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화를 봤을 때 "너를 기다리며" 예고편이 나왔었는데, 거기서 심은경이 이를 악물고 "신이 죽었기 때문에.. 괴물이 필요한 거야."
이런 대사를 했는데 무의식적으로 깊은 공감을 느껴서였는지 자꾸 생각이 나서 영화 평점이 별로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보고 왔습니다.
"악이 승리하기 좋은 조건은 단 한가지 같아.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신은 죽었다"
"신이 죽었기 때문에 괴물이 필요한 거야" 등..
이런 대사들이 나오는데 심은경이 깊은 생각에 잠긴 무표정으로, 그리고 어눌한 말투로 위 대사들을 읊었을 때 전율이 흘렀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오중이 사이코패스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심은경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집중을 방해하는 어눌한 말투, 8차원적인 말투가 몰입을 방해하고 거슬렸다는 분들도 있지만, 어릴 때 아버지를 잃어 평범한 아이처럼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아이, 15년 동안 고독함, 공허함을 느끼고 세상을 방관하는 신이나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에 대한 분노, 복수심을 느끼며 살아왔을 아이의 역할을 심은경이 평범한 말투에 평범한 표정을 짓고 연기를 했다면 작품의 여주에게 좀 더 몰입을 할 수 없지 않았을까 생각함.
단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수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싸이코 패스들, 그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 피해자들, 교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교도소, 재범률이 높은 대한민국, 피해자의 복수에 대한 제3자의 관점,
만약 내가 피해자의 입장이었다면? 등 여러 가지 잡생각을 했었는데 마지막은 "심은경이랑 사귀고 싶다.."로 생각을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잔인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장면은 나오지만 "데드폴" 손목 자르는 장면을 보고 눈을 감은 제 기준에서 보자면 무난했고 전체적으로 괜찮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재미없다고 한 "노아" 같은 영화조차 전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제 말을 신뢰하지 마시고
만약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좀 더 신중하게 영화 관련 후기 및 평점을 검색하고 결정 내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