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걸 본지는 꽤 오래됐다. 그 특유의 건조한 무거움으로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멜로 영화로 남아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tv에서 방영하게 되어 무심코 돌리던 그 손을 멈추게 되었다.
꼭 그날처럼.....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랑이 있고 그 사랑에 대한 무수히 많은 목소리들이 있다.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소리서 부터 흐느껴 우는 소리, 또는 폭발이나 심지어 채찍(?)소리가 나기도 하는 등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그 모든 사랑을 표현하려 애쓴다. 여기 쿠미코 아니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은 어떤 소리가 날까?
칼부림으로 시작되는 범상치 않은 첫만남 이후로 츠네오는 연민에서 호기심으로, 호기심에서 호감으로 이 종잡을 수 없는 소녀 쿠미코가 마음 한켠에 자리 잡는다. 허나 그것은 신기한 고양이를 본 아이의 가벼운 변덕 이었을지 모른다. 다분히 이기적인 배려의 부재는 결국 상처를 주고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갈라서는 것 이다. 서로를 너무나 갈망하는 마음에 다시 이어 붙이 더라도 결국에는 다시 찢어 질 뿐이다. 그 예고된 파국을 향해 달려 가는 것 . 츠네오가 그리 하였고 우리들 또한 그러하다.
세상의 모든 이별은 같다. 그 표면적인 수만가지 이유의 허물을 벗겨내면 결국 벗길 수 없는 존재 '나'가 나온다.사랑은 이타적 행위라지만 그 시작은 이기적 목적에서 시작 하는 것. '나'를 위한 '우리'가 있는 것 이고 그 '우리'속의 구성품으로 '너'가 있어 결국 '나'와 '너'는 이리도 불평등한 관계의 굴레 속에 있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세상의 모든 이별은 같다.
하지만 이러한 필연 속에 오히려 빛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조제는 더이상 사강의 책속의 인물이 아니다.호랑이는 단지 큰고양이과 돌물이 아니며, 물고기는 벽을 헤엄치는 존재다.토카레프는 러시아산 총이 아니고, 쇼핑카트는 누군가의 자가용이며 성인잡지는 야할 뿐 아니라 웃기기도 , 또는 아프기도 한 책이다. '나'로선 알 수 없는 것들.... 오로지 '우리'만 공유했던 '너'의 흔적들 이다.
이 귀향길에 손에쥔 기념품이 아니라면 '우리'였던 사실 조차 잊혀 질 지도......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잃은 조개껍질 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 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데로 나쁘지 않아.'
그럼 이제 처음에 품었던 의문에 답 할 차례다 그들의 사랑은 어떤 소리가 날까? 글쎄 내 귀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란 귀로 듣지 못 할 수도 있는 법. 소리는 울림 이기에 그 울림이 어느새 나를 흔들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명확하지 않으나 강렬한 공감, 그들의 사랑은 그 본질이 불러올 필연에 아플지라도 왜 그들이 또는 우리가 사랑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무음의 파동이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어떤 소리를 들었나 물어 본다면....음... "세상에서 가장 낮은 1미터의 다이빙 소리가 들렸다"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