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군국주의 시대와 버블 경제의 붕괴 시기를 거쳐 이제는 초라해져가는 현대 일본인들의 일상을 이해하려는 조금은 누그러진 시선이 필요한듯 하다. 경제 대국이라지만 그들만의 화려했다던 시대는 지나가고 일본인들의 삶 속에는 무기력함과 냉소적인 자기비하 정서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슈퍼히어로의 존재 가치란 무엇일까에서 출발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시대에 대일본인 역시 그저 남루한 삶에 지쳐가는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대일본인이 그저 무엇인가 있을 큰 사건을 기다리며 또 기다리는 모습을 인터뷰 형식을 빌어 페이크 다큐 기법인가를 사용하며 지루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클로버필드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가?
자주 등장하는 괴물들의 모습들에 공통점이 있는데 우선 괴물들의 얼굴들이다. 대부분 괴물들의 얼굴이 사람의 형상을 띄고 있는데, 현대 일본 사회의 병폐를 꼬집는 요소들을 엿볼 수 있었다.
정확한 해석은 아니겠지만 처음으로 등장했던 괴수는 몹시도 화가난 상태에서 기업들이 입주해있을 건물부터 뿌리채 뽑아버리고 있는데 실직한 중년 일본 남성의 초라한 대머리를 하고 있었던것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냄새나는 중년 아줌마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큰 도시에 나와 활보하는 것조차 안될 존재!!! 미소녀를 숭상하는 일본인들의 싸가지 없음에 희생되어 소외된 아줌마 괴수는 철없는 애송이와 대범하게도 부적잘한 관계를 그것도 도시 한복판에서 저질러 버린듯도 하고 이 과정을 수습하지 못하던 슈퍼히어로 또한 조롱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괴로운 표정으로 일관되게 지껄이던 꼬마괴수는 아마도 나약한 오타쿠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꼬마 괴물의 죽음도 어의없지만, 나중의 변신에 큰 지장을 줄 수도 있어 자기 신체 일부분을 방어 해야만 했던 슈퍼 히어로의 행동은 무죄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빨갱이 괴수' 과거 군국주의의 망령을 대변하는 '할아버지 대일본인'은 이제 치매증세를 보여 요양원에 방치되어 있다가 잊을만하면 갑자기 탈출해 문제를 일으키려고 한다는 감독의 나름대로의 시각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일본군의 현재의 모습이 병치되어 있는 상황은 다소 불편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정치적 요소를 크게 분석하려들지 않는 일반적인 일본인의 입장이라면 북한의 위협이란 그저 화가 나는 억울한 현실일 것이니 나는 분명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영화의 종반부에서 여전히 빨갱이 괴수에서 터지고 있던 대일본인을 도우려고 미국의 슈퍼저스티스 가족들이 등장한다. 나름 괜찮았던 CG에서 갑자기 괴수물 본연의 사람이 탈을 쓴 실사로 전환이 되어 그 유치한 테러와의 전쟁을 교묘하게 비꼬려 하는 것도 같고 울트라맨처럼 멋지게 괴수를 처치하지 못하고 흡사 일본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지메 현상의 단면인 잔인한 폭력 과정을 여과없이 대입해보고 싶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여러가지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는듯 한데,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강조되어 있어 논란의 요소가 다분할 것이라 생각이 된다.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이어지는 장면에선 미국 히어로들은 좀더 멋진 쇼맨쉽을 발휘하지 못했음에 서로에게 책임을 묻고 있었다. 이지메 학생을 죽음에까지 이르도록 하면서도 멋들어진 액션에 집착했을 가해학생들의 정서를 엿보였던 것일까?
이 영화에 감독과 주연배우를 겸하고 있는 마츠모토 히토시의 영화에 대한 마지막 시각이 그저 무기력한 방관자로서의 대일본인을 그려가고 있으니 판단은 역시나 미루어야 하지 않을까? 한편의 냉소적인 블랙코미디에서조차 군국주의 부활을 꿈꾼다고 설레발치는 해석이 필요하진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