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서울올림픽이 끝나고 다음 해인 1989년에 제작된 이미 잘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입니다.
스펙터클함 보다는 잔잔함으로 이끌어 가는 영화로 사건의 발단과 전개가 잘 이루어진 전형적인 기승전결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근현대로 중세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중간지점입니다.
마녀라고 하면 중세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전차가 다니고 흑백TV가 나오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은 신선하고 지금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더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 하면서도 이질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한 시대에 마녀가 근현대에서 겪을 수 있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재미나게 꾸몄습니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성우들의 우리말 녹음을 평가할 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일본판을 본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과연 우리나라 성우들이 어떠한 연기를 했을까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고 봤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만화영화에서 성우들이 보여준 연기가 그리 썩 좋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영화는 괜히 인기 끌려고 인기연예인을 쓰는 바람에 오히려 영화의 질은 더 안좋을 때가 많았죠.
그러나 이 영화의 성우진은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영화같이 인기는 있지만 성우로서는 부적합한 연예인들을 고용한 영화보다 전문성우를 고용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목소리는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일본말 + 자막을 볼 때보다 직접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노래가 나올 때는 일본노래가 그대로 나오고 자막을 썼다는 것입니다.
아니 사람에 따라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요.
나온지 오래된 영화지만 아직도 훌륭한 퀄러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움직임과 색채가 풍부한 화면은 눈의 재미를 높여주고 있으며, 근현대지만 중세유럽같은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어 꿈꾸는 환상의 세계라는 이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키키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때면 마치 우리도 하늘을 나는 것처럼 훌륭하게 그려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늘을 나는 부분을 집에서 컴퓨터로 볼 때보다 영화관의 큰 화면에서 볼 때 더 감동을 느꼈습니다.
사운드도 만족할만한 수준입니다.
중세음악을 주로 쓰면서 환타지적인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 영화에서 무엇을 전해주기 보다는 그저 보여주고 싶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 꾸었을 만한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이란 걸 마녀란 인물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같이 공감하는 그런 공감대를 같이 느껴보는게 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가 아닐까 보입니다.
하늘을 나는 것, 마법과 현대의 만남은 항상 우리가 꿈꾸고 있는 것들이니까요.
이 영화에서의 또다른 주요 포인트는 주인공인 키키가 배달을 하면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입니다.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곤란함과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환희와 아쉬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어 나가며 점점 성장해나가는 키키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땐 무난한 영화, 수작정도의 영화라고 보여지기도 하지만 꼭 스펙터클하고 광대하고 웅장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만이 대작이라고 한다고해도 이 영화는 수작이라는 표현이 아까운 영화입니다.
만화가 무슨 영화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는 만화의 인식을 바꾸게 해줍니다.
잔잔한 느낌이 살아있고 공감이 가며 환타지와 마녀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추천작입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DVD는 4월 15일에 나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