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나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 그냥 킬링타임으로 시간때우기라는 생각. 게다가 하드 용량도 꽉 들어찬 상태라 빨리 보고 정리하고 싶은.. 하지만, 왠걸, 영화를 보면서 몇번이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는지 모른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몇번이나 엄지 손가락을 번쩍번쩍 치켜세워주었다. 별 다섯개에 다섯개를 얹어주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한 장면도 버릴 장면이 없다. 특히 도입부는 잠이 확 깰 정도로 훌륭하다. 배우들의 동선이나 배치도 훌륭하다. 어떻게 해야 "좋은 그림"이 나오는지에 대한 감독의 감각은 정말이지 존경받아 마땅하다. 확실히, 웰메이드는 아니지만, 오히려 웰메이드가 아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영화의 에너지가 정말 극한까지 나아간다. 적당한 비장함과 유머도 있다. 이 거친 남자들의 세계는 이 남자들에 대한 미묘하고 섬세한 연출과 만나서 완성된다. 예컨대, 총을 빼려고 뒤에 손을 쑤셔 넣는 장면, 시가를 입에 무는 장면, 하나하나가, 그것이 별 거 아님에도 불구하고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아태 역의 오진우는 앉아있는 모습, 혹은 그냥 걸어다니는 모습만으로도 <아, 이건 정말 남자다!>라는 느낌을 팍팍 준다.
액션씨도 훌륭하다. 액션씬들은 거의 실내에서 이루어지는데, 엄청나다! 피는 거의 가루처럼 뿌려지고, 누가 누구를 죽이는지조차 잘 알 수 없는 이 액션씬들은...아...뭐라고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장난아니다. 무허가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액션씬은 시적이기조차 하다.
<대부>나 <스카페이스> 등의 미국영화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비슷한 면을 찾자면, 예전에 <언터쳐블>의 그 유명한 계단씬 정도? 한손으로는 유모차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나쁜놈에게 총을 겨누어 주시던 앤디 가르시아의 '피식' 거리는 느낌의 웃음정도? 당연히 <익사일>에 비하면 많이 약하다. '가오'가 장난들이 아니신데, 어색함이 없다. 너무 무겁고 비장해서 사람 마음 묵직하게 하지도 않고, 너무 가벼워서 느끼하다는 느낌도 없다. 딱 적당하다. 사실 적당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들의 표정, 대화들은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봐라, 오진우의 늠름한 폼을!
안보면 후회했을 법한 영화다. 이 피 튀기고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 완전 몰입하는, 어찌, 이런 남자들의 세계가 단지 남자들만의 로망뿐이겠는가? 이런 건 여자들의 환타지이기도 하다. 여성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 그러므로 괜한 배아픔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되는, 그저 남자들의 멋있음만 충분히 느끼기만 하면 되는, 그들의 매력에 완전 흠뻑 빠지기만 하면 되는 그런 환타지말이다.
한국 조폭영화의 죽고 죽여야만하는 비열한 양아치 세계가 아닌..진정한 남자들의 우정과 로망
기대없이 우연히 오랜만에 멋진 홍콩 느와르를 감상할수 있게 되어 참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