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에 답답해 하소연하는 글을 쓴 일이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후기 정도는 남겨도 좋을 듯 해서
다시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하 하. 후기라고 해봐야 잘 되었으니 마음놓고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지만요.
제 성격이 참 그래요. 일희일비의 대마왕입니다. 같이 살던 제 친구도 그것 때문에 여러모로 고생을 했지요.
같이 사는 놈이 하루는 기뻤다가 하루는 슬펐다가 하니...
각설하고... 햇빛을 많이 받으며 노가다를 하다보면 살이 많이 타요.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렇습니다.
주변 동료들은 살을 가리고 가리며 살을 덜 태워보겠다고 애쓰곤 했어요. 뭐 저도 최대한 노력했구요.
하지만 한군데 가리지 않은 곳이 있었어요. 바로 팔. 손목 위에서 팔꿈치 아래로는 최대한 가리지 않고 태웠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제게 있어 '모티베이션'이 되기를 원했거든요. 여기서 안주하면 내 팔은 계속 그냥 검은채 있을 것이다.
내 팔을 되돌리려면 무조건 위로 올라가야 한다. 무조건 사무직으로 돌아서야 한다. 무조건 전진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미군부대 내에 들어와서 면접을 이렇게 빨리 이렇게 많이 본 사람은 아마 손에 꼽을 거에요. 덕분에
사무직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면접을 몇번 잘 봤더니 타부서에서도 저희 근무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어요. 이런 친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괜찮다고 들었다. 어떤 친구냐? 하고요. 뭐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이죠. 연줄도 안쓰고 돈도 들이지 않고 미군부대에 들어온 지 3개월도 안되서 사무직으로 옮긴다는 것은 부대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부대 내 사람이었다면 정말 깜짝 놀랄만 한 사건이에요.
부모님께 소식을 전해드리며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아버지께는 정말 원망의 한탄도 많이 해두었던
터였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많이 교차했어요.
어쨌거나 이제 막 제대로 된 자리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인거죠. 주변 사람들이 경고 및 충고를
굉장히 많이 해주시더라구요. 입조심하라고. 사무직은 전쟁터랍니다. 말한마디로 매장당할수도 있는... 물론 일반 기업
이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나 여기는 워낙에 좁고 소문이 빨라 사람 하나 병신 만드는 것이 그렇게 쉽다고 해요. 게다가
흉계도 계략도 넘치는 곳이라고 하니... 당분간은 입닫고 조용히 죽은 채 근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차를 살 수 있게 되었다던가, 장가를 고민해볼 수 있게 되었다던가 하는 건 정말 기쁜 일이죠.
종전에 쓴 글에 그래도 많은 분들이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셔서 감사했으나 솔직히 앞서 얘기했듯 일희일비의 대마왕이라
말씀하신대로는 하지를 못했어요. 낄낄낄. 어쨌거나 축하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뭐 이번에는 들을지도 모르지요. 하 하.