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시걸형님의 새로운 영화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들뜬마음으로 어둠의 경로로 구해 보았습니다.
Against the dark. 제목부터가 포스가 느껴지더랍니다.
좀비물을 선호하는 저로선 몇몇 분들이 흡사 블레이드를 연상시킨다는 말에 혹하여
아직 죽지않은 시걸형님의 수려한 액션을 기대하며 봤더랬죠.
참고로 저는 시걸형님의 작품들을 어렸을 때 부터 쭈욱 지켜보며 자라왔습니다.
특히나 언더시즈2 는 어디서 구해졌을지 모를 복사테이프로 인하여
어린시절 저에겐 터미네이터2, 라스트 액션 히어로(아놀드 주지사님의 팬입니다), 스피드, 쥬라기 공원과 더불어
어림잡아도 저 영화들은 100번도 넘게 봤을지도 모를 정도로
봐도봐도 재미있는 영화 중 한 편이었죠.
암만 사람들이 목을 꺾고 발차기는 절대 쓰지 않으며 오로지 굳건하게 서서 주먹도 아닌 보자기 손으로
상대방을 뚜드려 팬다 하며(효과음 : 투닥투닥) 비아냥 거릴 지라도
저에겐 아놀드 주지님과 더불어 진정한 액션 히어로였습니다.
언더시즈2 에선 저격용 라이플에 어깨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관통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한결같은 감정이 없는 표정으로 "이런걸 두고 총을 맞았다고? 이건 맞은게 아니야."
하는 그런 모습조차도 저에겐 선망이었습니다.
기관총에다가 방탄복으로 무장한 특수부대를 표정 하나 안바뀌고 간단히 권총 한자루로 제압하시는 그 모습에서
훗날 저는 힘든 군생활을 이겨낼 원동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 마저도 세월이 지나면서 변해가나 봅니다.
높은 네이버 평점을 받으며 소수의 네티즌들로 부터 극찬받던
국산영화 '클레멘타인' 에서 보여주신 모습들은 조금 실망스러울수도 있었죠.
이 영화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으리라 봅니다. 너무도 유명하니까, 보신 분들만이 아시겠죠.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영화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영화를 시작하자마자 영화 속 세계관에 대한 영상들은 infection(이라도 뜨던가 했을겁니다-_-)
이라는 단어의 등장과 함께 강력한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 생존에 위기가 닥친다는
일련의 좀비물이나 흡혈귀물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스토리입니다.
그 있잖아요. 전염율이 매우 높으며 전염된 사람은 좀비나 뭐 그런 괴물이 되고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닿고,
소수의 생존자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ㅡ
여튼 피해자의 배를 갈라 내장을 끄집어내 먹는 설정의
흔하면서도 상당히 먹고 들어가는 고어한 비쥬얼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괴물이십니다.
영화 중간에 감염자가 스스로 이빨을 뾰족하게 갈아내는 모습에서
나름 섬짓함을 느끼긴 했지만
끝입니다.
새벽의 저주나 26일 후에서 보여준 좀비 개떼의 무서움도 없으며
블레이드2에서 보여진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뉴타입 흡혈귀의 느낌도 없습니다.
그냥 영화 속 에서 종종 튀어나오며 왁! 왁! 소리지르며 죽어가는 것 뿐...
우리의 호프 시걸형님이십니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에선 무적의 카라데 수도공격도, 필살의 권총공격도 보여지지 않습니다.
대신 카타나를 사용하십니다.
영화 내 주인공 이름도 타오(tao) 입니다. 나름 감독분께서 일본 혹은 동양권 문화의 무술이라는 것에 대해
환상을 가지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 영화 속 배경이나 출연진이나 뭐 어느 것 하나 부합되는건 없습니다.
시걸형님의 tao라는 이름과 카타나 빼곤요.
영화 출연진 중 흡혈귀와 엑스트라들 제외하고 1/3을 차지하는 통칭 '사냥꾼' 이라는 자경단입니다.
사진에서 보여지듯이 총 네명입니다.
저기 보이는 우측 흑인 아저씨는
노년에 고생하시는 시걸형님을 대신해서
십중팔구의 액션씬을 소화해내십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 포스터에 시걸형님이 나와있어야 되는게 아니라 저 흑인분이 있어야 할 듯 싶습니다)
아마 영화상에선 가장 개털리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네요.
기관총에다가 수류탄까지 중무장 했으면서 그냥 총으로 쏘면될걸 괜히 집어던져지고 구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럼 저기 두 여자들은? 마찬가지로 투닥투닥 싸우긴 싸웁니다만
대사도 없고 뭐 그닥 존재감이 없습니다.
반면 시걸형님은, 흡혈귀들이 손 끝 하나 닿기도 전에
칼로 슉슉 하면 낫에 밀 쓸리듯 그냥 죽습니다. ㄷㄷ
영화 출연진의 다른 1/3을 차지하는 생존자 무리입니다.
특별히 하는건 없습니다.
도망만 다닙니다.
감독분이 나름대로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심적 변화와 갈등을 그려내려 한 것 같긴한데
영화 극초반을 제외하고 시종일관 진행되는 병원 안 이라는 배경에선
그 어떤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더욱 끔찍한 건, 병원이라는 배경의 장점이자 단점인 너무도 초초초초초초 단조로운 배경은
오히려 종종 등장하는 감염자들을 반기게끔 만들어줬습니다.
(장점 : 제작비가 절감 , 단점 : 미치도록 지루하다)
오직 청녹색의 복도를 끝도없이 나아가며 출구를 찾는 저들을 바라보며
'아니 그냥 창문 깨부수고 나가면 되지...........'
하는 연민만이 오갔습니다.
그럼, 다른 1/3의 출연진은 누구일까? 하신다면
역시나 이런류의 영화에선 언제나 등장하는
무책임한 정부측 인물들입니다.
역시나 이들은 대책없이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군대식 명령을 내리며 생존자들이 있는 곳에 폭격기를 보내는,
이 미치도록 단조로운 영화의 엔딩을 조금이나마 수려하게 장식해줍니다.
영화 종결부분에선
인간과 흡혈귀가 결합된 신인류(라고 봐야겠죠?)가 등장하지만
영화 러닝타임의 관계로 등장시간이 체 5분이 되지않습니다.
왜나온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B급 영화에서 늘상 보여지듯, 지들이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까고 부순다는 생각의
군대가 폭격기를 아직 생존자들이 남아있는 병원으로 보냅니다.
근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분명 영화화면에선 폭격기 조종사가 계기판으로 병원을 조준할 때
산을 조준하고있는데
병원이 박살납니다.
-_-
오폭이군요. 어찌되었던 감사한 조종사 덕분에 주인공들은 유유히 지나온 길이 폭파되는
폭파씬을 배경으로 꼭 유달리 딴때는 한두마리, 많게는 세네마리 등장하던 흡혈귀들이
무슨 잔치를 벌이려는건지 떼거지로 주인공들을 따라옵니다.
역시나 그들은 주인공을 내버려둔채 폭염에 휩쌓이죠.
아, 어쩌면 폭격기 조종사는 병원을 조준한 게 아니라
병원 지하주차장을 노렸을지도 모르죠.
(마지막 도망가는 장면이 주차장이예요)
왜냐믄 병원이 박살나는 장면은 안나오거든요.
여튼 세계를 구한 우리의 tao. 왜 구했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아마 백신 어쩌고였을거예요. 뻔하잖아요.
폭파된 병원 지하주차장을 유유히 걸어나오며 서서히 날이 밝습니다.
희망이 돋아납니다. 마치 흡혈귀와 인류의 전쟁이란 승산없어보이는 전쟁에서
희망의 꽃이 피어난것처럼.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긴 한데
제 생각엔 그냥 wasted time 용 입니다.
시걸형님 요즘 맨날 b급에만 출연하시고, 좀 어려우시다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래도 시걸형님의 마치 치트키 친 듯한 액션신을 고대하셨던 분이라면
한번즈음 보셔도 무관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