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신의 한수는 기대를 하고 봤지만 많이 실망했었는데, 이 영화는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내용은 남자 주인공과 한낱 기기인 OS라는 프로그램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입니다.
OS따위랑 사랑에 빠지다니! 뭔 말도 안 되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거지?
그런데 웬걸, 감정이입을 하고 보다 보니 주인공의 사랑을 이해하게 됐고, OS는 단지 육체가 없을 뿐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OS의 정신이란 것도 환상일 수 있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지만, 이 OS는 날이갈수록 진화해가며 사랑을 하고 성욕을 느끼고
외로움과 질투라는 감정도 배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를 거듭합니다.
동성친구를 만드는 과정과 애인을 만드는 과정
[동성]
정신적 교류, 공감 -->정신적 만족-->우정
[애인]
시각적인 만족--> 고백 -->상대방의 수락-->데이트-->상대방 평가, 맘에 들면 연락처 주고받기-->공식애인-->정신적 교류, 공감-->사랑
보통 이런 단계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에서의 주인공와 OS는 정신적 교류, 공감---->정신적 만족---->사랑 이라는 빠른 과정을 거치며 교류를 하게 됩니다.
(아무런 편견이나 잣대없이 친구를 만드는 과정처럼)
육체가 없으니 평가할 게 없으며, OS는 사람이 아니라서 사람에게나 통할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질 게 없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단계를 거쳐서 진입장벽 없이 쉽게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담과 이브처럼)
육체는 한낱 똥찌그레기로 얼룩진 껍질이자 가짜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먼지처럼 사라지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정신은 영원불멸하다고 한 붓다가 생각나네요.
사람들은 진정한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여러가지 조건들의 베리어들을 쳐놓고 그 조건들에 성립되는
사람이 온전히 와주길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주변에 있을 수 있는데 말이죠.
마지막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만다가 XXX라고 생각도 했지만, 온전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된 사만다를
육체라는 껍질속에 속박되서,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를 수박 겉 핥기 식으로만 배운 제가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걸 수 있겠죠.
글을 쓰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OS의 목소리가 남자였다면 남자 주인공은 과연 OS와 사랑에 빠졌을까?
OS는 남성호르몬도, 여성호르몬도 가지고 있지 않은 하나의 프로그램, 정신일 뿐인데..
남자목소리였다면 아마 남자로 인식하고, 관계 발전에 있어서 선을 그었을듯 싶습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하나의 편견으로 작용된 채.
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예수나 붓다같은 성인군자들은 여성에 대한 사랑과 남성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동일한지. 만약 동일하다면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만물에 대한 동일한 감정의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동성간의 사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닌
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건 제 주관적인 생각.
아무튼, 간만에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