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는 마작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이 곳의 가장 큰 이슈는 이상한 할머니와 낡은 유모차이다. 유모차의 안을 본 사람이 없다는 것. 사장의 심부름을 가던 츠*는 굴러내려온 낡은 유모차와 운명의 만남을 가진다.
<첫 인사 치고는 좀 거창하다>
유모차의 정체는 그녀의 할머니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다리를 못 쓰게 된 쿠미코를 위해 산책을 나온 것.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새벽에만 나왔다고 하는데..
츠*는 폐쇄적인데다 냉소적이며, 환상적인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고, 프랑소와 사강의 책을 좋아하며 자신을 조제라고 말하는 약간은 이상한 소녀인 쿠미코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츠*는 쿠미코에게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쿠미코를 데리고 나간 것을 발단으로 하여, 카나에에 대한 오해까지 겹쳐 츠*는 더 이상 쿠미코를 만날 수 없다.
<쿠미코를 오해하게 만든 카나에>
그렇게.. 생이별을 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조금은 잊혀 졌을까..?
그렇게 잊어갈 무렵..
신입생 환영회.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 쿠미코와의 고리는 sm잡지 마니아인 카나이 하루키에 의해 이어진다. 그녀에 대한 속앓이는 더해지지만,그토록 자신을 거부한 쿠미코에게 선 듯 돌아갈 수 없다.
어느 날, 쿠미코를 도와준 건설업체 담당자와 견학차 만나고 그곳에서 그녀의 할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네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그녀는 조제이다. 항상 자신을 그렇게 말한다. 그들은 할머니의 죽음으로 재회 하게 되고 사랑을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너무도 짧다..
소설 속 베르나르의 대사는 그들에게 일종의 진리가 되어버린다.
그들은 영화 초반 츠*가 추억하던 겨울 바다 여행을 떠나지만, 그것은 츠*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도피여행이었으며,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사랑하지 않는 날은 어김없었고, 그들은 이별했다.
조제는 말했다. 자신이 이전에 살던 세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그녀는 이별에 결코 상심하지 않았다.
그들이 서로 만나 사랑했고, 그저 이별 한 것이다.. 베르나르의 말 그대로 사랑하지 않는 날이 와버렸고, 다시 고독해지고 그저 흘러간 세월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의자위에서 다이빙을 하지만, 조제는 조개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왔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조재,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거기가 내가 살던 곳이야. 깊고 깊은 바닷 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정적만이 있을 뿐이지. 별로 외롭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깐....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갈 순 없을 거야 언젠가 니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 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조제는 조개껍질이다.. 원하는 곳으로 다닐 수 있는 물고기는 그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조제에게 자유를 준건 츠* 이다. 그녀에게 그는 얽매던 조개껍질을 깨준 존재이며, 포플러 나뭇가지 처럼 스스럼없이 다가온 고마운 존재이다.
호랑이... 그녀에게 있어 호랑이는 단지 공포의 대상이다 본 적도 없으며, 볼 자신도 없다. 츠*를 만나고 호랑이를 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내면적 공포를 어느 정도 극복한다.
둘은 결국 헤어진다.. 이별과 만남은 소소하지만 귀중하고 고귀한 행위이다. 사랑했지만 헤어졌다는 말은 거짓말일 것이다. 이별은 어떠한 요소에 의해 일어나고 그 요소자체가 꼭 잘못되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런 요소에 의해 서서히 멀어졌고 헤어졌다.
동정은 아니었다.
장애란 요소가 분명히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결국에는 이별의 어떠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며, 만남을 뒤집어 보더라도 동정이란 요소가 작용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헤어져도 친구로 남는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만날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츠*는 조제와 이별 한 후 카나에를 만나 길을 걷다가 오열한다.
사랑했기 때문에 다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현실 속에 젖어든다. 츠*는 과거를 추억하고 있고, 조제는 혼자서 장을 보고 1인분의 고기를 굽는다. 쿵- 하고 의자에서 다이빙을 하고, 전등줄은 손에 닿기 쉽게끔 내려와 있다. 현실 속에서 우리들은 잦은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고 그렇게 자라간다. 상처든 사랑이든 주고 받으면서... 영화가 우리에게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