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인서울 그저그런 대를 입학하여 이제 졸업이군요.
그동안 아르바이트 했던 일들과 느낀점을 말하고 싶어서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처음 입학했을 때는 월 20만원의 용돈으로 생활이 충분했습니다.
20만원이면 차비와 밥값을 소비하고도 취미생활까지 할 돈이 되었으니까요.
술자리 등에 돈이 안 나갔던 것도 20만원의 생활이 가능했었던 원인이군요. 물가도 그렇고....
1학년 가을에 과외를 조금 했습니다. 경험과 사치를 위해서였죠. 그런데 좀 안 좋은 상대를 만났습니다.
중 3짜리 여자아이를 가르쳤는데 아이가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엉뚱한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거죠.
과외를 시작하게 이유는 엄마에게 과외가 하고 싶다고 졸랐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2달 동안 그 아이를 본 제 결론은 아이가 어디서 과외선생과의 로맨스를 듣고 그걸 꿈꿨던 겁니다.
안타깝게도 대학교 1학년 때의 저는 정말 심각한 비호감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이너스 10디옵터의 무시무시한 안경으로 호감도를 낮췄고
한창 물이 오른 여드름이 최고였죠.
그런 제가 한 달이 아니라 두 달을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 아이가 그런 제 모습에서 개구리 왕자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을 어떻게 꾸며서 자기 스타일로 만들고 같이 놀고 싶었던 거죠.
물론 중학교 3학년 여아의 관심은 그 정도에서 끝났고 상황판단이 어느정도 되신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게 했죠.
전 그 일을 관두면서 정말 시원했습니다.
아이가 워낙에 공부를 안했거든요.
오죽하면 제발 시험전에 읽어만 보라고 수학시험에 나올만한 예상 문제 해법서를 만들어줘도 쳐다도 안봤으니까요.
그 때는 제가 포인트를 몰랐던 거죠.
그 집에서 오래 일하고 싶었으면 얼른 안경을 벗고 렌즈를 껴야 했으며
피부관리를 하고 머리스타일을 바꿨어야 했던 거죠.
물론 그렇게 했어도 진짜 정정당당한 교습이 아니니 오래가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뒤로 과외는 일이 들어오는 대로 했습니다.
처음처럼 엉망인 경우는 없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경력도 쌓았고 아니다 싶은 학생은 제가 받질 않았으니까요.
제가 대학은 인서울이기 때문에 과외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으나 그저그런대이기 때문에 쉽진 않았죠.
또 그저그런 대이기 때문에 돈이 좀 약했죠.
평균 일주일 3회 1시간 정도씩 해서 25~30정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돈이 약한 건 제가 과외한 지역이 서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집은 경기도였거든요.
과외는 아이와 어머니의 마음을 둘 다 사로잡아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여자아이의 경우 외모와 대학생이라는 후광효과를 잘 살리는 센스가 필요하고
남자아이의 경우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허물없음이 중요하더군요. 물론 제가 남자니 남자선생님 기준입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고민이라도 말하게 하고 그것을 들어주는게 유대감에 정말 도움이 됩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딴거 없죠.
성적입니다.
오르면 좋아하고 내려가면 싫어합니다. 이건 답이 없죠. 학생을 살살 달래서 공부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공부하기 좋아하는 학생은 없죠. 아무리 친해지려고 노력해도 공부시키려고 초초해하면 아이들이 지칩니다.
선생 얼굴도 보기 싫어하죠.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롱런할 수 있는 관계가 되면 그 다음은 참 수월한 편이죠.
이렇게 쓰고나니 만 6년동안 과외만 한 것 같지만 실제로 과외를 하고 있었던 기간은 총 2년 정도 되는 것 같군요.
첫 과외의 내상이 커서 2학년 때까지는 과외를 하지 않았고 그 후로도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변경되어
일을 관둘 수밖에 없었던 건수가 좀 있었거든요.
결정적으로 그저그런 대의 학력으로 제가 필요한 수입을 유지할 만큼의 과외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일들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일들은 다음에 쓰죠.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이 뒤로는 공기업 계약직, 학원 강사, 카페에 대해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