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일에 대해서 주먹한 번 불끈 쥐어본 소시민 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정의감과 영화적 힘을 지닌 배트맨
그에 맞서는 악당 이라면 당연히 떠오를 만한 이미지들
조커에게서는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어떠한 주인공 보다
선이란 것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할까?
자기에게 달려드는 배트맨에게
Hit me! 라고 외치며 부릅뜨던 눈에서
혼돈이란 것이 무엇인지 악이란 것이 무엇인지
선의 한계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미칠듯한 그의 갈망을 볼 수 있었다.
자기 목숨 따위는 이미 저하늘 먼곳에 버린듯한 모습에서
선에 서 있는 존재들 보다 더한 열망과 순수를 볼 수 있었다.
'니 안에 있는 악이 우습지?
너에게 있는 멋대로의 선과 악의 경계
그것을 손쉽게 의지해 버리는 나약한 너의 관념을
똑바로 봐.
미칠듯한 혼돈. 그 위에 악이 서있어.
니가 감히 넘볼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악이란 것은.'
조커는 잡히고 히스레져는 죽고 배트맨이 희생함으로
영화는 마무리 되었지만
조커의 완전한 승리.
거기에 휘둘린 배트맨이란 존재가 공허하게 남는
그런 영화였다.
Darknight.
솔직히 배트맨에 나오는 최첨단 무기들이라던지
일반인이 꿈꾸기 힘든 자본력과 능력으로
통쾌하게 악을 무찌르는 장면을 기대한 나로써는
보는 내내 조커의 독백이 들리는 듯 해서
괴로웠다.
어설픈 거짓 미소와 위선으로 포장하고
선에 속한다고 위안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뭘 봐야 하고
뭘 더 어떻게 깨달아야 하는지.
우울하기만 하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자책하며 발버둥 치는 나에게 조커가 한마디 한다.
Why so seri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