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화이팅 ㅡ,.-

넓적다리 작성일 11.12.25 20: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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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년차 한옥 목수이올시다

 

제대하고 대학로에서 아는 형님이랑 술장사 하다 망ㅋ함ㅋ.

배워논 기술도 없고

가방끈은 누구한테 꿀리지 않게 짧고

해서 선택한것이 한옥 목수

한옥에 대한 관심은 한국 사람이 한옥을 보면 느껴지는 감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는데

어쨌든 지금 이러고 있슴

 

저번에 조선소 근무 하시는 분이 인생 막장들이 오는 곳이라 하던데

뭐 대충 한옥목수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분들 께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6시 기상, 6시 15분 아침이 숙소로 옴 (컨테이너) 개밥인지 뭔지 모를 밥을 먹고 나면 대충 30분정도

씻고 뭐 대충하면 50분

밍기적 밍기적 밖으로 나가서 커피한잔 먹고 7시에 일 시작

현장마다 다른데 보통 참 시간은 9시 30분 , 3시 30분  15분정도 쉬는거 같음

점심시간은 12시~1시까지. 동절기때 6시에 칼퇴근(아무것도 안보임). 하절기때 뭐같은 오야지 만나면 언제끝나는지

기약없슴

왠만큼 좋은 치목장 아니면 뜨거운물이 안나옴 동절기때는 어쩔수 없이 돼지꼬리를 물속에 집어넣어서

샤워함. 찌릿찌릿한게 자극됨;;

 

일당은 초보로 시작하면 6만5천~7만 시작

6개월 정도 단위로 만원씩 오르는데

십만원까지는 1년 조금 넘게 하면 누구나 받을수는 있슴

문제는 십만원부터 십3만원까지는 경험이랑 개인능력차에 따라서 비교적 쉽게 올려줌

그 이후가 문제임; 안오름. 일당 올리려면 도편수(먹잽이,오야지)가 되야되거나 최소한 부편수 정도는 되야

일당을 올려줌 그렇다고 무한정 올라가는게 아니고 15만원이 멕시멈

다른 목수들 (인테리어, 목조주택, 통나무주택)에 비해서 사실 페이가 많이 부족함

 

경주목수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타지 생활을 많이 함

그래서 돈을 안쓸거라고 생각하면 좃 to the 망 (나중에 설명)

전부다 일본제 연장들이 많고 끌도 생각보다 많이 비쌈.

엔진톱, 전동대패 (5인치 , 3인치), 원형톱, 끌, 망치 , 기타  장비를 구입을 해야됨

왠만한 큰 현장 아니면 구입을 하는것이 좋음

 

대충 기본적인 개인 연장을 준비하려면 돈이 생각보다 많이 깨짐 환율 올라서 (대충 어림잡아 2~3백정도) 차량 필수.

물론 초보땐 대패와 스킬, 끌 정도만 구입해도 무방.

 

보통 현장마다 다르겠지만 2주정도 풀로 뛰고 2틀쉼. 목수들 바리바리 챙겨들고 컴백홈. 출퇴근 하는 목수들은

하늘이 내려준 목수

하루 반나절 쉬고 다시 치목장이나 현장으로 와서 2주풀로 뛰고 이 생활 반복;

한달 보면 23일정도가 평균이고 (우천시 빼고) 1년으로 치면 200일 이상 뛰는 목수는 아주 희귀몹

결론은 돈모으기가 사실 녹녹치 않음. 기술직이라 취직은 금방 금방 되나. 변수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꾸준하게 일하기가 힘든것이 사실.

 

그리고 이건 염병인 사실인데.

한옥은 자, 치. 푼, 리(영조척)를 씀. 근데 대한민국에서 자,치,푼,리를 쓰는 곡자나 줄자는 판매 금지 하게 되있슴

자,치,푼,리 곡자나 줄자를 사려면 왠만한 공구점에선 취급조차 안함. 경찰서 끌려갈까 두려운가봄

서울에서도 극히 일부 가게에서만 영조척을 쓰는 줄자나 곡자를 구입할수 가 있슴. 물론 일본제; 제기랄

 

그런데 내가 왜 아직도 한옥 목수를 하고 있느냐

힘든만큼 일이 상당히 재밌슴.

나무가지고 노는 일이기때문에 소나무 향도 좋고 , 한옥이 끼워맞추기 형이기 때문에 완성되가는 과정을 보면

보람도 많이 느낌. 전국 팔도를 돌아다녀 보는것도 경험상 많은 도움을 줌.

지붕작업이 상당히 위험하기는 하나. 서까래를 걸어놓고 개판을 깔고 부연도 걸고 해서 지붕작업이 다 끝난후

용마루에 앉아서 쉴때면 이거구나 하는 생각도 듬.

지붕 곡선이 멋드러지게 나오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입벌리고 멍하니 처다보게 됨.

 

무엇보다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는 점이 뭐랄까 자부심이라고 해야되나 그런것도 종종 느낌

 

한번 경험삼아 배워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경제적 여유 없이 한옥목수 일판에 뛰어든다면 난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음.

하지만 이 일로 볼장 보겠다. 막장까지 왔다 이거밖에 없다 하면 적극 추천함.

 

금년 여름에 우리 옆 현장에 입대 6개월 남긴 막내가 들어왔슴.

26년차 목수 영감님이 10년만에 저렇게 어린 목수는 처음 봤다고 함

솔직히 20대 목수가 오는건 별로 환영하지 않고 여러가지 사회경험도 쌓아보고 정말 하고싶다 하때 왔으면 좋겠슴.

어린 친구들이 이 일을 하기엔 청춘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듬.

아 여자 못사귀니 결혼하고 오시길.

 

2주만에 집에 도착해서 마눌님, 아이들 보면 눈물나고 너무 소중한걸 느낍니다

날씨가 더 추워진다고 하니 슬슬 걱정도 앞서긴 하는데

산업전선에서 열심히 땀흘려 일하시는 분들 항상 몸 건강하시고 화이팅 하싶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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