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년 겨울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난 다시 알바자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방학하면 공부를 해야지 이거 일만 하러 다니니 어느새 본능적으로 방학과 함께 알바를 찾아나선다. 거의 알바의 본능이라고 표현하면 딱 들어맞을거다.
그러던 중 동네 한 곳에 위치한 피자집하나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미xx피자 살포시 문을 열어 재꼈더니 어서오십시오 라고 인사부터 한다. 나도 이에 응할새라 아예 방긋~ 미소를 보이고 매장을 둘러보았는데 의외로 매장 크기가 작다. 좋아 이거야~! 이정도면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할 수 있겠어. 좋아 가는거야. 속으로 쾌제를 외치며 "아임 얼레디 디싸이디드"의 자세로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전 아르바이트 광고보고 왔는데.. 혹시 아르바이트생 아직 구하나요?"
"아네 아직 구하고 있어요 여기 앉으세요.. 일은 많이 해보셨나요? 에서 부터 이것저것 물어본다. 사장이 노멀보단 스페셜을 추구하기에 최근 경기상황에 대해서 설명 해보라 까지 나왔다.
"예? 아 예 그건 과거 5공 주저리 주저리 궁시렁 궁시렁 해서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지속 될것으로 예상되어 집니다." 그랬더니 음~ 고개를 끄덕인다. 난 정신없어 죽겠는데.. 어쨌든 이렇게 알바는 시작되었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동일업종 동일업체에 한번에 모자라 두번 반복한 케이스가 미흥터피자다. 국내 외식 프렌차이즈 업계중 알아주는 미흥터 피자.. 서로 마주보며 쪼개고 강냉이 보이며 한입씩 맛나게 물어재끼는 광고와 매장에 번지르 하게 꾸며놓은 외장 장식들이 보기좋아 한번쯤 일해보고 싶단 생각이 가득했었고 그래서 대학 1년때 시내 대형 매장에 겁도 없이 발을 내딛은 것이 미흥터 피자였다.
대형매장
우선 처음 간 대형매장의 경우 해야 할 일은 널리고 널렸다. 처음 시작하면 먼저 피자 메뉴와 가격표 토핑순서를 암기하게 한다. 이틀째가 되면 모든것을 암기해야 하고 첫날부터 이미 매니저 옆에 붙어서 토핑연습에 들어가게 된다. 이건 매장마다 차이가 있을거라 생각되는데 대형 매장의 경우나 대부분은 자기가 할일 주로 맡고 있는 분야를 하도록 하지만 바쁘면 누가 하든 붙어서 모든일을 척척해야 하기에 모두가 모든일을 마스터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면 위와 같이 할것이고 거의 대부분의 매장이 카운터 서빙을 제외한 주방에서는 저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루일과는 거의 반복되는 수준이다. 먼저 오전 10시경에 출근을 하면 각종 토핑재료에 필요한 재료를 손질하고 미리 그날 판매량에 대비한 만큼 준비해 둔다. 물론 구석구석 빗자루 청소와 대걸레 청소가 끝난 후이다. 참고로 재료준비중 가장 고역인것이 양파까기다. 양파까다가 눈한번 비비면 그 때 부터 하염없이 울게된다..
오전일과(10시~11)
재료준비가 시작되는 동시에 오븐기를 켜게 되는데 이는 미리 예열을 해두어 피자를 굽는데 적정한 온도를 항상 유지해서 언제나 피자를 만들기 위한 작업중 하나이다. 오븐기의 가격은 구라인지 모르겠지만 물어보니 약 몇천만원 가량 한다고 한다. 그리고 토핑 재료 통에 모자란 재료를 채워넣고 토핑에 핵심인 토마토 소스를 채워넣는다. 소스는 거의 대부분이 통조림에 제공되어 나오기 때문에 그냥 들어부어 넣으면 된다. 하지만 브랜드화 되지 않은 두판에 만원하는 피자집은 토마토 페이스트를 직접 사용해서 만들기도 한다. 웃긴건 결론적으로 왠만해선 피자의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단, 특별한 메뉴를 선보이는 빅3회사의 경우 그들간의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맛이 틀리다. 즉, 훨 맛난다는 것이다. 여튼 본론으로 다시 들어가면, 이렇게 재료 세팅이 끝나면 오전 일과는 주문 한 두개 정도 그리고 매장손님 약간.. 오전부터 닝닝한 피자 먹으러 오는 넘만 상대해주면 끝이다.
참고, 오전에는 매니저와 점장 그리고 이들에 빌붙어 아리가또 하는 예비역 쉐끼덜까지 가세해서 쪼아댄다.
오후 일과 (11시~ 몇시)
이때부터 오늘 하루 피자 도우와 매니저 점장 아리가또 썩은미소의 대마왕급이었던 당시 예비역쉐끼덜과 더 불어 5번째 전사인 지랄같은 손님과 마지막으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매장이 시내에 있었기 때문에 중고딩 쉐리들 겉멋 들어서 오는 곳이 피자가게다. 불과 5년전 까진... 강냉이 보이면서 피자 하나물고 창가 밖으로 지나가는 남여 쳐다보는것이 지들 멋인지.. 여튼 이때부터 매장에 손님이 서서히 밀려들어온다. 따라서 빌지가 수북히 밀려들어오고 , 너무 바쁘다 보면 빌지에 적힌 메뉴가 아닌 엉뚱메뉴가 등장하게 된다. 그럼 매니저 쉐끼는 ㅅㅄㅂ거리면서 지랄거린다. 예비역들 졸라 따라서 조잘데고.. 이렇게 오후일과는 시작되면 쉬는시간이 대중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엔 손님맞이가 끝나면 다음날 사용할 재료를 다시 세팅해야하기도 하다.. 중략..
소형매장.
분위기도 아담하고 매장에서 일하는 친구들 한넘(까칠한넘) 빼곤 다들 좋다. 역시 아리가또 역할을 하던 한넘 나이먹고 그러고 싶냐? 사장도 얼씨구나 박자가 잘 맞는거 보니 음.. 일단 제껴두고 일을 시작했다. 너무 간단하게 끝나는거 아닌가.. 무슨일인 즉.. 매장이 작아서 인지 같은 브랜드라도 청과물 시장에서 직접 피망 양파를 공수해온다..;; 신선함에서는 으뜸이지.. 토핑도 알바생들은 천천~히 니나노~ 이빨까면서 끝낸다. 물론 이건 평일 낮에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또한 우린 시키지도 않은 신메뉴 연구개발을 핑계삼아 각 종 재료(베이컨, 치즈, 토마토 소스, 숙성중인 도우를 약간 떼어와서)를 얹고 오븐기에 넣어 먹고 품평을 하기도 한다. ㅋㅋㅋ
사장도 거기에 대해선 별말 안한다. 그 이유는 매장이 작아서 그런지 알바생 복지? 라는 것이 영 시원치 않아서 예전부터 그런건 그냥 웃어 넘긴다는 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여튼 그렇게 평일의 일과는 흘러간다.
주말 일과, 주말은 특히 만능맨이 되어야 한다. 주문량이 많고 비가 오거나 눈이오면 더 그렇다. 그래서 점심먹다가도 배달 들어오면 만들고 밥 놔둔채 2~3개 배달을 한꺼번에 가기 때문에 절반정도 먹다가 남은건 어쩔수 없이 불어서 버린다. 그래서 밥을 시키는 데도 말이다. 배달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내야만 모두가 서로서로 편하다. 내가 있던 소형매장은 주말에는 사장과 매니저만이 주방 토핑을 연속한다. 따라서 여자 아이들은 카운터만 잘 보면되고 우리는 배달에 능하면 끝인것이다. 하지만 시급 3000원에 목숨걸고 달리진 않았다. 특히 야간에는 바람마게를 내리고 달리면 빛이 분산되서 사람이 잘 보이질 않아 잘못하면 시속75로 그대로 받는 수가 있다. 트렌스는 게이지 90까지 거뜬히 가기 때문에.. 부딪히면 대략 난감이다.
어쨌든 여유가 있으면 사장은 언제나 우리와 커피타임을 가졌었다. 조금 괴짜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 ㅡㅡㅋ 커피당번은 거의 나였고 ㅡㅡ; 말하지 않아도 도와주던 2살 아래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귀를 덮은 스타일에 무난한 스타일. 커피를 다 타고 사장님부터 한잔씩 드리라고 말했더니.. 네 커피 맛있어요 ^^ 엥? 그게 아니고... 커피.. 마..셔..;; 엉뚱한 모습이 약간 호감이 가더닝 걍 작업모드에 돌입.. 하려 했으나 기회는 좀처럼 오질 않고 이내 그만뒀다. 그리고 보름후 매장 사람들 잘 지내는지 들렀다며 왔길래.. 반갑다^^ 어떻게 지내? 커피한잔 할까?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머슥~ 설겆이 하는 척 있으니 먼 발치에서 날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아흑.. 결국 용기가 모자라 그냥 끝났지만.. 헉 사설이 너무 길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