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주유소 야간 아르바이트

카더라통신1 작성일 06.06.26 00: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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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지금 자료를 다운받다가 지루해서 한가지 더 적어봅니당. 역시 존칭은 생략할게요 .. 양해바랍니당.

05년 휴학기간이 끝나갈 무렵 하려고 했던 공부도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자 정리도 할겸 용돈도 벌겸 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뒤적여 보았다. 이전에 주차장 관리 아르바이트를 너무 편하게 그것도 시급3000원을 받고 한 경험이 나를 이미 귀차니즘으로 만들어 버린즉.. 그보다 편한 알바를 찾고 있는 나를 보게되었다. 흐음.. 정신 좀 차려야 겠단 생각에 약 이틀간 노가다를 뛰고 나니.. 몸은 뭉쳤지만 꽁하게 앉아서 이건아니야 저건 아니야 하는것 보단 훨씬 기분도 상쾌해지고 뭘해볼까 하며 생각하는 혁신적 마인드를 갖게 된 나의 간사한 종이한장 차이의 모습과 이 돈을 어디에 쓸까 부터 고민하는 모습을 또 보게되었다. 여튼 이래저래 예전부터 해볼까 말까 망설였던 주유소알바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그것은 야간당직 알바. 위치는 읍에서 시내로 나가는 8차선 도로에 교회와 나란히 붙어있었고. 야간이라 차량은 밤에 한 25대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주유기는 경유, 휘발유, 등유기로 해서 총5대이고 운수업주들과 계약을 맺는 차량은 약 5대 정도 주차공간이 있어 주차관리도 하는 업무였다.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다양한 손님들 상대가 제일 모호한 부분이다. 사장님도 괜찮은 분이셨었다. 항상 야식을 챙겨놓곤 하셨던 독수리 탈모 멋쟁이 사장님 키는 나보다 작았지만 야무지고 악과 깡으로 살아온듯한 눈빛 하지만 역시 괴짜같은 면이 있으셨고, 또 한편으론 정이 많은 분.. 대략 이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급여는 한달 하루 휴무하고 90 적은돈은 아니지만 야간에 하루쉬고 계산하면 약 시급2700원 정도 밖에 되지않는 적은 급여에 속했다.

근무.

근무는 공교롭게도 사람은 나 혼자 독주 근무다. 여기서 사람이 나혼자란 이유는 한 녀석이 더 있다는 강력한 복선을 암시한다. ㅋㅋ 이름하야

"순돌" 이라는 5분대기격인 똥깨가 바로 나와 함께 3개월 밤을 나눈 녀석이다. 꾸엑; 녀석은 참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다. 새끼 강쥐를 낳고 젖을 땠을 무렵 이녀석들이 주차장앞에서 아장거리다가 그만 밤에 들어오는 트럭에 깔려 모두 죽었고 한마리는 다른 곳으로 보내지자 참 희한하게도 이녀석이 달려오는 차에 지 몸을 던져버렸는데 다행히 오던차가 멈추자 죽진 않고 귀만 먹게된 녀석이다. 그래서 야밤에 영역표시를 하러 갈땐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프리한 마인드로 자유로이 채취를 남기고 다닌다. 어쨌든 원래 주간 근무조 1명과 주말 근무1명 그리고 근무를 인계해준 선한친구1명 총4명이 보름정도 지나고 나니 친해져버렸다.

일단 출근하고 나면 전 근무에서 발생한 수입을 사장님이 게이지를 통해 계산 후 내가 오후근무를 인계받는다. 인계를 받고 나면 수입중 일부를 가져가고 일정액만 환전대에 넣고 메인 간판등은 꺼둔다. 개를 함께 둔 이유는 만약을 대비해서다. 즉, 강도나 아치가이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 이벤트에 속한다.

그리고 손님이 왔을시엔 휴지를 서비스로 주고 사탕같은 군것질 거리도 주는데 밤이라 커피를 서비스로 했다. 거만하게 담배물고 재떨이 내밀며 "비워" 이러는 손님은 항상 난 커피안줘?라 묻는데 고정적으로 오는넘이었지만 짤탱없다. 다음에 또오세요 ~ 라고 최소한 예의를 갖추고 돌려보낸다. 마음같아선 ㅅㅂㄻ 니가 내려서 쳐 비우지 않으렴.. 이라 말하고 싶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맘일뿐.. 어딜가나 그런 손님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시간은 어느덧 새벽2시로 흘러가고 있다. 그 때 쯤이면 한주에 두번 오시는 화물기사분이 있으신데 항상 가득넣고, 커피와 장갑을 지급한다. 일의 특성상 장갑을 많이 쓰기 때문이고 졸음운전 하지마라는 서비스라고 한다. 그리고 보너스 포인트는 최대한 많이 긁어준다. 약 3만원을 넣으면 8에서 10만원까지. 포인트도 한도가 있기 때문에 달에 너무많이 줘 버리면 오히려 쿠사리 먹게 되니 잘 조절해서 준다.

카드 체크기는 항상 영수증을 한장만 떼어서 고객용만 손님에게 주어야 하는데 이는 나중에 카드사에 청구를 할 때 한장과 가게에서 보관 한장이 필요 하기 때문이며, 만약 거꾸로 줬을시엔 그날 하루 헛일한 꼴이 될 수있다.

새벽 5시정도 되면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다시 다음근무자를 위한 휴지를 가득채워넣고, 휴지통과 쓰레기를 치운 후 조간 신문을 가져다 놓고, 장갑도 일정량 준비해 둔다.
마지막으로 게이지를 확인해서 체크해 두고 경유, 휘발유, 등유로 나눠서 적은 후 금액권당 액수를 적어그날 수입과 함께 봉해서 사장님께 인계하면 하루 밤 일과가 마무리 되어진다고 보면된다.

주의 할 점.

간혹 경유차에 휘발유 주유구를 꽂는경우가 있다. 나 역시 아침엔 잠에 쩔고 출근 시간대라 손님이 많은데 혼자서 하다보면 그런 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백미러를 통한 아저씨의 놀란 표정, 주유 레버를 당기는 순간 오마이갓~! 빼며 황급히 바꿔넣는 나의 손. 경유 주유구는 크기 때문에 휘발유 주유기가 거침없이 들어간다. 헐렁한 느낌과 함께. 다행히 그때는 당기지 않고 순간 아차 싶어 바로 뺐기에 망정이지 쑤욱~ 고속으로 넣었다간 고속으로 욕먹을 상황이 벌어질번 했다.

야간 주유소일의 단점.

사실 내가 있던 주유소는 그리 좋은 시설은 아니었다. 덜덜 거리는 기계가 가끔은 주유 스위치를 올리면 슬러지와 함께 용솟음친 경우가 몇번 있었고. 그 때문에 손님에게 엄청 욕을 들은적도 있었다. 여튼 야간엔 손님이외의 사람이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땐 나도 모르게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한쪽에는 친절함 또 다른 한쪽에는 대비테세를 갖추게 된다.

하루는 주취자가 술주정을 부리더니 2시간 동안 낡은 쇼파에 앉아서 가질 않는것이다. 이런 경우 몰아내야 하지만.. 상대방도 덩치가 있고 나도 덩치가 있고 게다가 술을 마셔버려서 잘못하다간 시비를 야기해서 더 어렵게 되기때문에 걍 조용히 있으면 놔두는게 상책이다.

가끔 정체불명의 아가씨들이 화장실을 빌미로 왔다가 커피기계를 보곤 한잔 달라고 그러는데.. 그런건 무시해버렸다.

가장 큰 문제는 밤마다 교회에 다니는 청년 하나가 커피한잔 하자며 주님 이야기를 한주에 세번이상 와서 9시쯤에 풀어놓고 12시에 끝낸다. 지도 피곤하니까 자러 가는거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이에 손님이 왔을 때 나가서 주유를 하며 안을 보면 내 옷가지나 환전기계를 항상 건드린다는 것이다. 막 제대 했을때만 해도 그런걸 보면 잡아다가 족치겠는데 그러기엔 너무 늦은듯 했다. 간혹 교회사람들과 간이 농구대에서 시간이 가지 않을 땐 함께 농구도 하고 조금 친해진 상태라.. 아 저걸 어떻게 잡지.. 강쉐이는 이미 그와 안면을 튼 상태라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다. 걍 "스치듯 쌩까기" 전법을 구사했더니 조금씩 먹힌다.

나중엔 아예 모른척 하니.. 조금 미안하지만 아예 길을 돌아서 간다. 어쨌든 신경쓰이는 부분을 해결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제부터 진짜 문제는 문제의 신문아저씨다.

기본야식인 라면을 홀짝홀짝 먹어 없애더니. 커피에 야한 프로그램을 보더니 아예드러눕고 한숨 자고 간다. 그가 머무는 시간은 새벽1시쯤 반주를 하고 잠깐 들렀다가 다시 3시부터 5시까지 뻗어있기다. 좋은점은 그래도 믿을 수 있다는 점. 신문배송차량이 주유소 앞에 도착함과 동시에 손님들 서비스할 신문을 일부 가져다 주기 때문에 사장님과 어떤 이해관계에 있다고 할것이다. 허나 그는 언제나 중립적 입장에서 나를 주시하는 씨씨티비와 같은 존재였다. 아흑..

마지막으로 몸상태가 많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래서 야간 알바는 권하지 않는다. 일단 낮에 아무리 잠을 자더라도 숙면이 안될 뿐더러 몸이 점점 잠에 쩔어 만성 피로가 되버린다. 둘째론 활동시간이 바뀌니 나같은 경우엔 3개월 내내 그걸 이겨내느라 조금 빡셌다. 셋째론, 건강이 나빠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름독이 올라 온몸에 이상한 것이 난다. 지금은 말끔히 나았지만 그땐 정말 내가봐도 이러다 좀비될라.. 할 정도였다.

좋은점은 딱히 없었다. 걍 4명의 친구들이랑 간혹 약속잡아서 사무실에서 삼겹살 괴기를 구우며 소주 한잔씩 하고 닭에다 캔맥주 한잔씩 하면서 근무해도 터치할 사람이 없었다는것. 손님오면 먼저 알아서 받아주고 확실히 계산후에 나한테 주니..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무실 유리창과 시멘트 벽사이로 우리 4명의 머리만 보이는 것이 지나가던 사모님의 눈에 포착되었으나 세부인물은 몰랐기에 "제가 친구좀 데려 왔었습니다." 라고 한 후 마무리 지었던.. "다음부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다 돈에 이상있으면 네가 다 물어야 돼" "넹"

어쨌든 야간에 하는 일은 비추하고 싶다는 겁니당. 돈도 좋지만 건강이 더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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