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제작된 초한지 : 영웅의 부활입니다. 난징! 난징!의 루 추안 감독 작품이고요,영문제목으로는 The Last Supper라고 붙어있네요. 항우와 유방이 마지막으로 함께한 만찬인홍문연을 의미하는 것이고요. 함축미가 있는 제목입니다. 초한지 영웅의 부활이라는 제목은그냥 일반적으로 눈길을 끌려고 우리나라에서 붙인 제목으로 보입니다. 중국 원제도 다르지요. 우선 주연배우를 보면 유방역에 류예, 항우역에는 다니엘 우, 그리고 한신역에는 장첸이 나오는데요, 재미있게도 이 3사람 2007년도 작인 천당구에서도 주연으로 나오던 사람들입니다. 이 낯익은 사람들이 전혀 다른 역으로 나오니 마치 친한 친구들이 '이번에 우리 팀이 새 연극하는데, 보러올래?' 해서 보러 간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천당구의 기억때문에 오히려 몰입에 좀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나면 천당구의 그 인물들의 구도, 결말과 이 초한지 영웅의 부활에서도 유사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좀 신선했던 것은 항우역의 다니엘 우의 변신인데요, 천당구에서는 다소 나약하고, 선한 이미지의 아봉역을 했기때문에 항우로의 변신은 좀 의외였습니다. 마치 건축학개론에서의 이제훈이 고지전에서의 그 소대장역으로 변신한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줄거리야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는 초한지라 크게 주목할 건 없는데요, 역사와는 조금씩 다른 디테일이 들어갑니다. 뭐가 맞네.. 틀리네, 또는 영화보고 역사공부하실 생각하시면 안되고요.... 영화는 그냥 영화로만 봐야죠. 큰 맥락은 실제와 따라가지만 여러 동기나, 디테일들은 각색이 되어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초한지 영웅의 부활의 관전포인트는 개인적으로는 각 주요인물들의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나타내는 여러 장면들, 표정연기등이라는 생각입니다. 영상도 표정의 변화를 때로는 지루할 정도로 좀 길게 잡아내는 기법이 많이 쓰이는데요, 그래서 스피디한 영상 전개와 역동적인 씬을 기대하고 보시면 좀 실망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적이고 지루한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전투씬 등에 치중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라고요.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은 홍문연에서 항장이 칼춤추는 그 장면이었습니다. 유방을 죽이기 위해 추는 그 칼춤. 중간 중간에 방패를 칼로 강하게 치는데, 그 때 쩡! 쩡!하는 그 충격음이 상당히 인상적이고요, 항장의 그 표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연회라고 해서 아리땁고 섹시한 여성이 추는 춤이 아니라, 장수들이 땀에 절은 몸과 표정으로 칼과 방패, 그리고 갑옷을 입고 춤을 춰 여흥을 돋우더군요. 멋진 남자들만의 세계라고나 할까요. 여담이지만 전에 본 여명이 나오는 그 초한지하고는 많은 대조를 이룹니다. 이 초한지 영웅의 부활에서는 우희는 그다지 비중이 없거든요. 나오기는 좀 나옵니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나름대로 푹 빠져서 잘 본 영화입니다. 보고나니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났을 때의 그 뿌듯한 느낌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