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뒤쪽에 피방 라면 2000원이 비싼 것 같다는 글 보고...

뽄야 작성일 09.02.07 01: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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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이 원가가 600-700원짜리 라면을 2000원에 팔다니 어이가 없다... 시급이 너무 적다... 라는

 

글 같았는데 (아니었으면 죄송합니다) 많은 알바님들이 그 글을 보고

 

김밥 나라는 1500원짜리 육개장 팩 같은 걸 4000원 받고 판다. 너무 많은 이익을 보는 것 같다...

 

라는 옹호성 글이 있는 것 같아 글 한 번 적습니다.

 

올해 26살로 어린 나이지만 호프집에 이어 요즘엔 조그마한 분식집을 하고 있는 젊은 사장입니다.

 

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분식집인데 뭐 아시는 분은 아는 그런 분식집입니다.

 

원가 600-700원 짜리를(아마 원가 더 낮을 겁니다. 왜냐하면 단무지 원가는 제가 보기엔 10원도 안되니...)

 

2000원에 판다라... 사장으로서 제가 보기엔 엄청 저렴한 겁니다... (두둥!)

 

많은 분들이 '그게 말이 돼???'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말이 됩니다'.

 

언뜻 보시기에 사장이 달랑 라면하나 팔고 1300-400원이나 가져가니 엄청 이익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현실은 좀, 아니 많이 다릅니다.

 

제 예를 들어볼까요?

 

저희 집에 순두부찌개를 예로 들어보면...

 

순두부 반개 + 육수 물 한 컵 + 본사 양념 + 야채 조금(호박, 파) 가 들어갑니다.

 

원가는 대략...

 

150 + 50 + 50+ 150 원쯤???

 

여기에 가스비까지 포함하면 대략 500원정도가 원가겠네요.....

 

그렇습니다 여러분.

 

전 딸랑 500원 들여서 4500원 팔아먹습니다....

 

순두부가 딸랑 150원이란 싸구려 쓰는 것 같다구요?

 

아닙니다. 제가 풀무원 같은 건 안 쓸지라도 최대한 식자재에서 싸고 좋은 것 구입해서 쓰는 겁니다.

 

제가 알기론 다른 분식집들은 원가 200-300원도 안 드는 걸로 압니다. (육수도 안 넣고 양념도 싸구려를 쓰니...)

 

마찬가지로 된장 찌개 같은 것도 원가 비슷합니다...

 

여기까진 좋지요...

 

하지만... 만약 제가 1000만원 벌면 식재료비 400만원 들어갑니다....

 

말이 안된다구요???

 

됩니다.....

 

사실 찌개 종류는 원가가 별로 안 들지만 다른 것들은 아니거든요...

 

제육이나 오징어 덮밥은 말 안 해도 아실테고... 만두 종류 같은 것들은 원가가 35-40프로 잡습니다.

 

35-40프로라니 말이 돼????

 

하실 테지만 의의로 그렇습니다.

 

저희가 워낙 좋은 재료를 써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래저래 많이 들긴 하죠....

 

제 하루 매출이 평균 80만원인데... 이 정도면 분식집에서 상급 중에서도 중위권에 속합니다... (작은 분식집에 한함)

 

그런데 제가 가져가는 수입은 얼마나 될 것 같나요??

 

500만원? 600만원???

 

아니죠, 아닙니다....

 

바로 밝히기에 앞서 대략 계산을 해볼까요??

 

총 매출 2400

 

식재료비 450 (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 대략 야채, 조미료, 고기, 라면 같은 잡다한 것들 다)

 

본사에 부치는 돈 500 (포장지, 젓가락, 만두소, 만두피, 기타 등등)

 

직원 월급 650 (제 인건비 제외, 참고로 사람 적게 쓰는 편입니다... 제가 거의 다 뛰어다님)

 

가스비, 전기세 120

 

월세+ 관리비 500. (400+ 40 + 50)

 

계산....

 

2400- 450 - 500 - 650 - 120 - 500 = ????

 

정답은 180 입니다....

 

겉보기엔 손님 많고 북적북적 한 것 같지만...

 

사장 가져가는 거 얼마 없습니다...

 

저희 집 남자 알바 한 명 있는데...

 

군대 안 갔다온 20살 아갑니다... (제 눈엔...)

 

어리버리에, 허리 아프단 핑계에, 18번은 손님 없다 싶으면 그냥 소파에 앉아서 테레비 보기 신공...

 

좋은 말로 타이르려고 애기 좀 하자 하면 손 휘저으며

 

 "아 이제 됐어요, 알겠어요."

 

하면서 가버리는 녀석... 눈치가 없는 건지 싸가지가 없는 건지... 갑자기 글 쓰다가 울컥하네요...

 

암튼 여러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장들은 의외로 돈 나갈데가 많아요...

 

제가 근처 먹는 장사 하는 가게 중에선 나름 탑 5위안에 드는 가겐데....

 

그래도 저 남는 거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가게들은 말씀 안드려도... 아시겠죠?

 

뭐....... 그렇다고요. 휴~~~~

 

경제가 어렵긴 어렵군요..

 

옆에서 경쟁하던 가게가 어느 날 가게 문 닫는 것 보면 바짝바짝 긴장탄답니다...

 

어쨋든 이 이야기의 결론은...

 

원가 500, 600원 짜리 라면을 2000원에 팔아먹는 건 결코 비싸게 받아먹는 게 아니다... 란 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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