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롤랑 조페
주연 : 행 s.응고르 ( 디스 프란 ) , 샘 워터스톤 ( 시드니 쉴버그 )
80년대에 초등학생이었던 분들은 방위 성금이란걸 학교에 내던 웃지 못할 추억이 하나씩 있을겁니다.
그 당시는 반공 교육이 절정에 달하던 시기라 개인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방위 성금을 내고 단체 관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이 영화를 얼마 전 모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다시 보고 생각이 나서 글을 올려 봅니다.
이 영화에서는 전쟁 영화의 백미인 치열한 전투씬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캄보디아 내전과 점령당
한 캄보디아의 잔혹한 실상을 종군기자 시드니와 디스 프란의 시선으로 생동감 넘치게 풀어 가고 있습니다.
미군은 월남전 패배 직후 캄보디아의 공산화를 막으려 캄보디아 주둔하지만 반정부군 크메르루주를 하찮은 게릴라 정도로
취급하는 자만에 빠졌다가 그들의 공격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폭격을 가하다 민간인 마을을 통채로 날
려버리는 과오를 범하게 됩니다. 이를 취재하러온 시드니와 디스 프란은 그 참혹한 현장에서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그리고 미군은 악몽같았던 월남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반정부군 크메르루주에게 패하고 캄보디아를 철수를 결정하고,
종군 기자로서 끝까지 의무를 다하던 디스 프란은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미국으로 대피 시키지만, 정작 본인은 탈출에 실패
하고, 배고프고 힘든 수용소 생활의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잃어버리고서야 뼈저리게 느낀 자유에 대한 갈망에 프란은 결국 목숨을 건 대탈출을 감행하고,
탈출을 시도하자마자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킬링필드는 전쟁영화이지만 군인이 주인공이 아닌지라 ' 라이언일병구하기 ' 나 ' 플래툰 ' 같이 치열한 전장이나 백병전을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 이념을 앞세워 일으킨 피비린내 나는 전쟁 뒤에 민간인들이 겪어야만 될 참혹한 현실을 생생
하게 잘 살려낸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현장을 겪었던 실존 인물의 이야기로 구성해서 그 당시 참담했던 캄
보디아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보았던 그리도 또 앞으로 볼 전쟁
영화 중에서 이 정도로 긴 여운과 교훈을 안겨다 줄 영화는 앞으로도 못 볼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