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졸업하는 대학생 알바 기록 - 계약직편

빌어먹을붉음 작성일 09.01.14 02: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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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때까지는 돈이 그다지 필요 없었습니다.

용돈 20만원이면 다 해결되고도 남았죠.

문제는 그때그때 사야하는 옷이라던가 유흥비였습니다.

2학년 1학기 때부터 동아리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유흥비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더군요.

그래도 그 때는 후배 입장이기 때문에 돈 한푼도 없이 밥먹고 술먹고 놀 수 있었지만

어디 맨날 얻어먹을 수가 있어야죠...

게다가 3학년이 되면서 동아리 회장을 맡게 되면서 돈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모임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려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이란게 있으니까요.

 

그래서 동아리 선배의 소개로 모 협회에서 계약직 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먼저 말씀드릴 건 협회는 일종의 기업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에 가깝죠.

취업하시는 분들이 선호하는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계약직이라는게 알바라고 하기는 좀 애매한 것이

월급에 대해서 원천징수되는 모든 세금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더군요.

다른 거 없이 그냥 정직원이 아닌 계약직원이 되는 것입니다.

일 자체는 굉장히 쉬웠습니다.

한 달에 100을 받고 두 달동안 그 협회에서 출판했던 책들을 정리하고

데이터화 시키는 일이었거든요.

고작 책 정리하고 컴퓨터에 데이터 입력하는 것으로 100만원이라니 너무 조건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몇 가지 있었는데요.

 

첫째. 그 협회가 위치한 장소와 제 집은 지하철만 1시간 45분이 걸렸습니다.

실제로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이 넘었고 왕복 4시간의 시간은 길에 버리게 되더군요.

이 때문에 일하는 것보다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둘째. 계약직은 아르바이트라고 하기에는 부담이 큰 자리더군요.

먼저 4대보험료를 전부 납부하게 되고 국가에 활동 중인 경제인으로 인식되게 됩니다.

이게 별거 아닌거 같지만 전 부모님 이름에서 벗어나 제가 가장으로 나타난 의료보험증까지 발부받았습니다.

그리고 4대 보험료를 비롯해 원천징수되는 모든 세금을 내게 되는데 이게 100만원 중에 8만원은 되더군요.

왜 직장인들이 세금에 이를 가는 지 여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4대 보험 가운데 고용보험은 3개월 이상 근무했을 때에만 보험 혜택이 돌아가는데도 불구하고

두달 용역계약서를 쓰고 고용된 저에게 보험료를 뜯어가더군요.

이 갈리는 국민연금도 냈습니다. 이건 2달 일하고 실직한 것으로 인정되어 납부 연기 신청을 할 수 있었는데요.

이게 또 행정 처리가 힘들어 2달 일하고 3달치 국민연금을 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다시 국민연금 고지서가 날아옵니다. 그 때마다 연기 신청을 해야하죠.

아무튼 두 달 일한 것 때문에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좀 받게 되었습니다.

 

셋째. 기업문화에 적응하기 힘들더군요.

경직된 사무실 분위기에 숨을 쉬기 힘들고 점심에 하는 회식은 불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실 정말 그 협회에 취직한 것이라면 어떻게든 적응하고 거기에 제 자신을 변화시켰겠죠.

하지만 전 단지 아르바이트생의 자세로 접근했던 겁니다.

제가 그 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것도 무리는 아니었죠.

 

하지만 동시에 협회의 직원분들이 저를 보는 눈도 그리 곱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 없는 것이 어른들 일하는데 껴 있는 모습이었을 테니까요.

 

 

 

 

엉망인 2달이 지났습니다.

사실 처음에 계약한 일은 진작에 다 처리할 수 있었지만 계약한 기간이 2달이기에 남은 시간은 사무보조를 하면서 보냈죠.

하지만 먼 출최근 거리와 의욕없는 목표는 사람을 농땡이 피게 하더군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저는 큰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린거였습니다.

 

대학생들 취업 걱정되시죠? 안 되시면 좀 해야할 겁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시절이 왔거든요.

이 때 어떤 기업에서라도 서류를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업종과 관련한 경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신이 스카이가 아니라면 어떤 대학이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학력이 꿀리면 꿀릴 수록 탄탄한 경력과 그 업종에 대한 정보력, 실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저그런 대를 다니는 저도 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협회에는 제가 다니는 대학의 선배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임원으로요.

제가 당시 취업을 코딱지만큼이라도 생각했었다면 그렇게 일해서는 안됐던 겁니다.

시킨 일은 전부 끝내고 없는 일이라도 찾아서 하며 재계약을 요구해 경력을 늘렸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후일 협회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저는 엄청나게 유리한 위치에 있었을 겁니다.

선배 임원과 연락을 유지하고 성실하고 싹싹한 모습을 보였다면 말이죠.

그것 가지고 어디 취업이 되겠느냐는 질문도 할 수 있겠죠. 요즘의 취업준비생이라면.

어디까지나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된다는 겁니다. 채용 결정과는 다른 이야기지요.

 

아무튼 그런 겁니다. 계약직은 관련 직종의 경력이 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는 겁니다.

요즘은 이런 계약직을 딸 수 있는지나 모르겠습니다.

제가 3학년이던 2005년만 해도 종종 사무보조요원을 계약직으로 받았는데 말이죠.

만약 지금 대학 1,2학년인 분들이 계시다면 경력이 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를 권하겠습니다. 아주 강력하게요.

취업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부터 관련 직종, 화장품이면 화장품, 기계면 기계에 관련된 시장에서 일해야 합니다.

갈비집 서빙 3개월은 후일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장 정말 돈이 급한 거 아니라면, 옷이나 MP3같은 건 좀 참고 직업으로 원하는 직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십시오.

저처럼 사무실 깊숙한 곳에서 일하며 임원과 인사할 수 있는 계약직이라면 목숨을 걸고 자신을 어필하시고요.

제가 취업준비생은 아닌지라 당시의 행동을 두고 그냥 "내가 좀 개념이 없었군."하고 넘길 수 있는 거지

만약 취업준비생이었다면 땅을 치면서 그때의 저를 저주했을 겁니다.

줘도 못먹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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