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는 듀크 역의 채닝 테이텀 역의 분량을 늘리느라 늦게 개봉한다던 뜬소문도 퍼지던 지 아이 조 2를 보면서,
아까운 영화,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로 아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다른 영화평에서도 몇 번 말한 바와 같이,
좋은 소재들을 가지고 그것을 충분히 요리하지 못했을 때 그렇습니다.
그 때마다 A급 재료들을 가지고 C급 요리를 만들었다, 라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지 아이 조 2 같은 경우는 좀 더 다른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블럭장난감에서 블럭만 제대로 바꿔 껴맞추고 쓸데없는 블럭만 빼버리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가장 먼저 아까웠던 지점은 1편에서 구축한 캐릭터와 완구스런 이런저런 묘미들을 잘 살린 점들을 대체 무슨 깡으로 그랬는지
단박에 쳐 날렸다는 점입니다. 연결점이라고는 스네이크 아이즈와 스톰 쉐도우 밖에 없다는.
1편을 그럭저럭 높이 사주는 건, 스토리가 단순하면서도 의외로 꽤 말들이 됐다는 데 있었고,
그 사이사이는 아기자기한 완구적 아이템들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스토리들을 끌고 나갔다는 데 있었죠.
그런데 이번 2편에서는 너무 현실의 요소들을 끼워넣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그런 아기자기한 묘미가 죽어버린 느낌도 듭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아까웠던 지점은,
스톰 쉐도우의 깨달음 부분이 너무 뜬금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러닝타임에서 쓸데없는 옷갈아입기 씬이나 작전 초장의 이런저런 대화들 따위는 생략하고서라도 공을 들였다면
1편보다 훨씬 더 모양새가 그럴싸한 재미를 주었을 것입니다.
스톰 쉐도우가 사부를 죽인 부분에 대해서 항변이라든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부분만 한 꼭지 딱 이쁘게 넣어줬더라면
(예를 들면 난 아직도 그 범인이 스네이크 아이즈라고 믿고 있다, 라는 식으로 분노분노 하는. ㅎㅎㅎ)
정말 나중에 그럴싸한 얘기가 됐을 텐데, 느닷없이 아니 내가 속고 있었쿠나, 라고 깨달으니. 나원참.
그런데 이런 뜬금없는 부분은 사실 제우스의 준비에서도 또 돋보입니다. 아니, 잠깐 만들고 있는 거 비쳤는데
어느새 우주에 올라갔는지. -_-;;;;;
차라리 시작부터 제우스를 띄우는 부분을 들어갔다면 훨씬 더 모양새가 그럴싸했을긴데 말이죠.
뭐 북한에 대한 얘기야 007 어나더데이 수준에서 한발짝도 못나간 점은 아쉽지만,
중딩삘도 못되는 수준의 사고와 상상력에 한국근대사와 북한의 현실적인 얘기들을 들이대봤자
멘탈적으로 손해보는 건 이쪽일 뿐이므로 그건 패쓰하고. -_-;;;
뜬금없이 중요한 소재들이 갑툭튀하는 스토리 구성들만 잘 다스렸다면 전작보다 훨씬 나았을 뻔한 아쉬운 영화.
그럼 소문난 잔치에서 하나 뿐인 먹을 것은 무엇이냐,
사진으로도 암시드린 부분이지만, 역시 스네이크 아이즈와 징크스가 함께 하는 이병헌납치 절벽 전투씬인데
요거 하나만으로도 아이맥스3D로 감상하길 권해드리게 됩니다.
다른 전투들이 그저 그렇다면, 단연 독주하고 돋보이는 전투씬은 저것 하나 뿐.
이 씬만은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고 싶은 정도입니다.
사족으로,
역시 이번 편에서도 살아남은 것은 이병헌 하나 뿐이로군요. 막 복면도 벗겨주고.
캐릭터만 잘 구축해 줬다면 더욱 고마웠을 것인데. -_-;;;
한국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인가 싶기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