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진주군
평소 로망 영화를 즐겨 제작하시기로 유명한,
PIFF 에도 여러번 걸리시어 우리에게도 제법 친숙한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2006년 작이다.
원제는 'Out of this world'
2차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을 무대로 펼쳐지는 재즈뮤지션 이야기다.
엄청난 국가적 사회적 격동기속에서 패전후 밀어닥치는 미군들과 함께 유입된 재즈음악.
포근함과 아련함, 알 수 없는 향수와 정열을 두루갖춘 마약같은 음악 재즈.
그 재즈선율에 매료되어 버린 다섯 사내들에게는 패전의 참담함도, 국가적 위기도 그 어떤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재즈에 모든것을 걸고자했던 그들이 조직한 밴드 이름 역시, 당시에 전세계로 파병되던
미군들의 애연초인 '럭키스트라이크'. 이들의 밴드명만 보더라도 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서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상당한 연습량이 느껴지는 각종 클럽 연주씬과 일본영화 특유의 여백있는 개그,
게다가 다채로운 조연들을 통한 당시 어두웠던 시대 상황의 재조명까지.
탁월한 연출력의 손끝에서 담백한 음악영화 한편을 조율하고 있다.
마음 깊은곳이 가볍게 아려오는 이 영화를 보며 개인적으로 느낀점이 있다면
얼마전까지도 일본음악의 국내 라이센스를 금지시키던 우리나라의 문화적 탄력성이 아쉽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원제이자, 엔딩곡의 제목이기도 한 'Out of this world' 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다섯명의 럭키스트라이크 멤버들에게 있어서 재즈란 '위대한 일본을 패전시킨 양키들의 전유물'이 아닌
그저 자신들이 사랑하는 '음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 단지 이런 세상만 아니었다면,
조금만 더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어땠을까, 좋았을텐데 하는 애처로움이 마음끝에 묻어난다.
물론 패전당시 일본인의 대다수가 이 영화의 주인공들 같지는 않았을것이다(영화에도 그런부분의 묘사가 돋보인다)
하지만 패전후 반세기가 넘는 이 시점에서, 협소하게 나마 일본의 음악시장만을 놓고 본다해도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차별화되는 다양성과 개성이 공존함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트로트에 해당하는
엔카는 물론이거니와, 재즈, 팝,락,그외 모든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뮤직들이 '대중음악'이라는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해외 팝,락스타들이 도쿄돔이나 사이타마 슈퍼아레나를 그들의 투어리스트에서 빼놓지 않는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행동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 좋은것, 괜찮은것에 대해선 그 배경을 묻지않는다.
그로 인한 폐해도 있을것이고, 배경을 물어야만 하는 대상도 분명 존재하지만,
'음악'은 그런 대상이 아니다. 진군가나 사열가도 아닌
'대중음악'의 라이센스에 까지도 무조건적으로 방패를 들고 보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2시간여동안 가볍고 담백하지만, 짠하고도 아릿하게 스크린을 오간다.
국적을 떠나 전쟁이란 아픈것일 수 밖에 없으며, 윗사람들이 싸지른 똥구더기 속에서도
제각각 부여잡고 있는 한 줄의 희망은 사람들을 살아가게 만든다.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원하는건 'Out of this world'.
하지만 우리가 속해 있는 곳은 바로 그 'this world'일 뿐이다.
...
고3때 검은색 교복을 입고 처음 찾아갔던 재즈클럽.
학생인거 알면서도 흔쾌히 진토닉을 내놓으시던 주인장 생각이 났다.
처음 라이브로 들었던 'Take the A train'.
그 후 3년정도 그 가게에 몸을 푹 담그고 살면서
엄청난 주량의 소유자 임과 동시에 당당한 애연가로 자리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