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명량을 보고 왔는데 역대급 한국영화는 아니겠으나, 역대급 한국 전쟁영화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배우 연기, 고증의 완성도가 역대 어떤 한국 전쟁영화와 비교해도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았다. 물론 명량이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초반부가 지루하거나 몰입이 안되는 측면이 있다. 근데 이점은 한국영화판의 문제때문이기도 하다.
김한민은 이순신 영화를 트릴로지로 구상했다고 밝혔다. 한산도, 명량, 노량으로 시리즈를 구상했는데, 이번에 개봉한 명량은 두번째 시리즈에 해당하는 것이다. 만약 할리우드 같았으면 차례대로 시리즈를 개봉했을 것이다. 그러면 한산도때 케릭터들에게 성격을 확립하고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해서 명량 초반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겠지만, 자본이 부족하고 즉흥적인 한국 영화판에서 트릴로지를 구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결국 이순신을 영화하한다면 이순신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명량을 영화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명량 초반부는 임진왜란 발발 6년을 다 떠안게 되는 중압감을 받게 되고, 이것이 명량 초반부의 지루함과 붕뜨게 되는 이유가 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밀덕들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원래 대부분의 전쟁 영화 초반부는 지루하기 마련이다. 전쟁영화 초반부는 후반부의 전투의 웅장함과 비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다만 밀덕들은 전투의 대략적인 상황을 알기 때문에 초반부의 설정이나 이야기 흐름을 보면서 감독이 이 전투를 어떤식으로 해석했고 그 해석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비교하기 때문에 지루해 하지 않거나 덜 지루해 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마지막 전투신을 위해서 그냥 참는 것이기는 하다. 최근 개봉한 '론 서바이벌'을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도 명량과 거의 비슷한 전형적인 전쟁영화 공식을 차용하고 있는데 밀덕이 아닌 사람이 볼때는 초반부 씬이 굉장히 지루하다는 평이 나올만한 영화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명량이 전쟁영화로 머물지 않고 배급사가 영화관을 대부분 점령하고 국민 영화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기도 하다. 마치 월드컵때만 축구보는 사람들이 축구는 골 들어가기 까지가 너무 지루한것 같어. 라는 말과 같다. 이걸 명량에 대입하면 전쟁영화인데 초반부가 왜이렇게 지루해요? 라고 물으면 밀덕으로서 할 수 있는 대답은 전쟁영화는 원래 초반에는 그래요. 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또다른 논란으로는 명량에서 백병전 때문에 리얼리티가 떨어져서 못보겠다는 평이 있다. 이순신 대장선의 인명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기록으로 볼때 영화와 같은 대장선 난입은 없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대장선이 한동안 포위되 있었고, 일본군들은 분명 대장선 난입을 노렸을 것이다. 이것을 조선군은 백병전으로 일본군 난입을 막았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와 같이 판옥선으로 일본군이 넘어와서 치열한 백병전을 치룬 것은 안위함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영화적 재미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기 때문에 이순신이 고생해야지 관객들이 더 몰입하고 재미를 느낄수 있는 영화적 장치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과도한 백병전 씬 남발과 백병전에서 과도한 슬로우 촬영으로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전체적인 해전 묘사나 긴장감이 역대 어느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넘어섰고, 특히 해전 초반신은 미국이나 유럽영화에서도 못본 멋진 장면이었다. 역대 최고의 한국 영화를 기대하고 보러 간다면 말리고 싶으나 역대 최고의 한국 전쟁영화를 보러간다면 강추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