영화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는 관객들을 기만한 영화일 뿐이다."
"괴수영화로서 지나친 매세지를 심오하게 풀어내려는 시건방진 시도이다."
"괴수영화로서는 Z급이다."
"초등학생이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고 미적분을 풀려는 것과 같다. 고지라의 50%만을 복제한 '용가리'가 오히려 대성공이다."
"괴수영화의 흥겨움을 급속도로 냉각시키는 무의미한 자의식 남발"
"괴수영화의 주인공은 가족이 아니라 괴수라는 것을 망각하였다. 괴수에게 주목하지 않아도 되는 괴수영화의 코미디 "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아마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평론일 것입니다만, 실제로 괴수영화 팬들은 상기와 같은 평론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상기 평가들 가운데에는 제 평론도 하나 끼어 있지요. (웃음) 물론, 괴수영화의 상대성을 버리고 "괴수영화를 표방한 새로운 시도"라고 이야기 한 긍적적 평가도 있으나 대체적인 평들은 악평이 절대다수였습니다.
괴수영화 매니아들은 괴수영화가 나올 때 마다 환호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괴수영화는 기술 선진국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이다. 기술 후진국은 오로지 시나리오로만 승부한다."
4. 각 나라를 대표하는 괴수
미국
- 두 말할 나위 없이 '킹콩'과 '그램린'입니다.
그 밖에도 악어를 괴수화 한 '엘리게이트'나 여성의 음부를 캐릭터 디자인의 모토로 삼은 '프레데터' 남성의 성기를 디자인의 모토로 삼은 '에이리언'도 있지요. 다만, 크기의 문제로 인해 괴수영화 중에서 '크리쳐 물'로서 분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미국의 '불가사리'라는 괴수영화를 '킹콩'이나 '고지라'보다 더 높은 점수를 줍니다. 괴수영화들 가운데 유일하게 별 5개 만점을 준 작품이 '불가사리 1탄'이지요.
일본
- 당연히 전세계에서 가장 사람받는 괴수 '고지라'입니다.
그 밖에 '킹기도라', '모스라 성충' '모스라 유충' '라돈' '가이강' 한도 끝도 없습니다.
영국
- '고르고사우르스'라는 공룡을 모티브로 삼은 '고르고'라는 괴수가 영국을 대표합니다.
태국
- 2004년 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호평을 받은 '몬톤 아라양쿤' 감독의 '가루다'가
태국을 대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국에서는 의외로 좋은 작품들이 자주 나오더군요. 괴수영화 뿐만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대한민국
- 우리나라에도 '왕마귀'나 '불괴리' 비롯한 괴수영화는 조금 있었습니다만, 나라를 대표할 정도의 괴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해외 괴수매니아들 사이에서 희자 될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가 어느정도 알려지기는 했지만 크게 어필할 요소가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그 점에서는 아쉽게도 우리나라보다 북한이 한 수 위입니다. 외국의 괴수매니아들은 북한에서 만든 '불가사리'를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전설속의 쇠를 먹는 괴수' 이것은 외국의 여타 괴수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고유의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괴수영화 매니아들은 심형래 감독이 '불가사리'를 한번 제작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나 이제 우리에게는 '디워'가 있습니다. '디워'는 여타 괴수영화들과는 달리 여의주와 이무기라는 고유의 캐릭터성을 보유하고 있고, 또한 괴수를 추종하는 세력이라는 소재의 탁월성까지 지니고 있지요. 이 점은 외국의 괴수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괴수로서 두고두고 희자 될 요소가 큽니다.
5. '디워'를 평가해 보자.
'디워'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괴수영화의 수작입니다. 오늘 '디워'를 보았는데, (집중력에 방해 될까봐 혼자서 보고 왔습니다.) 전세계 괴수영화 매니아들에게 어필할 요소가 상당히 많았고, 두고두고 희자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과도한 편집이 개연성을 떨어뜨리는 아쉬움은 있었는데, 마치 5~6 시간 분량의 씨리즈물을 과도하게 압축한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허나 전체적인 스토리는 좋았습니다. 무난했다는 것이지요. 재미도 있었고, 음향효과도 상당히 뛰어났고, 소재의 탁월성도 기발했고 말입니다.
괴수영화는 어린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평론가나 기자들, 괴수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벌어진 그들의 웃지못할 무식한 촌극 (그들을 무식하다고 한 것은 영화를 통해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식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지요.)을 보면서 전 세계 괴수영화들을 섭렵한 전문 매니아로서 필자는 '디워'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론을 내리겠습니다.
- 평어체로 쓰는것을 이해하시기 바라며.
미국의 '아나콘다'가 처음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을 때, 필자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파주공고 '영화감상 동아리' 회원이기도 하였다. 당시 문산극장에서 영화가 끝난 후 동아리 회원들은 영화를 폄하하였으나 필자는 뱀 종류의 괴수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 뱀 괴수영화의 '최대한도'로 극찬을 한 기억이 난다.
사실 그 이전까지 존재했던 '스네이크 맨'과 같은 뱀 종류의 괴수영화들은 '크리쳐 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민망하기가 그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디워'는 오히려 '아나콘다'를 민망하게 만들며, 뱀 종류의 괴수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것을 나에게 보여주었고,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최고의 경지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괴수영화에서 가장 중요한것이 무엇이던가!
괴수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아니다. 괴수영화는 기본적인 플랫과 소재를 통해 이야기만 이끌어 가면 된다. 괴수영화의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도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니다. 바로 '괴수' 그 자체가 주인공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패닉과 아비규환으로 몰아가는 '이무기'는 적어도 반세기 동안 30 여 차례나 나타나 2년에 한번 꼴로 도시를 파괴하는 "아무 이유 없어~"라는 식의 '고지라'보다 명분이 있고 목표가 뚜렷한 보기 드문 차별성의 '괴수' 그 자체로도 훌륭한 존재이다.
우리나라에도 장르영화를 추구하는 감독 '심형래'가 있다는 것은 괴수영화 매니아인 필자에게 더없이 대단한 축복이며, 필자는 '디워'에 별 4개 반의 점수를 주고자 한다.
from - 젖은낙엽 a.k.a 천자의 머리
출처 : PG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