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 8년만에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네요.
저는 나이 30살에, 지방대 문과출신입니다.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몇 살 어린 후배들에게 몇가지 조언을 해 드립니다.
첫직장은 안산에 있는 중견 전자회사에 다녔습니다. 연봉 3000만원에 부서는 해외품질이었습니다. 문과출신이 전자회사 품질이라니, 정말 고생 많이했습니다. 문과와 이과는 사고방식부터가 틀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두번째 직장은 부산에 있는 중소 일본계 해운물류회사에 다녔습니다. 연봉은 2600만원에 부서는 총무/영업지원/경리 였습니다. 메인업무는 여자들이 하지만 잡다한 일은 다 제가 했습니다. 더존 입력이라던가 계산정도?
내근직은 전부 여자고 남자들은 다 현장사무소에 있어서, 여자들에게 겁나 치이고 살았습니다. 1년정도 있으면서 배운점은.. 이런 여자들이랑 결혼하면 안되겠다는 생각? ㅎ
다음주부터 출근하게되는 회사는 청주에 있는 대기업 전자회사로, 연봉은 3500만원, 주임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첫회사가 중요하다는 사람들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첫회사, 첫 부서가 중요합니다.
1. 연고지를 떠나라.
집 가까워서 편하고, 친구들 많아 놀기 좋고, 여자친구에게 발목 잡혀.. 취업의 기준을 연고지로 한정하지 마십시오.
한국 좁습니다. 나중에 돈 벌어서 차 끌고 가면 3시간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2. 스펙보다는 인맥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갓 입사한 신입들은 다 똑같습니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외국어랑 기술은 회사에서 쓰는 것도 전혀 틀리기 때문에 어차피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고, 결국 회사생활에 가장 중요하는 건 대인관계와 인맥입니다. 일은 저 혼자 하는게 아닙니다. 제가 못하면 일이면, 그 분야 전공자에게 부탁하면 되는 겁니다.
* 서류심사에는 스펙이 가장 중요하긴 하니.. 우선 입사를 했다는 전제조건이 따르는군요..
3. 경력의 기준은 연봉!
"난 돈 많이 안 벌어어도 된다. 적당히 벌면서 여가생활도 하면서 사람답게 살아야지"
이런 생각으로 중소기업 갔다가 코피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중소기업.. 확실히 스트레스는 덜 받고,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회사분위기는 큰 기업에 비해 좋습니다. (중견기업 넘어가면 회사에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삭막함.)
작은 회사일수록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묻어가기도 힘들고, 체계도 잘 안 잡혀있어, 이 일 저 일 다 해야함.
"돈보다는 경험이 우선이니 적은 돈이지만 감수한다"
일리는 있다고 봅니다만.. 인턴은 말 그대로 시간낭비.. 잡무의 연속, 가장 어이없었던 일은 금요일에 화분 50개 물주기.. 한 4시간 걸립니다. 큰 화분은 전부 화장실로 옴겨서 물을 줘야 함. 문제는 업무시간에는 화분을 못 나른다는 점!
제 회사별 연봉은 3000->2600->3500입니다. 2600 받은 회사는 부서가 완전 틀리니.. 경력 인정도 30% 해주더군요. 그나마 외국계라..
사무직 기준으로, 초봉이 2000만원대로 시작하면 3000만원대로 넘어가기 정말 어렵습니다. 그 회사 분야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꼭 그 업종의 대리/과장 연봉이 얼마인지는 알고 지원하십시오. 초봉이 세다고 연봉 인상폭까지 센 건 아닙니다.
"어느회사나 다 힘들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친구들과 군대얘기하면 다 자기가 빡셌다고 얘기들 하시죠? 회사도 똑같습니다.
영업이나 품질같은 대외업무 하다보니, 총무팀이나 경리팀 같은 관리부 사람들이 정말 편해보이더군요.. 그래서 저도 한번 총무/경리팀 한번 들어가봤습니다(2번째 외국계회사).
갑을관계의 스트레스는 당연히 없습니다만, 여기도 납기는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정부기관(세무서,국세청,노동청 등)이죠. 대표적으로 부가세 신고는 3개월마다 한번 하는데.. 1원단위까지 맞춰야 합니다. 모든 영수증 다 뒤져야되고, 입력 틀린 거 찾을때까지 집에 못갑니다. 영업이나 품질이었으면 대충 말로 때워서 넘어가서나, 좀 늦쳐달라고 했겠지만, 정부기관은 얄짤 없습니다. 바로 벌금 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점은 회사에 남자가 적기때문에, 점심을 사장님 임원들이랑 먹는 다는 점! 부담스러워서 소화도 안되고.. 맛있는데 간다고 멀리 가기 때문에 쉬는 시간도 없음..
"자신의 전공에 집착하지 말라"
제 대학교 전공은 일본어입니다. 전공자인 저 말고도 잘하는 사람 넘쳐납니다. 특히 일본어는 동기 여자애들을 따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전공이 밥 벌어 먹기 힘들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희 과에서 일본어로 평생 먹고 살거라던 선배들 여자동기들.. 다 고만 고만한 여행사나 무역회사 다닙니다.
여행사.. 정말 스트레스 작살 납니다. 제가 절대 못할 거 같은 직업이.. 금융권 영업/여행사입니다. 금융권은 잘하면 돈이라도 많이 받지만..
-----------------------
전공이 취업할 곳도 적고, 여자가 강세인 일본어라.. 몇 안되는 남자 동기들끼리 대학교 때, 뭐 해 먹고 살지 신세한탄도 많이 했었죠. 그때 어느 나이 많은 남자 선배가 그러더군요. 자기 동기들도 똑같은 고민을 했었는데, 나이 서른 넘어가니 다들 제 갈길 가서 밥 먹고 살고 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저도 서른이 되니 똑같이 느끼게 되네요. 뭐랄까나.. 잘 살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 받아가며 열심히 평범하게 어떻게든 밥 먹고 살고 있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